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1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우리 모임이 제안한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이 ‘신구주민 만나기, 관계 잇기’라서 마을에 있는 경로당, 이장님, 상인회장, 부녀회장님, 가게 등을 찾았다. 교류가 있었던 분들이 아니라 온통 새로 만나는 분들이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 나를 위해서도 마을에 계신 분들을 알고 친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도 안전하게 커갈 테고, 우리 어른들도 인사하고 지내는 분들이 많을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장님을 처음 뵙고 우리 모임을 소개하자 교회에서 온 줄 아셨다. 마을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과 같이 ‘놀’ 수 있는 꺼리들을 차근차근 찾아나갔다. 그래서 마을에서 60년을 살아오신 노인회 총무님을 소개해주셨고 오래된 그 분 댁에서 우리 마을의 옛날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된 어르신 댁은 지붕만 현대식으로 고쳤을 뿐, 외양간도 남아있고 마당에 있는 나무들, 농기구들이 박물관을 연상케 했다. 어르신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우리 마을의 옛날을 상상해보았다. 농촌이었던 마을, 금호강을 건너 학교를 다니셨다는 이야기, 우물이 동네에 하나밖에 없어서 물동이를 이고 지고 물 뜨러 다니셨다는 말에 아직 도심 한 복판에 남아있는 녹지로 묶여있는 땅이 그 밭이었겠구나 싶었다. 어르신과의 만남은 대구 영남일보 ‘동네뉴스’에도 실려 어르신과 아이들의 만남이 사진과 글로 기록되었고 대구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에서 사진부문 기록물 상도 받았다.

그 후로 몇 번을 찾아갔는데 엇갈렸는지 뵐 수가 없었다. 경로당이 코로나로 일 년 내내 폐쇄되어 있음이 안타까웠다. 연세가 많으신데 건강하셔서 전화를 드려도 잘 받으시는 것을 떠올리고 약속을 하고 다시 만나 뵙고 상 받은 것과 받은 꽃을 드렸다. 기뻐하시면서 지금 바로 경로당에 같이 인사하러 가자시는 걸 선약이 있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을 정도로 처음 보는 우리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주셨다. 2021년에 변화의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얻은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경로당에 언제든 놀러오라는 그 말씀!

코로나 상황으로 만남이 무산되고 계획했던 일이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제일 크게는 코로나 상황으로 마을의 어르신들을 뵙지 못하게 된 것.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사업비를 반납할까 라는 생각도 하며 맥이 빠져 있던 중 담당자님으로부터 내부 구성원 역량 강화에 일정 부분 할애해도 좋겠다고 조언해주셔서 그 때부터 우리 모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모임 구성 3년차이지만 육아하랴, 일하랴, 놀삶 일하랴 늘 바쁘게 지내서 서로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 부족했던 차였다. 그저 공동의 목적만 갖고 모였을 뿐, 각자 힘든 부분에 대해 개선방법에 대해 얘기 나눌 새가 없어서 뭔가 한계에 차있던 터였는데 이런 기회가! 마을에서 활동하시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퍼실리테이터 선생님을 초청해 우리 모임의 이야기를 들었다. 늘 외부적으로 활동하고, 아이들 위주로 컨셉을 잡다가 우리 이야기를 위한 시간을 가지니 낯선 느낌이었다. 그동안 문제가 있어도 얘기할 시간과 방법이 없었다는 것, 누군가에게만 늘 일이 몰려 버거웠다는 점, 서로의 마음을 몰라 오해가 쌓인 부분을 각자의 의지로 말하고 털어냈다.

그리고 월 정기회의를 만들고 대청소날, 우리를 위한 학습회가 만들어졌다.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이나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비슷하듯 일단 저지르고 난 뒤에 중요하니 앞으로 마을 분들과 어떻게 관계를 확장해나갈지, 우리 구성원들도 어떻게 더 끈끈하게 돕고 지낼지 새로운 과제가 생겨 일상을 살아낼 의욕이 생긴다. 

 

또, 마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친밀해지는 기회가 되었다. 알고는 지냈지만 만나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었던 분들을 초청해 같이 놀 거리를 만들어 신규회원, 마을 주민과 함께 했다. 어르신을 뵙는 일은 잠시 보류되었지만 마을에 계신 활동가 선생님들과의 관계는 좀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된다. 육아 선배맘과의 프리토크, 마을 활동가이며 침선 공예가분과의 수업, 마을주민이 모이는 사랑방인 마을카페 콩닥콩닥 대표님과의 핸드드립 수업 등 이야기가 있고 관계가 확장되는 프로그램마다 차곡차곡 사람들의 마음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2021년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으로 처음 뵐 수 있었던 상인회장님, 서재1리, 2리 이장님, 부녀회장님, 대경 신협 분들 뿐 아니라 마을에서 활동하시는 활동가분들, 주민 분들과 관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 아예 모르던 사이가 이제 인사는 할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인사만 하고 지내던 사이에서 차 한 잔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음이 작년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된다. 알고 보니 재주가 다양해 나누면 재미꺼리가 많은 분, 새로 알게 되어 우리 아이들을 예쁘다 해주시는 분들 등 2021년은 마을에서 사람들과 만나 관계를 이어나가는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었다.

변화의 시나리오 이야기를 놀삶 밴드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여 후기도 공유하고 감회를 나누며 지낸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 웅크리고 위축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니 재난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마을과 공동체 활동으로 코로나 2년을 이겨내고 올해도 함께할 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연초 계획을 세워본다. 

 
 
글, 사진 : 공동육아학부모모임 – 마을메이커스페이스 놀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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