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캠페이너가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들을 만나 자립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왜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을 위한 자립교육이 필요할까요? 왜 1:1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했을까요? 신선한 자립교육 이야기! 자립전문가 신선이 알려드립니다!

윤진혁(가명) 당사자 프로필

누네띠네맛있어 님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나는 자립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자립정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올라가는 조회 수와 댓글로 달리는 질문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아직도 자립에 도움이 필요한 후배들이 많다는 안타까움도.

진혁이가 댓글을 남겼던 자립 정보 영상

닉네임 누네띠네맛있어 님이 댓글을 달았던 자립 정보 영상

특히 이 댓글은 보면서 꼭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그룹홈에서 자립하는 학생이라고 밝힌 닉네임 누네띠네맛있어 님. 1번부터 4번까지 정리한 질문에는 지역, 나이, 군 복무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있었다.

진혁이와의 인연은 그렇게 온라인 공간에서 시작되었다. 고3이었던 진혁이는 합격한 대학이 멀어서 그룹홈을 떠나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립과 관련한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어 답답했다. 진혁이가 선택한 방법은 모니터 속 자립 선배에게, 닉네임 뒤에 숨어, 자신의 고민을 묻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진혁이에게 자립 교육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닉네임 누네띠네맛있어 님이 남겼던 댓글

닉네임 누네띠네맛있어 님이 남겼던 댓글

험난한 길을 넘어 또 다시 험난한 길

진혁이는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께서 이혼하셨다. 그 후, 동생 두 명과 어머니 집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혼자서 3명의 자식들을 돌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가정에 소홀할 때가 많았다. 삼남매가 가정과 분리된 사유는 ‘방임’.

민감했던 사춘기 시절,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진혁이었지만, 일시보호기간이 종료돼도 어머니의 경제적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삼남매는 그룹홈을 알아봐야 했다.

그마저도 쉽지 많았다. 고등학생인 진혁이를 받아준다는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진혁이를 받아준다는 그룹홈을 찾았지만, 여느 그룹홈이 그렇듯이 여동생과는 함께 지낼 수 없었다. 진혁이는 내성적인 여동생이 걱정되어 한 달에 한 번은 꼭 여동생을 만났다.

험난한 과정 속에 그룹홈에 정착한 진혁이. 그러나 진혁이는 보호연장 없이 ‘빠른 자립’이라는 또 다른 험난한 길을 택했다. 동생들이 자립을 할 때쯤에는 자신이라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 부족함이 없게 지원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윤진혁 당사자 온라인 교육 캡쳐본

닉네임 없이, 서로 얼굴을 처음 마주한 온라인 교육

나의 과거를 증명해야 하는 일

다른 신입생들처럼 진혁이는 대학생활을 매우 기대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많았다. 주거지, 생활비, 군 입대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급한 건 아무래도 생활비였다. 주거비, 식비, 교통비, 교재비 등 이제 막 자립한 스무 살 진혁이에게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생활비의 부담도 줄이면서 저축도 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같이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한 민간재단에서, 그룹홈에서 보호종료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활비 지원 사업을 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진혁이는 이 지원사업에 신청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진혁이는 첫 번째 서류인 자기소개서부터 막혔다.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단순히 자기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나 또한 처음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어려웠다. 나의 부모님, 과거, 사정, 사는 곳, 아픔, 그리고 그걸 어떻게 견디고 이겨냈는지까지. 그런 것들을 글로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런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서 잘 썼는지 확인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의 과거를 증명해야 하는 일. 그 일을 이미 했던 나이기에 진혁이가 왜 자기소개서에서 막혔는지 잘 알 것 같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진혁이가 작성한 자기소개서

진혁이와 함께 작성한 자기소개서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처음 한 일은 진혁이가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도록 하는 일이었다. 진혁이의 자기소개서를 마주하고 든 생각은 “잘 썼는데?” 였다. 진혁이는 진혁이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생각보다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실력이 너무 좋았다.

다만 아직 본인을 소개하는 것이 서툴러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곤 했다. 또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문장이 길어졌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씩 피드백을 해줬다. 진혁이는 내 피드백을 잘 이해했고, 또 잘 소화해냈다.

그렇게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자기소개서는 진혁이의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자기소개서를 보며 나도, 진혁이도 만족스러워했다. 선정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에 앞서 진혁이가 본인의 이야기를 글로 써본 것이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면 했다. 마음속에만 꽁꽁 숨어 있었을 그 이야기를 꺼내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진혁이는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

진혁이는 결국 신청한 지원 사업의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P.S. 진혁이는 나와 함께 지원한 사업의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 진혁이의 연락을 받은 그 날, 나도 하루 종일 기뻤다.

형 저 그때 그 장학금 받게 됐어요. 대학생활 생활비 걱정 많이 했는데, 이번 학기는 형 덕분에 해결할 수 있게 됐어요. 이번에 자기소개서 작성해 본 경험을 살려서 다른 장학사업도 신청해려보려고요. 감사합니다.”

 

신선한 시선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 자기소개서 작성이라는 허들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어떻게 기술해야 할지 몰라서, 당연하게 묻는 가족관계를 채울 수 없어서, 시설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추천서를 받아야 해서 등.

 

시설 아이들도 그런데, 자립준비청년인지도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된 가정위탁 아이들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생각해 본다.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지원사업을 보면 아무리 좋은 사업이어도 지원자가 부족해서 미달이 되는 사례가 많다.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먹을 의지도 없는 아이들한테 어디까지 떠먹여줘야 하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아이들의 심정도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당장의 생계가 급급한 친구들에게 향후 5년간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제출하라고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려주고 싶다.

 

진혁이는 가정에서 일시보호시설로, 또 일시보호시설에서 그룹홈으로 전원을 다니느라 학업에 열중하지 못해 성적이 우수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수려한 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진혁이를 직접 마주해보니 그 안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또 본인만의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진혁이처럼 표현에 서툴 뿐, 많은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사업의 진입 장벽이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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