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노동인권 노랑]이 2021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노동에 대한 즉흥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청소년노동인권 노랑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즉흥연극워크숍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

기록 1. 유쾌한 씨

얼마 전의 일이다. 공터 느루 197에서 ‘노동이란’ 주제로 즉흥극을 한다고 하여 호기심에 참여를 한 적이 있다. 그 곳에서 요구되는 규칙은 딱 한가지였다. ‘별명으로만 불러야한다’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 놓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나보다 위인 분들에게 별명으로 ’00이야’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낯설음에 입이 열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즉흥극은 서로가 별명을 부르기 시작하자 기적처럼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 친구가 되어 있었다. 마치 연극의 1막이 끝나고 세트와 조명이 완전히 바뀌어 진 것 같은. 수용과 제안을 통해서 몸짖 이나 오브제를 이용해 즉흥극으로 표현해야하는 미션들은 한국의 시스템 속에 수직관계 위치의 수용과 제안에 익숙한 내가 맞이하는 두 번째 낯설음이었다. 수평적 위치에서의 제안과 수용은 훨씬 많은 아이디어와 몸짓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로 바뀌었다.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즉흥극> 나에게 노동이란? 사실 노동이란 주제로 즉흥극을 진행하는데 함께 할 수 있냐는 프로포즈를 받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함께 하는 분들 중 비직장인은 주부인 나 혼자였고 그 주제가 노동 이였기에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에게 노동은 뭐지? 란 질문에 감각도 사라진지 오래다. 집안에서 갖가지 종류의 노동을 하는데도 논다는 소리를 들을 때 노동의 행위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지만 그에 반박하는 언어를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집에서 놀면서 이런 것도 안하고 뭐했어?” 라는 말에 죄인이 된 것 같다. 또 결혼과 출산은 여성을 더 약자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자본주의사회는 돈을 벌지 않는 가사노동자의 자존감을 크게 훼손시켰다. 보상받지 못하는 하찮은 일로 만들어 버렸다.

즉흥연극워크숍 – 청소년노동인권 노랑 제공

기록 2. 몬드

우리는 일상을 살다보면 많은 걸 잊고 산다. 내가 왜 직업을 가지기로 했는지, 내가 왜 이 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는지 등등. 그래서 때때로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생긴다. 나 역시도 그랬다. 활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내가 이걸 왜 하고 싶어 했는지 잊은 채 살고 있었다. 무심히 일상을 살던 내게 연극 워크숍은 내가 활동하기로 마음먹었던 때로 되돌려주었다. 부끄럽지만 상대와 눈을 맞추고 인사하기, 일상에선 없을 큰 소리를 내기, 누군가의 삶을 듣고, 고민하고 형상화하기. 그리고 그저 즐겁기. 내가 활동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까닭은 즐거워서 였다. 함께 웃으며, 삶과 둘러싼 구조에 대해서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즐거워서, 그래서 였다. 워크숍 덕분에 다시금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진행한 프로그램들을 내가 있는 현장에서 어떻게 쓸지 즐거운 고민이 들었다. 그 감각이 더 많은 시간동안 이어지지 않아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내게 좀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면, 이 워크숍이 더 길게 구성되었다면… 이 아쉬움은 다음 이 같은 기회가 다시 오길 바라는 기대로 바꾸어 두고자 한다. 그 동안, 청소년을 만나는 현장에서 청소년 삶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던 옛날을 다시금 상기하며 활동하려 한다.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기록 3. 파이시즈

즉흥 워크숍 ‘노동이 뭘까?’ 나의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즉흥극을 통해 표현한다는 것, 고등학생 때 교회 ‘문학의 밤’ 연극무대에 오른 이후로 내가 연극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건 거의 30년 만이었다. 호기심과 부끄러움, 걱정 등이 뒤섞인 감정을 가지고 유난히 추웠던 늦가을 밤 워크숍 장소에 갔던 기억이 난다. 워크숍 첫 날에는 ‘나의 노동’ 보다 ‘나의 삶’에 진행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 워크숍의 주제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또한 나에게서 ‘나의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토해내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내가 몸으로 표현하는 걸 굉장히 어려워한다는 것이었다. 언어, 그림, 대화 등의 방법으로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었던 거 같은데, 몸으로 표현하는 순간이 왔을 때 도저히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우선 부끄러웠고 그 순간 굳어져가는 나를 보며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열려있지 못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 워크숍에서는 지난 일 년 동안의 나의 노동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노동자로서 나름 녹록치 않았던 지난 일 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어서 또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정이 정화될 수 있었다. 개운했던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번 워크숍은 무심코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아주 잠시 쉼표를 찍으며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워크숍 이후 비대면으로 ‘노동’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노동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시각들이 자유롭게 흘러나오는 재밌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즉흥 워크숍 “노동이 뭘까?”, ‘나’를 알아가는 따뜻하고 매력적인 시간이고 만남이었다.

글 : 청소년노동인권 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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