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1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다른몸들은 2021년도 변화의시나리오 지원 사업으로  “질병권 보장을 위한 담론 만들기: 잘 아플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라는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된 문제의식은 우리는 아플 수 밖에 없는 사회를 살고 있으며, 이런 사회에서는 잘 아플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한국 사회에서 시민들은 긴 노동시간, 안전하지 않은 일터(산재사망 1위), 대기오염, 관리되지 않는 위험물질 등으로 건강을 위협 받으며 구조적으로 아플 수 밖에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아픈 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만성질환들은 완치가 어렵고, 아픈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건강 증진을 말하는 것 이외에도, 아픈 몸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른몸들에서는 돌봄, 아픈몸 노동권, 질병서사, 질병권이라는 4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강좌 및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습니다.

강의: 교차하는 현실 속 잘 아플 수 있는 사회를 위한 돌봄

한국 사회에서 돌봄은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러온 주제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돌봄이 누구에게나 중요하게 다가왔고 돌봄 위기가 강조되었습니다. 하지만 돌봄에 관한 담론은 주로 돌봄 노동자의 처우와 돌봄의 부재와 같은 한정적 논의 중심이었습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갖고, 돌봄을 보다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사유해야 돌봄에 관한 우리 사회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준비한 강좌입니다. 

페미니즘에서 보는 돌봄, 보건의료에서 보는 돌봄과 같은 주제부터, 돌봄이 필요한 당사자 입장에서 돌봄의 문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돌봄의 주제, 신자유주의가 강조하는 자기 돌봄의 불온성, 시민적 돌봄, 돌봄문제의 이주화와 인종화, 대구 팬데믹에서 보여졌던 돌봄위기 등을 다양한 활동가, 연구자, 당사자들이 강사로 나서서 진행하였습니다.

이 강좌는 애초 30명 정도의 수강생을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200명이 수강신청을 해서, 준비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강의 수강생들은 보건의료, 여성, 장애, 사회복지, 문화예술 분야 활동가나 연구자가 많았고, 이 외에도 주부나 의료인도 적지 않은 수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강의를 수강한 시민들은 돌봄이 이토록 다양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지 몰랐다는 의견부터, 자신의 자리에서 돌봄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을 탐색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돌봄 강좌를 토대로, <한겨레 21>에 “돌봄을 돌보기 위하여”라는 꼭지명으로 연재를 진행했고, 이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이후 책으로 출간해 달라는 시민들의 문의가 지속됐고, 현재 강의 내용을 토대로 책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 여름이면 시민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겨레21 기사보기 
 
 

라운드 테이블: 아픈 몸 노동권의 현실과 의미

한국 사회에서 ‘아픈 몸 노동권’은 사실상 잘 제기되지 않은 주제입니다. 하지만 아픈 몸들은 아프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동시에 아프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배제됩니다. 항암이 끝나고 의사가 노동시장에 복귀해도 된다고 했지만,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오래전 암 진단 경력을 알고는 해고를 하기도 합니다. 사회 안전망이 허술하고 상병수당이 아직 초보적인 한국 사회에서 질병은 곧 빈곤과 절망의 의미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아픈 몸도 적절한 노동권과 임금이 보장되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지 가능성을 찾아보기 위한 라운드 테이블이었습니다.
 
 

라운드테이블: 질병서사는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사회에서 질병서사는 질병 극복 수기이거나, 신앙적 고백 같은 형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질병서사들은 질병을 ‘개인화’ 하며, 질병 발생의 사회 구조적 맥락 즉 빈곤, 계급, 젠더 등의 결과를 지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에 다른몸들에서는 질병은 사회 구조적 문화 등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질병의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는 ‘저항적 질병서사’ 작업을 아픈 몸 당사자들과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이 작업의 결과물은 언론 비마이너 및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를 통해 연재가 되었고, 또 한편 『질병과 함께 춤을』(기획 다른몸들, 푸른숲), 『아픈 몸 무대에 서다』(기획 다른몸들, 오월의 봄)로 출간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라운드 테이블은 질병서사가 저항의 언어로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라운드테이블:질병권 개념의 가능성과 급진성

우리 사회는 아픈 몸이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회복되지 않는 아픈 몸들에게는 건강을 되찾는 방안 보다, 아픈 상태에서도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 즉, 질병권(잘아플권리)가 더욱 절실합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아픈 몸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며,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질병권을 통해 자신의 아픈 몸을 재해석했더니, 절망이 아닌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또 한편 기존 건강권 담론의 한계를 질병권 개념으로 넘어서고, 대안을 창조하는 급진적 개념이라는 논의도 이어졌습니다.
 
 
 
글,그림 : 다른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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