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는 용산나눔의집,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민달팽이유니온의 네트워크로,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인해 주거 공간에서 느끼는 불안과 차별적인 환경을 개선하여, 평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주거권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선정단체의 활동을 ‘사업’으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활동가가 추천하는 도서나 영화, 드라마, 다큐를  통해 더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용산나눔의 집 사무실에서 조이, 자캐오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하트스토퍼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이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할 때 엄마가 ‘말해줘서 고맙다. 혹시 내가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힘들지는 않았니?’ 라고 말해주는 장면이 있어요.
너무나 이상적이죠. 정말 너무나 이상적이지만, 누군가의 커밍아웃에 대해 그렇게 반응 해 줄 민감성을 갖춘 사회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라마 <하트스토퍼>의 한 장면

혐오에 대하여

2014년 신촌에서 진행된 서울퀴어문화축제 때 임보라 목사님 등과 함께 퀴어퍼레이드 축복식을 위해 공식적으로 참여했었는데요. 반대하는 극우-보수 개신교 분들이 스크럼을 짜고 도로 한복판에 누워 너무 익숙한 찬송가를 부르며 악담과 저주를 퍼붓고 있더라고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제가 믿는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사랑과 축복이거든요.

혐오는 왜 생기는 걸까요

마사 누스바움의 말처럼 혐오 자체는 인간과 문화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거죠. 일상적으로 보고 듣던 것과 다른 낯선 건, 내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잖아요. 따로 고민하지 않으면, 누구나 낯선 것을 대할 때에 당황하고 부정하는 감정이나 태도가 먼저 생기죠. 원초적 혐오 그 자체는 부정도 긍정도 아닐 수 있어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혐오가, 어떻게 지지하는 입장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알면 달라지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해요.
주거권 활동만 해도, 취약 계층과 같은 특정 대상의 주거권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 받기도 하거든요. ‘임대 주택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적 지향과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나오죠. 그 분들이 겪는 힘겨움에 대해 그 만큼의 사회적 공감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에 비해, 성소수자 주거권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문제에요.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우리 가운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분들이 겪는 힘겨움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좀 더 관심을 가지면 그들의 힘겨움을 공감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공임대아파트에 살게 된 후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이웃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분들의 이동권을 염려하게 되요. 생존과 직결될 문제가 될 때도 많거든요. 전에 매체로 접할 때는 안타까움 정도였던 것이, 실제로 보고 느끼게 되니 체감의 무게가 달라지더라고요.

성소수자 주거권 운동의 맥락도 ‘존재함을 알게 하는 것’에 있는 것이네요.

주거권 관련 설문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게 있어요. 주거는 주로 가난한 성소수자 분들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전에 존재를 감추거나 아닌 척하며 살아야 하는 많은 성소수자 분들이 겪는 ‘불편한 존재’에 대한 문제라는 걸요. 성소수자 주거권 운동을 통해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 분들이 ‘유령 취급 받는 존재’나 ‘숨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원하는 만큼 제대로 관계 맺으며 사는 존재로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한 공간과 장소, 동네에서 머문다는 것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안전하고 평등한 감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를 위해서 개개인이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시나요.

편견과 차별, 혐오를 적극 드러내는 사람들은 자주 노출되지만, 그 뒤에는 침묵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죠. 저희는 그분들 모두가 차별과 혐오에 동조하는 입장일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그랬다면 아마 저희 활동은 이 정도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이 침묵을 깨고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연대해주기를 바랍니다. 시작은 호기심이어도 좋으니, 저희와 함께 알아가자고요.

저는 연대인의 자리를 쿠션이나 안전지대라고 생각해요. 혐오의 이야기는 워낙 비상식적인 경우가 많아서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당사자들에게는 하나하나 비수처럼 꽂히고 엉켜 괴롭히죠. 오래 활동한 당사자 활동가들은 그만큼 내성이 생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모두가  활동가처럼 살 수는 없잖아요. 특히 사회 속에서 특정한 네트워크 없이 홀로 일상을 사는 분들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죠. 그럴 때, 주변에 연대하는 목소리가 공기를, 흐름을 바꿀거에요. 인식과 저변이 확장되는 건 정말정말 큰 힘이거든요.

혐오는 늘 있지만, 옹호와 지지도 늘 있어요. <너에게 가는 >, <하트스토퍼>, <내 이름은 말랑/샤이엔,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를 추천한 이유는, 극적이기만 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부분도 녹여냈기 때문이에요. ‘하트스토퍼’ 같은 경우엔 다양한 정체성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나오고 주체로 그려지고 있어서 더 그렇고요.
작품들에 실재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드러나 있음에도, 전체적으로 유머와 희망, 따뜻함이 느껴져요. 당사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과 애인, 친구들, 연대하는 이들… 곁에서 힘이 되는 이들이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연대의 마음이 있어도 방법을 모르는 분들께 주실 팁이 있다면요.

