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박강빈 캠페이너는 <자립 100days> 프로젝트를 통해 의식주 문제를 비롯해 고지서 납부, 세탁기 고장, 응급실 문제 등 보호종료아동이 경험하는 100가지의 일상 속 자립 이야기와 감정들을 100일 동안 가상의 보호종료아동 ‘백우리’로서 전했습니다. ‘백우리’가 전한 100가지 이야기 속에 담긴 박강빈 캠페이너의 생각과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박강빈의 리그램을 시작합니다. *리그램이란? 기존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채널에 업로드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 |
안녕하세요. 박강빈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인사말이 있죠? ‘밥 먹었어?’, ‘밥 한 번 먹자’ 비록 이 인사가 빈 말일지라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이 담긴 한 마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제목에 적은 ‘밥 한끼 먹어요’는 밥 한 끼 먹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립100days>를 위해 열여덟 어른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니 정말 하루에 밥 한 끼만 먹는 당사자도 있었거든요. 열여덟 어른들에게 한끼를 챙겨 먹는다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일 중 하나입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아동양육시설은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사 선생님께서 계셨고, 정해진 식사시간과 식단표가 있어 매 끼니를 챙겨 먹는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립을 시작한 ‘우리’는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을까요?
인스타그램 <자립 100days>에 실은 4일차 내용은 자립 초기의 저, 그리고 같은 시설에서 생활했던 열여덟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열여덟 어른들은 끼니를 잘 챙기고 있을까요?
자립을 시작하고 너무 좋다는 친구도 막상 삼시세끼 걱정하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고 하더라고요. 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장을 보거나 요리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막상 자립을 하고 처음으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고민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퇴소를 앞두고 자립 교육을 받게 되는데, 교육 프로그램에는 식재료 관리부터 식단표 구성까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교육’으로는 익숙해 지기 어려웠어요. 비교적 일반 가정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그룹홈에서 생활한 당사자들은 직접 요리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립 이후에 장을 보거나 요리를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합니다. 또 퇴소 전에 자립생활관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 맛보기로 경험했기 때문에 익숙해졌다는 후배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곳에서만 가능했던 생활밀착형 자립교육이 그 친구들이 밥을 잘 챙겨 먹는데 한 몫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중 대다수가 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 이유는 ‘장을 보거나 요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요? 자립준비청년이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나요? 맞습니다. 아마 귀찮아하는 개인의 성향도 반영되었을 것 같아요. 저 마저도 자립초기에는 유튜브를 보며 취미 삼아 요리를 했는데 지금은 귀찮아서 배달 음식 앱의 VIP가 되었는걸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습관화’입니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시설에서 보냈습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함에서 벗어나 조금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기 위해 저 먼저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겠네요.😊
아, 그리고 인터뷰 참여해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하려고 연락한 것도 있지만 잘 지내는지 궁금했어. 우리 진짜 밥 한끼 먹자.”
👉 박강빈 캠페이너 인터뷰
👉 1편 – 우리의 퇴소 첫날 밤을 기억하다
👉 2편 – 우리 밥 한끼 먹어요
👉 3편 – 우리에게 언제나 처음은 어렵다
👉 4편 – LH 집 있나요?
👉 5편 – 우리는 오늘도 자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