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박강빈 캠페이너는 <자립 100days> 프로젝트를 통해 의식주 문제를 비롯해 고지서 납부, 세탁기 고장, 응급실 문제 등 보호종료아동이 경험하는 100가지의 일상 속 자립 이야기와 감정들을 100일 동안 가상의 보호종료아동 ‘백우리’로서 전했습니다. ‘백우리’가 전한 100가지 이야기 속에 담긴 박강빈 캠페이너의 생각과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박강빈의 리그램을 시작합니다.

*리그램이란? 기존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채널에 업로드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

퇴소 이후에 얻게 된 집이 열여덟 어른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저는 “우리 집으로 가자.”라는 말을 학창시절에 한 번도 내뱉지 못했었거든요. 보육원에 산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었을 뿐만 아니라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 개인의 공간은 당연히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열여덟 어른에게 내 집 마련은 단순히 공간적 의미를 넘어 자립을 시작하는 첫 단추와 같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거리낌 없이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공간,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니까요.

물론 내 집 마련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주제입니다. 열여덟 어른의 50% 이상이 LH 임대주택에 거주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인터뷰이 중에서도 친구나 지인 집에서 동거한다는 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LH임대주택에 거주 중이었어요. 임대주택은 보증금과 월세 측면에서 확실히 부담이 적기 때문에, 구하는데 성공한다면 안정적인 자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구하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거에요. 지역 별 임대주택 수급 수준, 자립 전담 요원 선생님 동행 여부, 개인의 자립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임대주택 지원 제도를 통해 집을 구하는 과정은 긴 여정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거든요.

오늘은 열여덟 어른의 ‘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자립100days> 백우리의 인스타그램 71일차의 내용은 실제 인터뷰했던 당사자 중 LH를 통해 집을 구했던 당사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저 박강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LH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만 부동산 어플로 구하는 건 물론 직접 부동산에 찾아가 발품을 팔아도 쉽지 않았습니다. 의식주는 기본이라던데 기본 중에 기본인 주거를 마련하기가 참 쉽지 않네요. 다른 열여덟 어른들의 집을 구하는 과정은 어땠을까요?

당사자 인터뷰 내용을 인스타그램 댓글 형식으로 구성해보았습니다

“교통 편이 좋고 깔끔하고 넓은 집을 구하고 싶어.” 원하는 집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감을 갖고 공인중개사님과 집을 돌아볼 때마다 어쩐 일인지 조건을 하나씩 내려놓게 됩니다. 어느 순간 “집을 구하고 싶어.”가 되어버리죠. 꿈에 그리던 집은 아니더라도 당장 살 집을 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LH는 일반 주거 계약보다 필요한 서류나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많은 집주인 분들이 꺼려하시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인지 매물도 많지 않습니다.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쉬워도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집을 구하는 과정은 서툴 수밖에 없어요. 계약서, 서류, 용어 등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거든요. 이럴 때 계약서 작성 과정까지 동행해 줄 수 있는 어른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LH에 유스타트 상담 센터는 아주 훌륭한 제도 인 것 같아요. 기존에 콜센터에 전화할 문의사항이 있다면 “아, 일단 저는 보호 종료 아동이고요. 소년소녀 전세임대주택을 이용하고 있고요. 네, 담당 부서 돌려주신다고요? 네 그…” 꽤 길게 말해야 실무 담당자에게 닿을 수 있는 경우가 허다했거든요. 그런데 유스타트 상담 센터는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있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도 중 개인의 상황에 맞는 지원 유형을 추천해 주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맞춤형 상담의 소통 채널이 주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거지를 마련하는 과정은 고되고 어렵겠지만 ‘집 구하기’에 성공했다면 행복한 선물을 받을 거에요. 첫 시작이 언제나 만족스러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열여덟 어른의 자립의 첫 순간이 아쉬움과 현타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집을 찾는 열여덟 어른 모두 꿈꿔왔던 ‘조건’에 맞는 집을 찾는 그 순간까지 파이팅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음껏 꿈꾸고 행복한 자립을 해 나가길 바랍니다😊

👉 박강빈 캠페이너 인터뷰
👉 1편 – 우리의 퇴소 첫날 밤을 기억하다
👉 2편 – 우리 밥 한끼 먹어요
👉 3편 – 우리에게 언제나 처음은 어렵다
👉 4편 – LH 집 있나요?
👉 5편 – 우리는 오늘도 자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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