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넌 봄꽃같이 피어날 거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이른둥이 이야기

    3월의 봄빛이 감싸 안는 오늘을 위하여 그해 겨울은 그다지도 꽁꽁 시렸나 봅니다. 너도 나도 포근한 햇살 아래 앉아 시작의 여정을 노래하는 이 봄날, 바야흐로 우리의 이른둥이도 초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그간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하루를 켜켜이 올라서서 마주한 초등학교라는 새 길. 아직은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이른둥이라서 지켜보는 엄마와 아빠의 마음은 콩닥콩닥 애가 타기도 하네요.  ‘우리 딸,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겠지? 내 아들, 그래도 잘할 수 있겠지?’   하지만 염려나 두려움은 이내 뒤안길로, 엄마와 아빠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이른둥이를 위한 봄의 길을 나서기로 마음먹습니다. 아무래도 엄마와 아빠는 내 아이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의 새싹이란 땅을 뚫고 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내 아이의 손을 잠시 놓아주기로 합니다. 그렇게나 한 걸음 물러서는 동행으로 이제는 내 아이를 초등학교로 떠나보내기로 합니다.    서령이 이야기   “제 이름은요, 위서령이고요. 저는 일곱 살이고요. 아직 잘 걷지는 못하지만요, 열심히 재활 치료를 받고 있고요…….”  
재활치료 받고 있는 위서령 이른둥이

재활치료 받고 있는 위서령 이른둥이

   장난감 마이크를 손에 쥐고 조잘조잘 제 소개를 하는 서령이의 모습. 서령이의 엄마인 장윤지 씨의 눈에 세상에서 1등으로 아름다운 정경이랍니다. 사실 서령이는 윤지 씨의 배 속에서 29주 만에 900g으로 태어난 초극소저체중 이른둥이입니다. 비록 백질연화증에 의한 운동장애로 당장은 홀로 걸을 수 없지만, 7년 동안 환한 성격으로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헤쳐 왔습니다. 윤지 씨나 남편인 위선남 씨가 부모로서 대신 아파 줄 수 없어서, 더 해 주지 못해서…… 눈물지을 때도 무던히도 말이에요. 그렇게 서령이는 당당하게 유치원 졸업식을 마치고 이 순간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언덕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령이는 걸음걸이만 불편할 뿐이거든요. 그래서 일반 학교에 보내기로 했어요.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더라고요. 적극적이고, 장난도 좋아하고…… 물론 서령이가 또래보다 사회적인 경험이 적다 보니 걱정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긴 하죠.”   작년 12월부터 특수교사 등과 본격적인 상담을 한 끝에 내린 결정. 아무렴 누구보다 서령이를 애모하는 엄마의 헤아림이랍니다. 당연히 우려가 되는 점도 있어요, 왜 없을까요. 타인의 그릇된 시선이 더 얽힐지도 모르고요. 재활 치료의 병행도 특수학교보다 만만치 않을 테죠. 하지만 윤지 씨는 그보다는 저 언덕길 너머에서 눈부시게 피어날 서령이를 더욱 응원하고 싶은 겁니다.    
유치원 졸업식에서 꽃다발 들고 있는 서령이

유치원 졸업식에서 꽃다발 들고 있는 서령이

   그토록 그저 서령이를 노래하는 윤지 씨. 여느 이른둥이 엄마처럼 서령이에게 젊음을 내준 만큼 요즘은 더러 몸이 아프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오직 사랑의 증거로서 지금껏 서령이는 엄마 품에서 고이고이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윤지 씨를 서령이의 미래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정말이지 서령이는 내일도 모레도 맑음일 것 같습니다.    현이 & 빈이 이야기   “현이랑 빈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많이 좋아라 해요. 그동안 집중 치료도 받느라 병원에서 주로 생활하던 중에 또 다른 환경을 맞아서 그런 것 같아요. 특히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참 기쁘다고 하더라고요.”   
유치원 졸업식에서 사랑스러운 쌍둥이 현이 빈이

