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가 2021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미얀마 분쟁지의 인권침해에 대한 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글은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이런 말이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미얀마 분쟁지 인권침해의 실태를 조사하는 일은 미얀마 활동가들이 평화 운동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로 한 작업이었다. 때는 2019년 8월, 아시아넷이 진행하는 미얀마 NGO 활동가들의 역량강화 훈련인 룰루랄라 치칭킹킹 프로젝트에서 만난 아이작에게 분쟁지인 펠라트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고 그곳의 ‘여성’들이 겪는 피해가 어떤 것인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때만 해도 미얀마 분쟁에 대해 많은 정보가 없던 터라 이것저것 마구잡이 질문 공세 끝에 ‘조사 같은 건 한번도 안 해본거야?’ 라고 물었고 아이작은 ‘조사를 해야 하지만 조사에 필요한 돈이 없어. 너희가 조사 비용을 좀 줄래?’ 라고 했었다.

아이작은 조사를 끝내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보고서를 발간할 수 없는데 이런 조사 활동 자체가 미얀마 활동가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보고서를 발간하여 미얀마로 보낸다면 그것을 인용하는 형태로 자신들의 평화 운동을 구축해 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이런 말이 안되는 일들이 미얀마의 분쟁지에서는 수시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기에 (조사 비용을 마련라는 일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해 볼게’라고 답했었다. 그것이 2년간의 조사 지옥에 빠지게 된 출발이었다.

광주로 돌아와 이 조사를 함께 수행할 사람들을 모으고 예산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닌 끝에 어렵게 예산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작을 비롯한 쿠미의 활동가들은 외국팀 그것도 K-드라마로 유명한 한국팀과 팔레트와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몹시 반가워했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활동 양식, 현지 조사 체계를 가진 두 나라의 활동가들은 좌충우돌, 줌 미팅을 통해 조사 설계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라는 역병이 전 세계에 창궐하였다. 미얀마도 예외가 아니어서 조사 활동을 시작 한지 1주일 만에 양곤과 팔레트와를 연결하는 항공과 버스등 모든 교통편이 끊기고 때때로 인터넷마저 끊기면서 현지 상황이 오리무중일때가 많았다.

코로나19, 더 격화되고 있는 무장 분쟁, 분쟁으로 인한 군사적 이유 때문에 더 강력해진 통행 제한등 너무 많은 위험 변수속에서 애초 목표했던 조사 인원 300명을 150명으로 축소하면서 서둘러 조사를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조사가 마무리된 후에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다보니 일부 조사 자료와 녹음 파일들을 폐기해야만 했고 천신만고 끝에 150명분의 설문지와 사진등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쿠미어 설문지를 영어로 번역하여 한국에 보내 다시 구글번역기로 대략의 의미만이라도 파악할수 있도록 번역하는 것으로 지난한 2020년 작업이 끝났다.

<보고서 표지_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제공>

<보고서 표지_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제공>

 

이렇게 마무리한 현지 조사를 제대로 번역하고 정식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2021년 올해 해야 할 일이었다. 예산 마련을 위해 연초부터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번번히 거절당하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아름다운 재단의 공모에 선정되어 보고서 발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설문 원자료를 번역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시간나는대로 컴퓨터와 씨름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황현철샘, 김은규샘, 김민아샘 세분 선생님들의 빛나는 노고가 이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게 했다. 한글로 작성된 보고서를 또 영어로 번역하고 한글과 영어를 넘나들기를 몇 달…. 틈틈이 모여서 보고서의 형태를 잡아가는 한편, 보고서 발간 이후에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우리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밤이 늦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미얀마 분쟁지 조사팀의 고민은 보고서 발간으로 우리의 할 일이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 미얀마가 처해있는 참혹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어가는 과정이었다.

<보고서 편집회의 _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제공>

<보고서 편집회의 _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제공>

 

미얀마 분쟁지의 인권침해 조사 

미얀마 분쟁지의 소수민족들의 인권 탄압 실태를 주민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할수 있는 기록물을 남겼다는 사실은 매우 큰 자부심으로 남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받지는 못 할지라도 아시아, 인권 문제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돈, 정보가 취약한 지방에서 국제협력 활동을, 그것도 그 어려운 ‘인권’ 이슈를 화두로 삼아 활동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모든 일이 다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사업을 위한 예산을 모으는 일은 더 어렵다. 2019년 말, 첫 실태조사 논의를 시작하면서부터 부딪힌 예산확보의 난관은 끝까지 우리를 괴롭혔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기관과 단체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계속 거절당했고 올해 보고서 발간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아름다운재단 공모 신청에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2년 사업의 마무리를 할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아름다운재단에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 처음 이 조사를 할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광주인권평화재단, 현안 워크숍으로 공론화 작업을 이끌어주신 광주여성가족재단에도 더불어 감사를 드린다.

여러 어려움 끝에 무사히 보고서가 발간되어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론 보고서 발간 이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찾고 추진이 필요한,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에서 부담 역시 적지 않다. 현재 미얀마 전역이 분쟁지가 된 상태에서 활동가들 대부분이 수배, 도피한 상태인데다 거의 날마다 교전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친 주의 경우 무장 투쟁이 격화된 지역으로 9개 타운십중 6개 타운십에서 시민방위군과 미얀마 군대간의 교전이 치열해짐에 따라 IDP주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규모일지라도 IDP 주민들의 긴급한 필요에 부응하는 것으로 비상식량, 약품등 긴급구호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이지만 언제까지 이것을 할 수 있을지. 미얀마 활동가들을 통해 수시로 듣고 보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은 더 폭 넓고 지속적인 지원을 요구하지만 우리의 현재 상황은 전혀 그러할 수 없으니 안타까움만 가득하다.

고통에 공감하고 평화를 위한 지지와 행동에 나설 수 있기를

보고서의 목적은 첫째, 미얀마 분쟁지역의 소수민족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 현실을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과 둘째, 미얀마 활동가들이 이 보고서를 활용하여 팔레트와 분쟁에 대한 미얀마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평화운동의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목표는 앞으로 꾸준히 진행해 가야 하는 일이라 할수 있지만 두 번째 목표는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미얀마는 펠라트와 지역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쟁이 미얀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 피해 역시 엄청나게 발생하면서 미얀마내의 평화 구축을 위한 운동을 추진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미얀마 분쟁을 보도하는 뉴스의 뒤편에 위치해, 잘 보이지 않는 주민들의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일한 자료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보고서를 읽을 더 많은 이들이 미얀마 분쟁지 주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미얀마의 평화를 위한 지지와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아이작과 쿠미 활동가들을 비롯해 목숨을 걸고 IDP주민들을 돕고 있는 수 많은 미얀마 활동가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미얀마에 하루빨리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도한다.

글 :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 Gwnagju Asia Sisterhood (gjasiasist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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