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환경교육센터는 기후위기에 대한 아이들과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활동을 ‘사업’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환경교육센터 활동가 김민선님이 추천하는 도서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글쓰기

저는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나 방안이 굉장히 정책 중심적이고 관료적이고 수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해요. 탄소중립이라던지 그린뉴딜 같은 방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거든요. 그렇지만 기후위기 때문에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정작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 아닌가요? 예전에 조효제 교수의 <탄소사회의 종말>로 북토크를 진행했었는데, ‘기후위기를 겪는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으니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모두 다른 배를 타고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큰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누군가는 나룻배를, 누군가는 호화로운 유람선을 타고 있는 것처럼, 기후위기가 누군가는 정말 생존의 위협하는 사건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그냥 기분이 좀 나쁜 일상의 사건 정도일 수 있다는거죠. 일상을 살아가는, 그리고 그 중에서도 위기에 더 취약한 이들의 이야기를 알려내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中. 이들의 행복은 한 번 뿐인(심지어 보장되지도 않은) 보상이 아닌, 땅과 물, 자연에서 얻는 자원으로부터 나온다.


환경교육센터에서는 글쓰기를 도구로 택했습니다. 글쓰기에는 힘이 있어요. 흘려보냈던 과거의 사소한 경험도 글을 쓰면서 더욱 생생해지고 깊이가 더해지거든요. 총 세 그룹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청년 농부로서 작물을 기르시는 분들의 그룹이에요. 작물의 나고 자라는 것을 섬세하게 살피는 분들인만큼 기후위기와 재난 상황을 좀 더 가깝게 체감하고 있기에 실제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을 기대했습니다.

두 번째는, 비인간 동물을 대변하는 그룹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비거니즘을 지향하면서 동물권에 관심이 있는 그룹을 선정했어요. 기후위기에 대해 좀 더 일상적으로 나의 일처럼 느끼는 흐름들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의 피해에 집중이 되어있잖아요. 최전선에서 위기를 겪는 존재는 비인간 동물들인데도요.

마지막으로 이 기후위기 시대에서 더 오랫동안 살아가야 하는 만 5세 유아그룹의 글쓰기를 진행했습니다. 아직 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글 대신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겸허해져요.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어린이의 시선. <출처 : 환경교육센터>

다큐멘터리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땅을 빼앗긴 미국의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인데, 평생의 터전이기도 했거니와 그 땅의 생명들과 맺어온 오래되고 특별하고 아름다운 관계가 있었습니다. 성장과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무자비하게 침투한 이들에 의해 땅, 관계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되거든요. 여전히 명목상은 그들의 땅이라고 말하지만 접근조차 어렵게 되었는데 그게 어떻게 그들의 땅인가요.

먼 얘기만이 아닌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개발을 이유로 너무 쉽게 자연을 훼손하고, 그 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서식하던 비인간 동물, 생명들 전부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단적으로 기후정의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드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中

기후정의에 집중할 때

이상기후라던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재난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뉴스에서는 천재지변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그 원인이 분명히 있는데도요. 실은 파괴적인 시스템의 문제인데, 물에 잠긴 차라던지 고립된 사람들이라던 지, 결과 중심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 같아서 우려가 있어요. 왜 이렇게까지 심각해졌는가에 대한 질문은 빠져있고요. 소비욕구를 부추기고 과대 생산하는 기업, 무관심한 정부와 같은 가해자와, 생존위기를 절실하게 체감하는 피해자가 명백하잖아요. 기후위기의 결과 이전에 그들의 존재를 더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사업이야기를 해 보자면, 환경교육센터의 글쓰기 과정을 통해 전달된 개인적인 경험들이, 더 많은 분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떠올리고 기후정의를 고민할 수 있는 매개로 활용되기를 바라요.

일상에서의 한 걸음

분리수거 잘 하고, 쓰레기 좀 덜 만들어내고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일상에서의 실천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지만, 지금 기후위기는 급박하게 시간을 다투는 상황이라고 여겨져요. 좀 더 적극적으로 감시자의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직접적인 캠페인이나 어택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연기 된 상태이긴 하지만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경우도 실행을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 준 결과이거든요. 퍼포먼스도 하고, 서명도 하고요.

환경교육센터에서도, 내가 어떤 이슈에 관심이 있는 지 파악하고 탐색하는 것부터, 캠페인의 종류, 좋은 성공과 실패의 사례도 소개하면서 각자가 가진 힘을 믿고 행동할 동기를 불어넣기 위한 교육을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이제껏 환경적인 면에서 개인 실천을 이야기 할 때,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었거든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우리 모두가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직관계에 균열을!

박보나 작가의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과 루리작가의 <긴긴밤>을 읽으면서 기후정의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인간이 비인간동물을, 혹은 기득권층이 취약한 이들을 내려다보는 수직적인 관계들에 균열을 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책에서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환경교육센터의 2022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방향성이기도 해요. <긴긴밤>의 코뿔소와 펭귄은 완전히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것처럼, 나의 경험을 나누면서 내 곁의 사람들, 동물들, 존재들과 존재와 존재로서 만나고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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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센터 http://www.edutopia.or.kr/ 생명, 평화, 참여, 나눔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글ㅣ박혜윤
귀 기울여 듣고 애정을 담아 질문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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