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1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토요일은 택배없는날 프로젝트 

“제발 밥 먹을 시간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故김원종님의 아버지 말씀은 택배현장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택배는 필수노동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택배노동자는 물량폭증으로 인한 과로, 택배사 갑질 등으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토요일은 택배없는 날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는 이러한 택배현장의 변화들을 만들어 보고자 진행했습니다. 

배송구역에 찾아간 실태조사

우선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실태조사부터 계획했습니다. 최초 계획은 택배 터미널에 방문하여 택배노동자들을 만나려 했으나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했지만 방도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오랜 토론 끝에 배송구역으로 직접 찾아가서 만남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에 많은 만남을 성사하기가 어려웠고 150명의 데이터를 취합하는데 한 달 이상 소요 되었습니다. 특히 배송구역에서 배송 중인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취합된 결과는 주5일제에 80%가 넘는 택배노동자들이 찬성을 했고 그중 70%가 넘는 분들은 국토부가 제안한 주5일제 방안에 반대를 하였습니다. 국토부의 방안은 2명이 1조를 만들어 토요일과 월요일에 1명이 2명 물량의 배송작업을 수행한다는 의견이고 이는 오히려 과로사를 유발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전체 택배사가 참여하는 온전한 주5일 배송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만일 주5일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두 번째로 진행한 사업은 택배노동자 주말 사용계획서 공모사업입니다. 주5일 노동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된다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은지 신청을 받아 지원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고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과 캠핑, 축구, 등산, 탁구 등 운동을 하고 싶다는 의견 그리고 가족들과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지원을 받은 택배노동자의 이야기

장호성 [CJ대한통운 용호동배송] 방학만 되면 아이들을 친척집으로 보내려는 애들 엄마와 가기 싫다고 말썽 부리지 않을 테니 보내지 말라는 애들 사이의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방학이 끝날 쯤이면 바닷가에서 방학 숙제 제출용 사진만 찍고 돌아서곤 해 마음이 찢어지곤 했었는데 1박2일로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제출용 사진 말고 진짜 사진을 찍고 돌아왔습니다. 

구무진 [CJ대한통운택배 주례동배송] 처음으로 경주로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원래도 밝은 편인데, 할아버지 고모와 함께 떠난 첫 여행이 너무나 인상 깊었는지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행 갔었던 일을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계속 이야기하고 있으며 다시 다른 곳으로 또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조르고 있습니다. 너무 어린 막내딸이 아빠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 이후 많이 친해진 것 같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10년 전 택배노동자들의 문제를 세상에 처음 알려내 사람 고 박종태열사입니다.  박종태 열사를 직접 찾아가는 기행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열사의 묘역을 직접 방문하고 열사의 삶을 강연으로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10년 전 한 건당 배송료가 920원이었는데 2021년 한 건 배송료가 700원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영화보자! 

많은 택배노동자들이 관심을 가졌고 많은 신청을 해주셨던 사업이 바로 영화보기 행사입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을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과 영화보기는 토요일 19시에 진행했는데 토요일 19시까지 일을 마칠 수 없어서 신청을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었고 신청을 했는데 일이 마치지 않아 영화관에 오지 못한 신청자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선착순으로 50명 신청을 받았는데 절반도 영화를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이게 바로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캠페인  

이번 프로젝트는 고객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 집 택배 노동자와 더불어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민 참여형 연대활동을 목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의 마무리는 시민들과 택배노동자에게 제작된 차량용 스티커를 배포하고 택배차량과 고객들의 승용차에 부착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로 이번 사업을 마무리했습니다. 
 

마무리 

프로젝트가 시작될 무렵 정부가 직접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아내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내심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주5일 노동이 실현된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진행될 수 없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택배노동자들의 주5일 노동은 합의되지 못했고 택배사가 자율로 시범 운영을 해보자고 논의했지만 작년 한해 어떠한 시범적 운영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2019년 고객들의 “#8월 14일_택배 없는 날”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많은 시민의 참여  택배 서비스 출범 28년 만에 택배 없는 날을 만들어냈지만 토요일은 택배없는날 프로젝트는 결국 성공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5일 노동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택배노동자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어떤 변화들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찾으려고 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고 노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더 많은 사업이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택배노동자들의 주5일 노동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글, 사진 : 부산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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