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김현정 자유기고가

“세상에 물욕 없는 사람이 있겠냐만 아내는 크게 욕심내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아이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팔불출이 되는데…” 수줍게 아내 자랑을 하는 신경수씨. 아내 생일에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 ‘큰 맘’ 먹고 500만원을 모았다. 여자들 좋아하는 ‘명품백’을 생각했는데, 아내의 대답은 의외였다. ‘좋은 일에 쓰자’는 것.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아, 생각이 짧았구나…”

고민 끝에 ‘이른둥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이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좋은 일’, 이왕이면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두 아이를 끌어들였다. 아빠의 500만원에 엄마와 아이들의 힘을 모아, 가족기금 ‘천만원’을 기부했다. 엄마의 생일을 기념으로… 그 시작이 올 봄. 이제 이들은 매년 기금을 쌓아나갈 것이다. ‘가족’의 이름으로…  

사실 이 가족은 이미 ‘기부 가족’이다. 아빠 신경수씨와 엄마 이혜진씨는 각자, 몇 년째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아빠 혼자 매달 정기후원하는 단체만 3곳. 부부는 아이들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살 것을 권유해왔다. 아이들도 흔쾌히 제 용돈을 아껴가며 매달, 후원단체에 후원금을 내왔던 것. 중학생 아들 성우는 ‘오케스트라 봉사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클라리넷을 다루는 재주를 살려 한 달에 한 번, 병원이나 양로원으로 위문 공연을 다니는 것. “어떻냐고 물어보면 그냥 ‘기분 좋아요’라고 말 할 뿐이죠. 지금이야 아이들이 큰 의미를 알겠어요?”

사실, 초등학생인 딸 재은이만 해도 ‘나누는 것’이 서툴긴 하다. 초등학교 5학년 막내가 내기로 한 정기후원금은 매달 4만5천원. ‘좋은 일’에, 더 많이 쓰려는 마음은 참 예쁘다. 그러나 제 용돈으로는 버거운 액수. 결국 만원만 용돈으로, 나머지 3만5천원은 엄마 아빠가 보태는 걸로 상황을 수습했다고. “처음에야 반 강제로 유도한 거죠. 다른 엄마 아빠가 학원 여러 개 보내는 것처럼. 그런데 하다보면 스스로 깨닫지 않을까요. 아, 나눔은 이런 거구나~” 이것이 아빠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가장 알려주고 싶은 것. 공부도, 성공도 아닌 ‘나누는 삶’이다. “전 인생의 최고의 가치가 ‘함께하는 삶’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들 성우가 활동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봉사단’과 후원하고 있는 외국아동>

“태어날 때 모두 웃잖아요, 태어나는 아이는 울지만… 그럼 죽을 땐 모두 슬퍼하고 우니까, 죽는 사람은 웃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뭘 해야 웃으며 떠날 수 있을까… 전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명문대 나오고, 대기업 입사하면 행복할까요?”

아빠 신경수씨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대학을 졸업한 재원이요, 내로라하는 대기업 사원이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돈 벌고 승진한다고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학원을 차려 나온 것도 그 때문. 자신이 잘 아는 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주고, 그들이 꿈과 목표에 다가서는 것을 도우며 사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것. “나만 잘 살면 행복할까요? 함께, ‘잘’ 사는 게 행복이죠.” 함께 잘 살아야 사회가 건강해질 것이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행복으로도 돌아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성공하면, 꼭 기부하겠다’고. 신경수씨는 말한다. “그땐 이미 늦죠. 안 하고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기부’라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누는’ 습관을 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처음부터 1억씩 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적은 액수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차근차근…” 그는 제안한다. 아름다운 재단 ‘1% 나눔’에도 단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소득이 적으면 1%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잖아요. 0.1%, 0.2%, 0.5% 단계가 있다면 처음엔 내 상황에 맞게 기부하다가, 점점 더 높은 단계로 옮겨가는 거죠. 그럼 목표도 생기면서,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관심사가 온통 ‘나눔’에 쏠리다 보니, 신경수씨는 누구를 만나든 자연스레 ‘나누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술잔을 부딪치면서도… 그의 건배사는 늘 한결같다. “함께하자, 우리 이 길을.” 함께 ‘잘’ 살자, 그러기 위해 ‘나눔’의 길도 함께하자는 뜻이다. “제 제자가 천명이에요. 만원씩만 기부하면 천만원이잖아요. 저야 나누는 게 당연한 일이 됐으니까, 이제 남도 끌어들여야죠. 좋은 일은 같이해야하니까요. 하하하”

반복학습 덕분일까? 주변 사람들도 슬슬 공감하는 눈치다. 그가 운영하는 학원 부원장도 이미 나눔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이렇게 한 명 두 명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신경수씨. 그는 상상한다. 자신이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이 ‘나눔’의 매력에 빠지는 그날을… 그리고 그 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2011년 3월, 신경수 기부자님성우재은이의 행복나무기금을 출연하셨습니다.

성우재은이의 행복나무기금은 나를 위한 선물보다는 이웃을 위한 선물을 선택한 신경수, 이혜진 부부께서는 자녀들이 나눔의 가치와 기쁨을 알아가고 키워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드신 가족기금이며, 이른둥이의 생명을 살리고 건강하게 키우는 사업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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