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캠페이너가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들을 만나 자립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왜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을 위한 자립교육이 필요할까요? 왜 1:1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했을까요? 신선한 자립교육 이야기! 자립전문가 신선이 알려드립니다!

김수찬(가명) 당사자 프로필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된 성준

3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11살 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성준이를 홀로 키웠다. 그리고 올해 80세가 된 할머니는 손주가 부족함 없이 자라기를 바라며 아직까지도 일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였을까? 성준이는 또래에 비해 빨리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이사나 집세 납부 등의 대소사를 할머니와 의논했고, 때때로 할머니를 대신해 어른의 역할도 했다. 집안일도 혼자서 척척 해냈다. 대학 진학 준비와 국가장학금 신청도 스스로 해냈고, 그리고 요즘에는 LH까지 신청하여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어쩌면 성준이는 부모님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빨리 성숙해야만 했을 것이다.

할머니와 손자

자립 정보에 빠삭할 수 있던 이유

성준이는 가정위탁 아동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자립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왜 성준이만 특별할까? 그 이유를 찾아보니 성준이에게는 ‘사람들’이 있었다.

성준이 할머니는 지원 제도에 대해 많이 알아보는 성격이셨다. “디딤씨앗 통장이라는 게 있다더라.”, “위탁 지원센터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더라.”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아보고 신청을 권유해 주시는 할머니 덕분에 성준이는 어릴 적부터 자립교육을 자주 받아왔다.

성준이에겐 사회복지사 선생님도 있었다. 지자체마다 한 곳씩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은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성준이 집에서는 도보로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릴 적부터 할머니를 따라 자주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방문하며 선생님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센터에 가면 선생님들이 늘 반갑게 맞아줬고, 집에 돌아갈 때면 생필품까지 챙겨주셨다.

선생님들이 저에게 나쁜 일을 시키진 않을 거란 확신이 있어요.”

성준이는 가정위탁지원센터 선생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그 신뢰는 성준이가 교육에 참석하도록 했고, 장학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장성준 당사자 온라인 교육 캡쳐본

장성준 당사자 온라인 교육 캡쳐본

페인트 범벅이 되어도 즐거운 인테리어 디자인 일

성준은 어릴 적부터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대신해 집 관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구를 교체하거나, 가구를 고치는 건 늘 성준이 몫이었다. 그러다 벽지를 갈아보고, 천장 페인트칠을 하는 등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천장 페인트칠을 할 때는 요령이 없어 얼굴이 페인트 범벅이 되기도 했다.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할머니께 혼이 나고도 바뀐 공간을 보고 나면 금세 기분이 풀렸다.

힘들어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로 직업을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성준은 자신의 주거공간을 꾸미던 경험을 살려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꿈을 꾸게 됐다. 최근에는 관련 학과로 대학에 합격하며 꿈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장성준 당사자 인테리어 작업 사진

장성준 당사자 인테리어 작업 사진

꿈 그리고 진로, 복잡하지만 중요한 문제

이미 자립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성준이에게 나는 어떤 교육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성준이의 꿈과 진로에 집중했다.

보호종료 후 경제적인 걱정으로 꿈에 대한 고민도 없이 당장 취업부터 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 항상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함께해 와서 적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당연히 사회복지사가 되는 걸로 생각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 많은 교육과 사업들이 기본적인 의식주, 생계를 위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보호종료아동의 꿈과 진로 역시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자립 정보에는 능숙한 성준이도 진로에 관해서는 부족한 게 많았다.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직업 교육도 받아왔지만 단체 교육이기도 했고, 성준의 진로와는 딱 맞지 않는 내용이다 보니 기억에서 쉽게 잊혔다.

장성준 오프라인 교육 활동 사진

장성준 당사자 오프라인 교육 활동 사진

나는 이번 교육 동안만이라도 성준이에게 자신의 진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순 없었지만, 성준이의 관심사를 가장 중요하게 두고 고민했다. 그 결과 우리는 인테리어 가구들을 전시해 놓은 쇼룸을 방문하기로 했다. 쇼룸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디자인 가구들을 보며 성준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저는 부엌은 블랙 & 화이트 디자인이 좋더라고요. 결혼하면 제 집은 제가 디자인할 거예요. 그때 서재 공간은 꼭 만들고 싶어요.”

자립정보를 능숙하게 받아들였던 성준이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점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호아동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게 경험을 넓혀주고, 아동의 관심사에 맞는 지원들이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선한 시선

 

가정위탁지원센터는 광역시, 도 단위를 기준으로 전국에 18개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가정위탁지원센터가 하나밖에 없는 도에 거주하는 아동은 센터를 한 번 방문할 때 길게는 2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실제로 몇몇 아동들은 이런 물리적인 거리감이 심리적 거리감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가정의 형태를 띠는 가정위탁의 특성상, 본인이 보호아동이라는 것을 모르는 아동도 있고, 교육에 참여해 본인이 보호아동임을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아동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도 참여하지 않는 아동들이 많다고 한다. 아동양육시설과는 달리, 가정위탁아동은 자립교육이 필수가 아니라는 이유도 있다.

 

성준이의 경우, 다행히 가정위탁지원센터와 가까운 곳에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정위탁지원센터와 교류하는 일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후원과 교육이 연결되는 것도 빈번했다.

 

반면, 가정위탁지원센터와의 지리적 접근성, 가정환경을 오픈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허들을 넘지 못하는 위탁아동들은 여전히 자립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자립해서 홀로 살아가야 하는 건 가정위탁아동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방치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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