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집]이 2021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해외입양아카이브 기초데이터베이스 자료집을 발간하였습니다. 이 글은 뿌리의 집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외입양아카이브의 첫 걸음을 돌아보며

1953년 이후 지난 68년간 20만 명이 넘는 아동이 해외로 입양 보내졌다. 이 과정에서 호적 만들기를 통해 입양인의 기록이 멸실, 위조, 조작, 대체, 혼합되었고 인권이 훼손되었다. 본 사업은 해외입양인당사자들의 알 권리, 과거 해외입양절차에서 밝혀져야 할 과거사 진실규명 및 해외입양의 담론을 확장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상상속에서만 그려온 ‘해외입양인권아카이브(가칭)’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로서 아름다운재단의 스폰서 사업을 통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고민과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구축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사업을 통해 꿈을 현실로 내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실제 구현가능한 기본계획과 기초 데이터베이스를 목록화하는 일은 해외입양아카이브의 첫 걸음이다.

전 과정에 아카이브분야의 최고전문가그룹인 아카이브랩이 함께해주었다. 해외입양아카이브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사전설문 설계부터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가이드, DB목록화, 컨텐츠 큐레이션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해주었다. 혹시 아카이브구축을 위한 고민을 하고있는 비영리단체가 있다면 아카이브랩을 통해 방향과 실행을 위한 협력을 받을 수 있다.

<해외입양아카이브 기초데이터베이스 자료집 표지_뿌리의집 제공>

 

68년간 한국사회에서 숨겨져 온 해외입양인의 목소리

세계적 지평에서 국가 간의 아동 입양(Intercountry Adoption)은 2004년부터 퇴조를 거듭하고 있다. 이 국가 간의 아동 입양의 종주국가인 한국은 이 퇴조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송출국가로서의 명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232명을 송출했고, 중국과 우크라이나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국가 간 아동 입양에 있어서 세계 최대 아동 송출국이며 최장기지속국가이다. 코로나 통제에 있어서 가정 선진적인 면모를 과시했던 나라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미국과 유럽 각국으로 자국 아동들을 밀어 넣었다. 이 땅에 태어나는 아동의 삶을 보듬는 일에 있어서 수오지심을 상실한 지 오래된 어른들의 나라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러나 다른 흐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유럽 여러 국가들은 국가 간 아동 입양에 관한 반성과 성찰이 거듭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등의 국가 들은 국가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국가 간 아동 입양 실천의 과정에서 훼손된 입양인들의 인권에 대한 조사를 하고 속속 발표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해외입양 아동의 수령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뿌리의집의 가장 큰 걱정은 과거사 재조명의 환한 빛 아래 놓일 자료의 부재이다. 아카이브 작업이 결국 이런 걱정을 덜어 주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일단 한없이 미미하지만 출발의 시동을 걸어 본다. 해외입양아카이브(가칭)는 2003년 이후 해외입양인 권리옹호운동을 18년간 펼쳐온 뿌리의집의 그간의 활동기록을 수집하고 목록화하여 해외입양담론을 확장할 수 있는 기초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해외입양아카이브 기초데이터베이스 자료집은 해외입양의 담론을 확대하기 위한 기초자료와 인권운동의 기록들을 수집하고 목록화하였으며, 이 자료는 해외입양인 당사자 및 전문가, 이해관계자 그리고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뿌리의집 해외입양아카이브 기본계획수립 및 기초DB 구축을 위한 과정

  • 4~5월 해외입양아카이브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기획 회의
  • 5~6월 비전워크숍을 위한 사전설문조사(구글 서베이), 국내외 해외입양인 당사자, 학자, 연구자, 활동가 등 총 300여명 홍보, 40명 응답
  • 6월 증거와 기억의 축적을 위한 해외입양아카이브 기본계획수립1-비전 워크숍
  • 7월 증거와 기억의 축적을 위한 해외입양아카이브 기본계획수립2-실행준비 워크숍
  • 7월~9월 해외입양아카이브 기초 DB 목록화(DB수집, DB구축교육, 입력, 모니터링)
  • 8월~9월 해외입양아카이브 컨텐츠 큐레이션(주제선정, 컨텐츠 구성 등)
  • 9월 해외입양아카이브 기초데이터베이스 자료집 발간

담론을 확대하기 위한 기초자료인 아카이브

최근 비영리섹터에서 다양한 공익목적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회적 사건이나 이슈를 아카이브화(우토로마을아카이브, 1997외환위기아카이브, 4.16모으다, 노근리아카이브)하거나 단체핵심활동의 기록을 모으고 체계화한 주제별 아카이브(카라아카이브, YWCA아카이브, 환경아카이브;풀숲, 여성인권운동아카이브 아카이브문) 등 다양한 아카이브를 접할 수 있다. 

뿌리의집은 전세계 해외입양인 당사자와 전문가, 이해관계자, 일반 대중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 해외입양 과거사’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디지털 해외입양아카이브가 구축되길 기대하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록을 모으고, 더 많은 공감대와 사람, 재정을 확보해야하는 과제가 있을 것이다. 이 시작을 함께해준 아름다운재단에 감사를 전한다. 이번 아카이브를 통해 68년간 한국사회에서 숨겨져 온 해외입양인의 목소리와 권리를 조금씩 드러내고 확장하고자 한다. 이번 해외입양아카이브 기초데이터베이스를 시작으로 향후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의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

글 : 뿌리의집 (koroo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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