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1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의 변호사 이소아님의 글입니다.
※ 이 사업에는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참여하였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라도 알리고 싶었다. 초등학생도 네이버나 구글이 아닌 유튜브 동영상으로 검색을 하고, 온 세상은 각종 영상자료로 넘쳐나는데, 그 거대한 바다에서 하나의 점이라도 우리의 문제를 알리고 싶었다. 성명서를 쓰고 기자회견을 하고 뉴스 한 꼭지라도 나오게 하려고 기자들을 섭외하는 방식의 운동을 계속해왔던 나(아니 우리 세대)와 같은 올드한 활동가에게, 우리가 알리고자 하는 문제를 영상으로 ‘듣고 싶고’ ‘보고싶게’ 만들어내는 것은 새롭게 말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막막함이었다.

막막했지만 여봐라는 듯 잘 해내고 싶었다. 젊은 세대들, 시민들에게 우리가 그렇게 목소리만 높여대는 구닥다리 활동가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욕심이 과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결과보고서를 마주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활동을 보여주고자 할 때, 활동을 해석하는 데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다. 활동가의 시각이 아닌 유튜브 시장에서 먹힐만한 시각. 지인의 인맥을 통해 서울에 있는 유튜브 전문 제작사에 의뢰를 하였다. 전문 제작사일수록 편 당 제작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는데, 제작사 측에서 취지에 공감하고 우리가 제시한 조건과 가격으로 해주기로 하였다. 다만, 제작 비용 및 여건 상 모든 편을 한꺼번에 제작하고 편집해야 했다.

모든 편을 한꺼번에 제작하다 보니, 한 편 씩 제작하면서 중간중간 추가 기획회의를 하며 소통을 할 수 있었던 2020년의 상황과 달라졌다. 또한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에 집중하고 컨셉부터 맡기다 보니 제작사가 기획하는 대본과 연출 내용에 대해 우리 쪽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제작사의 일정에 급하게 쫓기게 되었다.

2020년 영상들은 컨소시엄 단위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라 함)’과 계속 협업하여 대본을 제작하고, 출연진도 시민모임에서 함께 나오게 되었다면, 2021년 영상은 드라마와 극 형식의 컨셉으로 대본, 촬영, 출연진 모두 제작사가 결정하는 중심으로 따라가게 되었고 일정을 완급조절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컨소시엄 단위인 ‘시민모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이 되었다. 대본 수정에 있어서 당사자 이야기가 비참함으로만 이야기 되어서는 안된다는 부분을 제작사 측에 처음부터 조건을 달았으나, ‘영상에 적합하게’ 제작을 하다 보니 너무 ‘비참’만을 강조한 영상들이 제작되었다.

영상의 ‘톤앤매너’를 처음부터 아주 상세하고 치열하게 토의하여 결정해야 했구나….하는 깨달음은 너무 늦어버렸고, 결국 시민모임과 상의 끝에 제작된 4편의 영상 중 한 편만을 유튜브에 송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영상은 이후 고등학교 등 교육 시간에 참고 영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전달하였다.


유튜브에 송출한 1편은 6천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유튜브라는 미디어에 우리의 이슈를 점이라도 찍어보고 싶었던, 여봐란 듯 보여주고 싶었던 그 마음과 과정이 부끄러움으로도 기억되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그 부끄러움을 다시 무릎 쓰고 또 영상 작업을 해볼 것인가? 그 부끄러움을 무릎 쓰고도 남을 정도의 절박함이 생기는 문제라면 언제든.

일단 2022년에는 강제노무동원 역사청산 문제에 변호사로서 법정에서 싸워야 할 것 같다. 기나긴 송달 과정을 뚫고 드디어 피고 전범기업들이 대형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답변서를 내기 시작했으니까. 법정에서의 싸움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기억해주시길. 강제노무동원 역사 청산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는 당사자와 활동가들이 있다는 것을.

글, 사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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