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신선 캠페이너가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들을 만나 자립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을 위한 자립교육이 왜 필요할까요? 1:1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선한 자립교육 이야기! 자립전문가 신선이 알려드립니다!

김진수(가명) 당사자 프로필

김진수(가명) 당사자 프로필

가장 어린 위탁 부모

7년 전, 진수는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게 됐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어린 진수였지만 슬픔을 빨리 털어내야 했다. 진수에겐 2살 어린 동생 진호(가명)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친척 분들 중 진수 형제의 위탁부모가 되어주신다는 분이 나타났다. 그런 위탁부모님들이 있어 진수는 든든했다. 하지만 위탁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집안일과 친동생, 사촌동생을 돌보는 일까지 모두 진수가 도맡아야 했다. 또래 친구들처럼 방과 후면 PC방도 가고, 축구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진호는 위탁부모님의 짐이 되기 싫었고, 항상 눈치를 보며 살게 되었다.

그렇게 자라, 만 열여덟이 된 진수는 보호가 종료되어 자립을 해야 됐다. 하지만 자립보다 더 큰 걱정이 있었다. 친척이 위탁부모 역할을 해줄 수 없게 되면서 동생 진호가 갈 곳을 잃은 것이다. 고등학교 축구선수였던 동생 진호에게는 아직 심리적, 경제적인 지원이 꼭 필요했다.

진수는 동생 진호를 지원하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생의 법적 보호자가 되기 위해 위탁부모가 되기로 했다. 만으로 열여덟, 진수는 가장 어린 위탁부모가 되었다.

교육 당시 진수가 직접 작성한 뇌 구조 테스트

교육 당시 진수가 직접 작성한 뇌 구조 테스트

‘00’이 없는 진수의 자립

해방감, 생활비, 군대, 동생, 직업, 집 관리…

이제 막 자립을 한 진수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 많은 고민을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수는 주변에 경제적으로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없었다. 또한 가정위탁의 특성상, 보호종료가 된 친구들과의 네트워크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도, 자립정보를 공유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부족했던 것이다.

진수의 자립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진수는 이번 교육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그런 진수에게 나는 자립 정보를 알려주는 선배이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서 듬직하고, 앞으로도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들

진수의 가슴 한 편에는 숨겨둔 꿈이 하나 있습니다.

진수가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

진수는 생계 때문에 새벽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진수에게도 숨겨둔 꿈이 하나 있다.

진수는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늘 축구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축구선수를 꿈꾸는 동생과 달리, 진수는 축구를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일을 하는 지금도 하루에 1시간이지만, 유소년 축구 지도를 쉬지 않고 하고 있다. 그래서 진수는 대학에 가서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동생 진호가 계속 운동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기에, 진수는 자신의 꿈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진수가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대학 입학을 앞두고 돈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국가장학금이나 기초생활수급 지원 등이 있어 생각만큼 경제적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진수에게도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그리고 직접 진수가 눈으로 보고 꿈꿀 수 있도록 ‘대학 탐방’을 교육 내용으로 정했다.

대학교 입학처에 방문한 진수

대학교 입학처에 방문한 진수

저도 대학생이 되고 싶어졌어요!”

“처음 대학 탐방을 한다고 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어요. 돈도 걱정되고, 지원할 자신도 없었거든요.”

대학 캠퍼스에 방문한 우리는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대학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진수에게는 낯설어 보였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운동장에서 축제 준비를 하는 사람들, 과잠을 입은 학생들과 동아리를 모집하는 플래카드까지. 진수의 얼굴에는 낯섦과 동시에 부러움이 묻어났다.

우리는 입학처에 들러 진수가 이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전형들을 알아보았다. 경쟁률은 얼마나 되는지, 수시는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국가장학금은 얼마나 지원이 되는지, 입학 전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교육이 끝날 때쯤, 진수의 표정에는 부러움을 넘어 설렘이 피어나고 있었다.

“막상 캠퍼스를 둘러보고, 입시전형이나 장학금을 알아보니까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진짜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저도 대학생이 되고 싶어졌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있다, 섣부른 걱정만으로 꿈을 포기하려 했던 진수에게 이번 교육이 꿈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을 넘어, 직접 마주해본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입시 정보를 보고 있는 진수

입시 정보를 보고 있는 진수

신선한 시선

위탁가정에서 살아온 진수를 보며,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나와는 삶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이 ‘네트워크’였다. 나는 보육원에 살며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자립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배울 점도 있었다. 또 자립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선생님, 보육원을 통해 연결된 장학재단 등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있어 자립을 잘 준비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진수는 위탁부모님과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전부였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선배나 친구가 없었다. 여러 문제가 겹쳤을 때, 동생을 위해서 꿈을 포기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던 진수. 그런 진수에겐 길을 함께 걸어줄 사람은 물론,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만약 진수 곁에 더 많은 사람과 사회적 지원이 있었다면 진수가 섣불리 꿈을 포기할 일이 없지 않았을까? 과연 이게 진수만의 일일까? 가정 형태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 반면, 정보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이는 가정위탁 아동들. 이들이 조금 더 쉽게,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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