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민간기금재단에서 2022년 4월 30일 오전 10시 우토로평화기념관 개관식을 열었습니다. 온라인 생중계 된 개관식은 우토로평화기념관 유튜브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5월 5일까지 우토로평화기념관의 의의를 다루는 온라인 심포지엄 및 미니 콘서트,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지구촌동포연대(KIN) 페이스북우토로 디지털아카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3년, 우토로평화기념관이 우리 곁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

작은 씨앗이 발아해서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생장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과씨앗이 자라 꽃이 피는 나무가 되기까지는 최소 5년에서 넉넉하게는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잣나무는 10년, 아보카도는 무려 30년이 걸린다.

우토로 마을의 옛 모습

일본 교토부 우지시의 우토로 마을. 1940년대 교토 비행장 건설현장에 모였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합숙소(함바)가 마을의 연원이다. 일본 당국의 외면과 차별로 인해 1988년도 3월까지 상수도 시설마저 없던 열악한 환경의 마을이었다. 1989년 일본 부동산회사가 주민들을 상대로 퇴거 통보와 함께 소송을 내고, 2000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강제퇴거 확정판결을 하면서 주민들은 갑작스런 강제퇴거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험지에 잡초 같은 꿋꿋한 생명력으로 마을을 지켜오던 우토로 주민들은 거세게 저항했고 아름다운재단을 비롯한 우토로 국제대책회의, 한겨레21, 민중의소리, MBC 등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 재일동포가 합심해 토지매입 모금운동을 진행한 끝에(2005~2012) 한국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마을의 1/3 토지를 매입하는 기적을 일구어 냈다.

우토로평화기념관(오른쪽 건물). 기념관 앞마당에 조선인 임시숙소 함바가 보인다. 사진 왼쪽 아파트는 2018년 완공된 시영주택이며 현재 시영주택 2호(가운데)가 건설 중이다.

이후 그 부지에 일본정부가 시영주택을 짓는 마을만들기(정확한 명칭은 불량주택개선사업으로 주민들의 역사성을 철저히 배제한 입장이다) 사업이 진행되었다. 마을의 주거 환경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한편 오래된 마을이 철거되면서 마을의 옛모습이 사라지게 되었고, 이는 우토로 마을의 역사가 사라지는 위기와도 같았다.

사람들의 마음이 다시 모아지기 시작했다. ‘우토로의 역사를 지켜야 한다’, ‘평화와 연대, 협력의 상징인 우토로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토로 마을 주민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품고 있던 씨앗은 2009년 우토로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워크숍으로부터 발아했다. 그 후로부터 13년, 그 씨앗은 나무로 자라났고 2022년 4월 마침내 물성을 갖춘 열매로 우리에게 선보인다.

기념관 (記念館)이 아닌, 기념관 (祈念館)인 이유는?

다목적홀의 비품은 ‘2021 기억할게 우토로 지원사업’을 통해 마련되었다

지상 3층의 아담한 건물, 여느 건물과 외관상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염원으로 탄생한 이 공간의 이름은 바로 ‘우토로평화기념(祈念)관’. 일반적인 기념관(記念館) 한자와 다르게, 평화를 기도하고 기원하고 생각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우토로 주민회에서 이름을 붙였다.

우토로평화기념관 2층 상설전시관

기념관 1층에 위치한 다목적 홀은 주민 교류 행사 및 인권·평화를 주제로 한 강연 장소로 쓰일 예정이다. 2층 상설 전시관에는 우토로에 재일동포들이 살게 된 이유와 해방 이후 주민들의 삶, 강제 퇴거에 맞선 투쟁 기록 등 우토로 지키기 운동의 역사가 전시된다. 3층은 특별전시관과 자료 수장고 및 다용도실로 꾸며진다. 기념관 건립을 위해 사진·주민생활용품·각종 문서 등 500여점의 자료를 수집했고, 6천여 점의 기록물을 디지털 아카이브에 수집했다.

‘2021 기억할게 우토로 지원사업’을 통해 재현된 ‘함바’ ⓒ나카야마 카즈히로(무단배포 금지)

기념관 앞마당에는 아름다운재단이 우토로 유물 보관을 위한 모금을 통해 마련한 특수 제작 컨테이너 ‘우토로 51번지’도 볼 수 있다. 과거 군비행장 건설시기 조선인 노동자 숙소였던 ‘함바’ 를 재현해 당시 시대상을 살필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2021 기억할게 우토로 지원사업을 통해 ‘함바’의 재현을 비롯해 전시 콘텐츠 제작(구술기록 콘텐츠, 디지털 역사지도, 기념관 영상), 외부 공간 ‘기억의 터’ 조성, 다목적 홀 조성 등 기념관 건립을 안팎으로 뒷받침했다. 재일동포 3세 나카무라 일성 작가가 20여 년간 우토로를 취재하며 집필한 ‘우토로 여기 살아왔고, 여기서 죽으리라’ 한국어판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출간됐다.

한일 동시 출간 된 ‘우토로 여기 살아왔고, 여기서 죽으리라’ 한국어판 표지

숱한 어려움에도 굳건했던 우토로 주민들의 뜻

우토로평화기념관의 건립이 결정되기 까지도 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지어지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여 당초 계획보다 건립비용이 큰 폭으로 초과했고, 2021년 8월에는 한 일본청년의 증오범죄로 인한 의도적인 방화 사건으로 우토로 마을의 역사를 증언하는 입간판 50여점이 불탔다. 하지만, 우토로의 역사와 평화의 정신이 우토로평화기념관을 통해 계승되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뜻은 좌절되거나 불타지 않았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입구에 설치 된 조형물

2022년 4월 30일, 드디어 우토로평화기념관이 개관을 하는 날이다. 이 날은 우토로 마을 주민들에게 잔칫날이 될 것이다. 더불어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으로 우토로평화기념관 건립에 마음을 함께한 기부자님들에게도 이 날이 잔칫날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토로평화기념관은 우리 모두의 승리의 기록이자 열매이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의 갯수는 셀 수 있지만 사과 씨앗 속에 있는 사과의 갯수는 셀 수 없다”는 오래 된 격언이 있다. 우토로평화기념관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토로의 역사와 평화, 연대, 협력의 정신을 배우고 감동을 받게 될지 상상해 본다. 마음이 벅차다. 이제 막 시작하는 우토로평화기념관의 가능성은 씨앗 속 사과와도 같기 때문이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과정 

사진 : 우토로민간기금재단, 지구촌동포연대(KI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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