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바탕 한 인간 중심 의료서비스

 강북삼성병원 정혜숙 의료사회복지사

 

 

강북삼성병원 정혜숙 의료사회복지사 ⓒ아름다운재단

 

‘차별’은 차등을 두어 ‘구별’하는 것이다. ‘구별’은 ‘차이’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차이’는 서로 어긋나거나 ‘다른 것’이다. ‘다름’은 서로 같지 않음, 즉 ‘다양성’을 의미한다. 차별, 구별, 차이, 다름, 다양성은 선과 악, 옳고 그름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가 아니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이끄는 배려의 언어다. 수직적 도열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포함된 이들’과 ‘배제된 이들’을 가르기 위한, 경쟁을 부추기는 경계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강북삼성병원 정혜숙 의료사회복지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복지의 핵심이다.

 

“보호자와 상담할 때 항상 ‘다름’을 애기해요. 다름은 뭔가와 비교하는 단어가 아니다, 개개인이 지닌 나름의 욕구와 가치관 등의 다양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같은 부모와 환경에서 태어났어도 서로 다른 삶을 꿈꾸지 않느냐…. 그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 나아가 원하는 것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게 제 일이에요. 의료사회복지사는 그 지원 활동 무대가 병원입니다.”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상상하기

정혜숙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와 가족을 중심에 두고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자원 연계이다.

“인간 중심의 마인드만큼이나 중요한 게 자원 연계예요.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 자원을 확보해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령 퇴원이 눈앞에 닥쳤는데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면 지역에 있는 사회복지사와 기관을 연결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돼요. 인적, 물적 네트워킹이 중요합니다.”

 

점점이 부려진 사람들이 서로서로 버팀목으로 자리하는 세상. 그것이 그녀가 정의하는 세계이다. 사회복지에 처음 눈뜨게 한 문장이다.

“고등학교 때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시각장애인이 지체장애인을 업고 등반을 하는데 ‘아, 사람이 저렇게 돕고 사는 방법이 있구나’ 처음 생각했어요.”

 

 

아마도 장애인의 날의 특집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그녀를 단박에 홀린 장애인들의 상상력은 놀라웠다. 사람을 돕기 위해 십분 발휘된 창의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특히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서 경쾌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불어 나도 저렇게 사람을 돕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그때만 해도 사회복지사가 뭔지 알지 못했죠. 그냥 텔레비전 속 저들과 같이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게 뭐든 한 번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가장 정직한 이유일 거예요. 이후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1년 동안 안암병원에서 수련한 뒤 지금까지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요.”

 

2000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13년째로 접어든 의료사회복지사다. 그 동안 아픈 사람을 위시한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만만치는 않았다. 견고한 직업군을 설득하거나 불안한 이들을 달래야 했지만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사람을 만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그녀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웠기 때문이다.

 

수직적 시혜 vs 수평적 교류

이 점과 저 점을 연결해 외따로 떨어진 불안한 존재를 위로하기 위해 정혜숙 의료사회복지사는 매일 강북삼성병원의 구석구석을 뛰다시피 걷는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처럼 환자가 원하는 물질적인 부분을 연계하는 것 중요해요. 당장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니까요. 더불어 저희가 함께 살피는 건 퇴원해서 잘 살 수 있게 심리적인 부분을 돕는 거예요. 가족과의 관계, 심리적인 요인 등을 치료해서 더 적응적으로 일상을 펼치도록 지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물론 병원 세팅은 ‘퇴원’이라는 시간적 한계를 지닌다. 의료사회복지사의 대상이 주로 입원한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재적소의 치료 계획이 요구된다. 병원 근교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자원 네트워킹이 소중한 이유다.

 

“지난 번 필리핀 미등록 외국인 부부의 이른둥이처럼, 어디에도 출구가 없는 사례가 있어요. 어떡하든 방법을 찾아보려는데 막혀 있을 때 답답하고 속상하죠. 이런 상황에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지원이 확정된다고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속으로 ‘아싸!’를 외치는 순간이었다. 어두컴컴한 밤길에서 만난 가로등이라고나 할까. 희열마저 감돌았다. 그렇다고 매번 자원 연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바라는 만큼 도움이 안 될 때도 있다. 간혹 원하는 걸 받지 못하면 자신이 도움 받았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이들도 있다. 10을 줘야 하는데 왜 8밖에 안 주느냐고 불쾌함을 표현하는 사람들. 초창기엔 당혹스러워서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했지만 이제는 입장을 정리했다. 답은 하나, ‘사람이라서’였다. 상황이 각박하고 불안해서 비어져 나오는 증상이라고 생각하니 연민이 생겼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죠. 그게 어떤 상황이든 배우는 게 많아요. 주고받으면서 교감을 이루는 듯해요. 그래서인지 이 일을 한 뒤로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어요. 그 사람이 놓인 상황과 행동을 가만 들여다보는 거죠. 포기와 수용의 연속입니다.”이른둥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다양성으로 인한 변화라고 이야기하는 정혜숙 의료사회복지사. 그녀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단순히 돕는 행위가 아닌 생명을 살리는 적극적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야 말로 오랫동안 자원을 연계하며 다듬은 그녀의 기부론 ‘수직적인 시혜가 아닌 수평적인 교류’에 부합하는 기부이다.

 

“가끔 주는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돈밖에 원하는 게 없나 싶어요. 물론 돈이 좋을 때도 있죠. 하지만 저는 뭔가 다른 것을 주고받았으면 해요. 기부처에서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숙고한 뒤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를 바라는 것도 그래서예요. 그게 소통 같아요. 그래야 믿음도 생기고 관계도 형성되고, 습관이나 관성을 떼어낸 살아있는 기부를 경험할 수 있겠죠.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기부를 경험하고 그로써 더 다양한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댓글 2

  1. 김소영

    의료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는 저에게 많은도움이 된거같아요 감사합니다

  2. 정혜숙 의료사회복지사님 힘써 주시길 바라면서…
    소중한 글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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