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재단

 

“서령이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음, 이른둥이 가족캠프는 공감의 자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곳에서만은 시시콜콜 얘기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낼 수 있어요. 편견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니 그 자체로 힘이 됩니다.”   까르륵 웃으며 놀이에 푹 빠진 서령이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던 위선남, 장윤지 부부. 그들에게 이른둥이 가족캠프는 조금 특별한 공간이다. 외부의 낯선 시선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공감마저 가득하다. 그들 부부가 말하는 ‘공감’을, 한동안 개그 소재였던 상대방의 끝말이나 ‘그랬구나’를 따라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경청 방법과 흡사한 ‘공감’쯤으로 여긴다면 오해다. 이른둥이 가족캠프를 가득 메운 공감은 상대방이 느끼고 있는 그 순간, 그 장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두려움과 분노, 부드러움 또는 혼란 등을 순간순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판단 없이 받아들여야 비로소 ‘공감’이라 할 수 있다. 말이 쉽지 참 어려운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외려 편견을 얻기도 쉽다. 위선남, 장윤지 부부가 이렇게 어려운 ‘공감’을 깊이 생각하게 된 건 서령이를 29주 만에 조산하고서부터다. 정확히는 서령이가 백질연화증으로 보편적 발달 과정을 밟지 못한 이후부터다. “서너 살까지는 면역이 약해서 병치레가 잦았고 1년에 몇 번씩 응급실에 가야 했어요. 두세 돌까지는 폐질환 때문에 집에다 산소통을 갖다 놔야 했고요. 그것에 비하면 정말 지금의 건강한 서령이가 고맙죠. 요즘 속상한 게 있다면 음, 백질연화증 때문에 얻은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에요. 장애에 대한 인식이 서령이를 위축시킬 때 아쉬움을 넘어 화가 나죠.” 위선남, 장윤지 부부가 바라는 건 장애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한 번에 바꾸는 게 아니다. 아직 공감을 바랄 단계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기본 상식이라도 지켜주기를 소망할 뿐이다. 일례로 최소한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서령이를 빤히 쳐다보는 교양 없는 행동은 삼가야 하지 않겠냐는 게 그들 부부의 생각이다. “서령이가 나이를 한두 살 먹으면서 사회성이 조금씩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의 눈치도 보게 되고. 자기가 느끼는 것 같아요. 좀 더 다른 놀이문화, 긍정적인 분위기를 경험해줄 필요가 있어서 이른둥이 가족캠프에 참여하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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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교육에 대한 로망도 편견이다 사실 위선남, 장윤지 부부도 서령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른둥이와 장애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백질연화증에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아이는 저절로 보편적 발달 과정을 밟는 줄 알았다. 삶과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도 몰랐다. 이 모든 건 서령이로부터 재정의됐다. “작년부터 서령이가 유치원에 다녀요. 처음엔 일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특수학급이 있는 일반 유치원에 다녔는데 문제가 있었어요. 서령이에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선택했지만 외려 버겁게만 만들었죠. 통합교육이 뭔지 잘 몰랐던 거죠. 1년 다니고 특수학교 유치원으로 옮겼어요. 어쩌면 저를 포함한 모두가 말뿐인 통합을 외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위선남, 장윤지 부부가 무엇보다 놀란 것은 장애를 가진 대상자를 생각하지 않는 행정 실태였다. 통합교육을 실시한다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2층에 유치원 교실을 배치했다는 자체부터 말이 안 됐다. 장애인 편의시설 따위 없는 그곳에서 통합교육이라니 기가 막혔다. 상황이 이러하니 서령이는 개별화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점점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항의했더니 지체장애아동이 들어온 게 서령이가 처음이래요. 그 전엔 걸어 다녔다나요. 매번 2층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이동시킬 순 없으니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 달라 했더니 비장애아동이 장난치다 다칠 수 있으니 안 된다더라고요. 진짜 화가 났죠.” 몇 차례 민원을 넣고 서울시 의회 추경예산을 받은 후인 지난 겨울방학, 학교는 비로소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위선남, 장윤지 부부는 교육의 주체가 사라진 학교에 더 이상 서령이를 보낼 수 없었다. 장애아동을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로만 여기는 학교에서 서령이의 건강한 자존감이 형성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인은 더더욱 소원한 일이었다. 돌아보면 비장애아동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면 좋겠다는 건 부모의 욕심일 뿐이었다. “이번 경험으로 달라진 게 많아요, 저 스스로가 지녔던 편견도 알게 됐고요. 음, 인지장애가 아니면 좀 더 나은 환경의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게 엄마들 마음이잖아요. 한데 그게 진짜 아이를 위한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부모가 지닌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이 아이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두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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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가득한 베이스캠프, 이른둥이 가족 캠프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든 그로써 의미 있는 생명’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정한 개별화교육을 곱씹었고 그러자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알게 된 건 재활치료를 하면서였는데, 행사를 경험하면서 매번  든든해요. 실망을 하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몰라요. 꼼꼼하게 준비해서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보듬어주니 고맙죠.” 입바른 말로 장애가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다름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의 한마당이 이른둥이 가족캠프였다. 부부에게 이른둥이 가족캠프는 위선이 없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무관심에 기인한 배려 없음을 차별 없는 행동이라고 포장하는 사람들이 없는 까닭이었다. 때문에 서령이가 한껏 자유로울 수 있는 안전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삶을 공감하려는 사람들과의 어울림은 그 자체로 위로였다. 일방적으로 받는 자리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위선남, 장윤지 부부 역시도 다른 이들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숙과 성장이 부지불식간에 스미는 자리이기도 했다. “서령이가 자라는 동안 저희 부부도 자라요. 전혀 다른 삶, 한 번도 생각지 않은 부분을 경험하고 이해하고 깨닫죠. 인큐베이터와 신생아중환자실의 현실, 장애아동의 통합교육을 아프고 힘들게 생각했다면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경험이라고 여긴 후부터 더 넓은 세상, 더 깊은 공감이 가능해졌죠. 이런 마음을 다른 이른둥이 부모들과 나누고 싶어요.” 아직은 사회의 편견이 아프다. 위축되거나 화가 나곤 한다. 무시로 힘이 풀려 다리가 꺾이기도 한다. 하지만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앞으로 서령이를 비롯한 이른둥이 장애아동을 위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야 하고 바꿔야 한다. 그래서 위선남, 장윤지 부부는 이른둥이 가족캠프를 베이스캠프 삼아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한다. 아마도 이번 캠프에서 그들 부부가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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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서령 이른둥이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해 재활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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