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박강빈 캠페이너는 <자립 100days> 프로젝트를 통해 의식주 문제를 비롯해 고지서 납부, 세탁기 고장, 응급실 문제 등 보호종료아동이 경험하는 100가지의 일상 속 자립 이야기와 감정들을 100일 동안 가상의 보호종료아동 ‘백우리’로서 전했습니다. ‘백우리’가 전한 100가지 이야기 속에 담긴 박강빈 캠페이너의 생각과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박강빈의 리그램을 시작합니다. *리그램이란? 기존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채널에 업로드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 |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죠. 저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모르는 일들을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주변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해결해가고 있지만 자립 1~2년 차에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프린터기 앞에서 벙쪄있는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사소한 일인데 처음이라 어려웠던 순간들로 가득했거든요.
<자립100days>에서 전한 백우리의 자립에도 처음이라 어려웠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처음’이라 어려웠던 열여덟 어른의 자립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자립 100days> 백우리의 인스타그램 39일 차의 내용은 실제 자립 5년 차 열여덟 어른의 이야기입니다. 자립 후 첫 집에 노란색 우편들이 왔는데 이게 뭔지 몰라서 차곡차곡 쌓아뒀다고 해요. 알고 보니 전기, 수도세, 가스 고지서였다고 합니다. 이 고지서의 정체를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요? 이처럼 자립 이후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는 당혹스러운 일들이 참 많습니다. 다른 열여덟 어른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일들을 마주했을까요?
고지서 외에도 다양한 경험담을 듣게 되었습니다. 커튼을 구입하고 싶은데 사이즈 측정법을 몰라 구하지 못하지 못하고 원래 자연광을 좋아한다고 둘러댄 후배의 이야기, 가스밸브를 잠가야 화재 예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립한 지 6년 만에 알게 된 선배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또 집 안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겨 해결해야 할 때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러웠다는 일화들도 있었습니다. 물이 새는 냉장고나 고장 난 변기 레버 그리고 연기가 나는 보일러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놀랐다는 이야기들이요. 시설에서 생활했을 때는 관리 과장님이 오셔서 뚝딱 고치고 가셨으니 큰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던 일들이었습니다.
생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직장 내 예절, 적당한 축의금의 금액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입사 초기에 별로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서 20만 원이라는 축의금을 내기도 했었어요. 나중에서야 3, 7, 10이라는 ‘국룰’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옷은 어떻게 입고 가야할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부끄러웠던 일들이 많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이라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 처음을 누군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어른이 된 후에도 ‘처음’이 가득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내 고민은 너무 사소한 게 아닐까?”
‘우리’는 다정하게 알려줄 선배 어른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소한 것들은 사실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그 사소함이 쌓여 우리에겐 경험으로 남을 테니까요. 또 다른 선배들도 비슷한 상황들을 경험했으니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세요. 선배 어른들로부터 받은 도움에 대한 보답은 훗날 우리가 후배들의 ‘처음’을 함께 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겁니다.
👉 박강빈 캠페이너 인터뷰
👉 1편 – 우리의 퇴소 첫날 밤을 기억하다
👉 2편 – 우리 밥 한끼 먹어요
👉 3편 – 우리에게 언제나 처음은 어렵다
👉 4편 – LH 집 있나요?
👉 5편 – 우리는 오늘도 자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