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을 잴테니 몸을 벽에 기대세요. 요즘 소화는 잘 되세요?”
“아니요. 위장약을 먹는데 그것도 종종 빼먹어요.”

경기도 시흥시의 은계마을 LH7단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은 이곳의 한 가정에서 화기애애한 대화소리가 들립니다. 이복희(가명) 어르신의 집으로 시흥희망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시흥희망의료사협) 방문의료팀이 찾아온 것이지요. 김철환 원장과 전순애 코디네이터(사회복지사), 노계희 간호조무사(임상병리사)가 어르신과 대화하며 몸에 불편한 곳은 없는지 이것저것 묻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한 경험이 있던 ‘재가노인방문의료지원사업’ 담당자인 한국의료사협연합회 조수호 활동가도 처음 접한 시흥희망의료사협의 방문의료 현장을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복용하고 있는 약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

“꽃을 무척 애지중지하시네요. 키우는 식물들 이름도 알고 계세요?” “꽃을 좋아해서 이 집에 이사올 때까지 데려온 건데, 이름은 사실 잘 몰라요(웃음).” 요즘 먹는 약, 몸에 불편한 곳 등에 대해 대화하다가 다른 주제의 말도 불쑥 튀어나옵니다. 필요한 질문과 답만 오가는 병원에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그렇게 방문의료팀은 어르신에게 건강을 돌보는 주치의이자 일상을 나눌 이웃이 되어갑니다.

건강 돌봄의 조건을 현장에서 찾습니다

“손잡이 위치를 이쪽으로 바꿔두시면 움직이면서 힘을 주기 훨씬 수월할 거예요. 걸을 수 있을 때 자꾸 걸으셔야 해요.”

방문의료팀이 어르신들의 주거지로 직접 찾아가는 데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 주거상황에서 건강을 가늠할 여러 요소를 살필 수 있다는 점이지요. 낮은 매트리스에 놓인 좌식용 의자나 화장실을 이용할 때 잡는 손잡이 위치 등, 방문의료팀은 어르신의 생활동선에 있는 여러 요소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방문의료팀이 생활습관을 교정하도록 가이드 해 주고 있다

“허리가 잘 펴지죠? TV 볼 때 이렇게 하고 계시면 좀 나아요.” 방문의료팀은 어르신에게 생활습관을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교정된 생활습관을 바로 시도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최근 처방받은 약을 묻기도 하고 해당 약들의 목록을 보면서 복용량을 줄이도록 제안하기도 합니다. 혈당을 재다가 평균치 이상의 수치를 확인하고 식단조정에 대한 안내를 추가하기도 하지요.

이런 식으로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어르신과 건강에 대화를 나눌 때, 한켠에서 코디네이터는 방문의료 현장내용을 기록합니다. 어르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살피고 돌봄에 활용할 지역자원과 연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장의 돌봄사례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도 진료와 기록이 동시에 이뤄지는 팀 방문의료는 큰 도움이 됩니다.

꼼꼼한 차트 기록은 기본

‘치료에서 예방으로’ 건강 돌봄의 관점이 변했어요

“오시면 늘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세요. 이것저것 관심을 기울여주시니 감사하지요.”

방문의료팀과의 만남은 사람과 많이 마주치지 않는 어르신들에게 그 자체로 활력이 됩니다. 진료팀과 대화하면서 몸은 물론 마음도 돌보게 되죠. 보통 어르신들은 낯선 사람들이 집에 방문하는 걸 불편해 하시지만 의료팀의 경우에는 충분히 마음을 열어주셨는데요. 이분들에게 의료팀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 됐습니다. 때로는 멀리 사는 자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상대이기도, 아픈 몸에 대해 속시원하게 털어놓는 건강 멘토이기도 합니다.

친절한 건강 멘토가 되어주는 방문의료팀

건강을 돌보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어르신들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 경험도 늘었습니다. 의료팀이 찾아올 때마다 환자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재활에 필요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법 등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은 좀더 나아지기도, 혹은 계속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건강을 계속 관리한다는 면에서 삶의 질은 한층 더 높아졌지요.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에 ‘지역’이 함께 참여하면서, 질병을 대하는 관점이 ‘치료’가 아닌 생활 속의 ‘예방’으로 바뀌는 중입니다.

맞춤형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요

“어르신들이 중풍이나 뇌졸중에 걸린 다음부터는 아이 때 걸음마를 배웠던 것처럼 움직이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해요. 그런 배움이 집에서 이뤄져야 하고요. 방문 물리치료를 진행하면 집에서 운동을 가르쳐드리면서 환자분들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는 걸 지켜보게 되요.”

방문의료팀을 운영하는 시흥희망의료사협은 아름다운재단과 ‘재가노인 방문의료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의료의 질을 높일 계획입니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방문의료 시 운동치료를 병행하는 부분도 고려중인데요. 병원진료만으로는 어르신들이 집에서 운동하는지 여부를 체크할 수 없어, 방문의료 시 이 부분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관련해 방문의료 현장을 보고 온 조수호 활동가는 방문의료에서 전문인력이 진행하는 물리치료의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어르신의 엄지척

기존의 방문의료에서 진행되던 식습관 개선 관련 논의와 복약사항 체크, 여기에 움직임 개선까지 더해지면 어르신들의 삶이 크게 개선된다는 것인데요. 보통은 걸어다니는 게 아무런 운동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르신들에는 몸을 일으켜 부엌이나 화장실에 가는 것 자체가 운동이 됩니다. 어르신들의 운동능력이 나아질수록 화장실에 가거나 침대에서 일어나는 등의 움직임을 스스로 하게 되고, 그만큼 어르신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데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 여기에 의료사협을 포함해 건강 관련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의 협업이 더해진다면,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에 대해 조수호 활동가가 갖는 기대감이 언젠가 현실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료사협연합회 조수호 활동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사업 덕분에 방문의료에 대해 충분히 사례를 발굴하면서 안정감을 갖고 대상자를 만날 수 있어요. 여기에 해당 사업이 아름다운재단과 의료사협의 현장 전문성을 연결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시흥희망의료사협에서 이뤄지는 돌봄방식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려면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돌봄이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앞으로 돌봄의 형태가 지역 기반으로 안착될 거라는 확신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몸이 약해졌을 때 시설이 아닌 사회 속에서, 돌봄을 감당하는 몫이 지역 커뮤니티의 차원으로 넓혀질 테죠.

몸이 약해져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 권리, 죽고 싶은 장소에서 죽을 수 있는 권리가 당연해지는 세상. 아름다운재단과 한국의료사협연합회가 함께 하는 ‘재가노인방문의료지원사업’으로 우리 앞에 더 빨리 다가오기를 꿈꿔봅니다. 

글. 이상미 작가 ㅣ 사진. 임다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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