유치원 졸업식에서 사랑스러운 쌍둥이 현이 빈이

   최미영 씨, 그리고 유명진 씨 부부의 쌍둥이인 현이랑 빈이. 잉태 32주 만에 삶의 자리에 발을 딛느라 뇌병변장애 1급인 현이랑 빈이는 그새 무럭무럭 자라서 초등학교 입학을 설레어하고 있습니다. 쌍둥이의 그 들뜬 얼굴을 들여다보노라면 미영 씨는 깜빡깜빡, 주마등인 듯 지난 7년이 뇌리를 스쳐 가네요. 남편의 사업차 터 잡았던 중국에서 두 번의 유산 끝에 출산한 현이랑 빈이……. 그리고 현이랑 빈이의 병상과 재활을 위해 되돌아온 한국에서 무엇보다 기쁨과 감사를 향한 하루하루의 몸부림……. 그래서 더, 더 각별할 수밖에 없는 현이랑 빈이를 위하여 미영 씨는 겨우내 초등학교만 살펴보았답니다.   “현이랑 빈이는 스스로의 장애도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소통과 적응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일반 학교에 보내기로 했어요.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있는지, 또 다른 장애 아동은 몇인지…… 스무 군데쯤 학교를 둘러봤죠. 그리고 결정 내린 학교의 근처로 집을 옮겼어요.”   최선으로, 또 전심으로 초등학교를 선택한 엄마의 모성. 그렇다고 현이랑 빈이를 바라보는 미영 씨의 근심이 싹 가시지는 않습니다. 형인 현이는 친구를 곧잘 사귈 사교적인 성격이지만 또래에 비해 더딘 학습 능력 탓에 좌절하진 않을까 싶어서요. 또 동생인 빈이는 엄마까지 배려하는 사려 깊은 심성이라서 학교에서 받은 상처를 쌓아 두진 않을까도 싶습니다. 그리하여 미영 씨의 미간은 잠시 찌푸려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미영 씨의 잠시잠깐 흐림은 현이랑 빈이의 무지갯빛 꿈이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이의 소망은 조종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어디로든 자유로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을 내다보고 있고요. 빈이의 바람은 작가랍니다. 하여서 무엇이든 거침없이 창조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현이랑 빈이를 믿어 보기로 해요. 겨울의 꿈은 봄이라서 꼭 이루어지듯이 쌍둥이의 꿈은 희망이기에 반드시 현이랑 빈이는 새싹처럼 땅을 뚫고 자라날 거랍니다.    바다와 나비 이야기   ‘바다와 나비’라는 김기림 시인의 시(詩)를 아시나요? 바다의 수심을 모르는 흰나비는 쪽빛 무밭인가 해서 물결로 나풀나풀 내려갑니다. 그리고 파도에 날개가 젖고 말아 지친 채로 돌아가죠. 3월의 바다에는 봄꽃이 피어나지 않아서 무척이나 서글픕니다.   시는 그대로 끝이 납니다만, 흰나비의 삶은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흰나비의 날개에는 바다가 묻어 있습니다. 비로소 바다를 만나게 된 흰나비는 바다라는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흰나비는…… 서령이 흰나비는 바다를, 현이 노랑나비는 바다 너머의 태양을, 빈이 호랑나비는 바다에 닿은 하늘을 마음속에 부풀어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3월, 드디어 우리의 이른둥이들이 초등학교라는 소사회로 나아갑니다. 부디 이른둥이들이 저마다 바다나, 바다 너머의 태양이나, 바다에 닿은 하늘을 꿈으로 간직한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무시로 겨울 같은 날이면 그것을 봄빛 삼아 봄꽃으로 피어날 수 있길 간절히 응원합니다.   

글. 노현덕 | 사진. 서령이 엄마 & 현이, 빈이 엄마

  * 위서령, 유현, 유빈 이른둥이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통해  재활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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