성소수자 이슈에 연대의 마음이 싹튼 분들 가운데 아직 방법을 모르거나 여러 이유로 주저하는 분들에게 ‘세 걸음’을 강조해요. 첫 걸음은 ‘괜찮아, 사람이야’, 두 번째 걸음은 ‘일단 멈춤’, 세 번째 걸음은 ‘나는 지금 안전한가’이죠.

괜찮아, 사람이야 | 성소수자 관련 강의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예전 인기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제목을 살짝 바꿔서 ‘괜찮아, 사람이야’라는 말씀을 드려요 (웃음)
우리 대부분은 한 가지 모습만 갖고 살지 않잖아요. ‘좋은, 나쁜, 정의로운, 비열한, 호탕한, 소심한’… 다양한 모습을 복합적으로 갖고 살죠. 그 중 몇몇은 성소수자일 거예요. 성소수자를 쉽게 정형화하지 말고, 여러분과 저처럼 여러 모습을 복합적으로 갖고 사는 존재로, 그러니깐 ‘사람’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또 우리 역시 관성에 따라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실수 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 지금까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를 당연시하며 살 때의 언행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면, 이제부터 돌이키고 다른 선택을 하면 되는거죠. 
괜찮아요~ 사람이니까. 겁먹지 마세요 (웃음)

일단 멈춤 |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낯선 것을 마주칠 때에 반사적으로 경계하죠. 성소수자가 내게 낯선 개념이고 존재라면, 새로운 존재를 받아들이기 위한 멈칫거림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거죠. 그 단계 없이 관성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면,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내가 내뱉는 말과 행동이 쉽게 차별과 혐오로 미끄러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관계에는 경청과 존중이 필수잖아요.

나는 지금 안전한가 | 한국 사회에서 인구학적으로 유의미한 통계가 없는 그룹 가운데 대표적인 그룹이 성소수자에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자료를 참고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통계상 100명 중 4~5명이 성소수자에요. ‘주변에서 보지 못했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 미처 말하지 못한 경우일 것입니다. 성소수자 인권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연대하는 입장이라면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 주세요. 공적이든 사적이든 관련 이슈가 언급되었을 때에 연대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다양한 무지개 굿즈를 통해서도 좋고요.
곁에 분명히 존재하는 성소수자가 원하는 만큼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말해도 될까 안될까를 고민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데 쏟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도록 말이죠.

 영화 <너에게 가는 길>에서 주인공들이 커밍아웃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인상 깊어요. 이 장면이 인상 깊고 뭉클했던 건, 부모님들의 반응이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너무 현실적이고 익숙한 반응이죠, 부모에게 조차도.
앞서 누스바움의 이야기를 말씀드린 것처럼 ‘낯선 것에 대한 혐오’ 그 자체는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에요. 다만 <너에게 가는 길>에 등장한 부모님들은 당황스러움에 멈춰 머물지 않고, 계속 알아가려고 애썼다는 것. 내재된 혐오에 잠식당하지 않은 거죠.
여러 이유로 멈췄던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 이 것은, 낯선 존재 앞에서 당황한 많은 이들이 관성에 사로잡혀 차별과 혐오의 길로 가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에요. 부디 더 많은 분들이 그런 선택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 한 장면

 

👍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 조이/자캐오 추천!

[혐오에 잠식 당하지 않고 새로 배운다면?]

왼쪽부터 도서 <내 이름은 말랑/샤이엔,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 드라마 <하트스토퍼> / 영화 <너에게 가는 길>

 

[방향을 정하고 좀 더 알아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은?]

왼쪽부터 도서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트랜스젠더 이슈>

 

2년의 긴 시간을 거쳐, 드디어 오는 7월 15일부터 31일까지 2022 퀴어문화축제가 열립니다.
16일(토)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온라인퀴어퍼레이드에서 33번 ‘성공회 무지개 네트워크’ 부스를 찾아주세요. 조이, 자캐오님을 만나 ‘아름다운재단 블로그’를 보고 왔다고 귀띔 해 주시면 환대하며 무지개 굿즈를 챙겨주신다고! 🙂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
-성공회용산나눔의집 http://ysnanum.or.kr/
-민달팽이유니온 https://minsnailunion.net/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https://dawoom-t4c.org/

글 ㅣ 박혜윤
전(前) 변화의시나리오 담당자 / 귀 기울여 듣고 애정을 담아 질문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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