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가장 크게 반짝거리는 아이들 

김라온 김가온 이른둥이 이야기 

박혜영(36세) 씨는 지난해 12월 쌍둥이를 낳았다. 결혼 8년 만에 얻은 소중한 두 아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품에 안아보지도 못한 채 차가운 인큐베이터로 보내야 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엄마 뱃속에서 7개월 만에 나온 아이들은 990g, 1040g 초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났다. 폐가 미처 다 자라지 못해 스스로 숨을 쉬지 못했고, 눈과 귀도 온전히 성장하기 전이어서 엄마 얼굴을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다. 

 

엄마는 절망했지만 아이들은 씩씩했다. 그 작은 몸에 수십 개의 바늘을 꽂고서 여린 숨을 몰아쉬었지만, 두 아이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생을 놓지 않았다. 몇 번이나 고비가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기적처럼 이겨내며 엄마의 곁을 지켰다. 그 결과 둘째 가온이는 치료를 받은 지 세 달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고, 첫째 라온이도 힘겨운 수술을 모두 이겨내고 현재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가장 크게 반짝거리는 아이들. 엄마에게 쌍둥이 남매 라온이와 가온이는 매순간이 기적이요, 감동이다. 

기적처럼 고비를 이겨내며 엄마의 곁을 지킨 아이들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휠체어를 타고 아이들을 보러 갔어요. 손바닥만한 아이들 몸에 수십 개의 주사바늘이 꽂혀 있는데 너무 무섭고 너무 불쌍해서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것 같아서 단 1초도 마음 편한 순간이 없었어요. 매일 저녁 눈을 감으면서 만약 아이들이 잘못된다면 다시는 눈을 뜨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매일 같이 스스로 칼날을 꽂아대던 박혜영 씨는 출산 사흘 뒤부터 극심한 저체온증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렸다. 누가 온몸을 씹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프다는 말 한마디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아이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내 몸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속으로 삼켰다. 

산후조리는커녕 일주일 만에 퇴원하고 곧장 아이들 간병에 매달렸다. 하지만 아이들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첫째 라온이는 뇌출혈에 이어 뇌에 물이 차는 수두증이 왔고, 둘째 가온이도 망막증 때문에 레이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아이가 가장 먼저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라온이와 가온이처럼 주수가 적고 작은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전문적으로 치료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른둥이 전문 병원을 수소문해 두 아이의 진료 차트를 보냈고, 그렇게 부산에서 서울로 병원을 옮겼다. 두 아이의 치료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됐다. 

 

“그때 제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라요. 조금 더 빨리 전문 병원을 찾았어야 했나…엄마가 너무 몰라서 아이들을 고생시킨 것은 아닌가 생각하니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이른둥이 출산 느는데 치료시설과 전문의는 태부족

세상에 조금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들은 탄생과 동시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치료를 받는다. 말이 좋아 집중치료실이지, 사실은 중환자실이다. 열 달을 못 채우고 태어난 아이들은 장기가 온전히 성숙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숨을 쉬고 생존할 수 있을 때까지 NICU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세 달여간 집중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산부인과 병동이 있다고 해서 모든 병원에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다고 해도 전문 인력이 충분치 못한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라온이와 가온이가 태어난 부산의 병원은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었지만, 이른둥이 전문 의료진이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된 병원에서 집중 치료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지방이라 그런가 생각했는데, 서울의 NICU에서 만난 엄마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은 서울의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곳으로 옮겼다고 하더라고요. 비단 서울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이른둥이 출산율에 비해 제대로 된 치료시설, 전문 의료진 등이 전반적으로 부족해 생기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가온이는 치료를 시작하고 얼마 후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부산에서 레이저 수술을 권했던 망막증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니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낫겠다는 진단이 나왔다. 달수를 꽉 채우고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흔히 발견되는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부산에서 크고 작은 수술을 7번이나 받은 라온이는 다시 서울에서 네 번의 수술을 더 받아야 했다. 태어난 지 5개월도 안 된 작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라온이는 빠른 속도로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박혜영 씨는 다시금 기적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저에게 라온이와 가온이는 눈물이고 감격이고 감동이에요. 어떻게 저 작은 몸으로 그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 같아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라온이는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수술이 어렵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바로 다음날 수술 결정이 났어요. 라온이가 스스로 단백질 수치를 떨어뜨려서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한 거예요. 그날 인큐베이터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너무 대단하고 대견해서요. 제가 라온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라온이가 저를 엄마로 자라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이른둥이 살리는 것이 저출산 해법… 정부 지원 확대되길 

NICU 치료비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주일에 대략 260만 원 정도다. 한 달로 따지면 1천만 원이 넘는 액수다. 여기에 크고 작은 수술과 특진비 등을 포함하면 병원비는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난다. 보통의 경우라면 상당액이 건강보험수가로 공제되겠지만, 이른둥이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치료가 많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이 상상을 초월한다. 부모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액수다. 

 

단태아도 이럴진대 쌍둥이는 오죽할까. 실제로 라온이와 가온이의 경우 이미 부산에서 치료받은 세 달여 동안 치료비가 2억 원을 훌쩍 넘었다. 서울의 상급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가온이의 치료비와 얼마 후 퇴원한 라온이의 양육비, 병원 근처에 얻은 작은 원룸 월세와 생활비까지… 경제적인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른둥이에게 정부에서 최대 1천만 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해준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서울에 올라오고 얼마 지난 후였다. 때마침 아름다운재단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지원도 받게 됐다. 박혜영 씨는 그제야 꽉 막혀 있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돈과의 싸움에 지쳐있던 그녀에게 정부와 재단의 지원은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생각하면 지원액은 당장의 갈증만 풀어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NICU에서 일주일만 치료받아도 1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요. 정부 지원이 없는 것보단 낫지만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크다는 거죠. 적어도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들이 치료비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아이들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른둥이 아이들에게 지원을 늘리는 것이 곧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이른둥이라도 치료만 잘 받으면 만삭아 못지않게 건강해질 수 있어요. 우리 라온이와 가온이도 26주 만에 태어났지만 지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잖아요. 무조건 아이만 많이 낳으라고 할 게 아니라, 조금 일찍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박혜영 씨에게는 작지만 큰 목표가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라온이와 가온이를 베푸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도록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서울에 와서 좋은 치료를 받았고 좋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아름다운재단처럼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분들도 생기고요. 세상에 홀로 덩그러니 던져졌다고 생각하던 순간에 좋은 분들이 내밀어준 손길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고 아이들도 무사히 자랄 수 있었어요.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우리 라온이와 가온이가 받은 사랑만큼 더 많은 사랑을 나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엄마인 저도 그래야 하고요.” 

세상의 가운데(가)에서 항상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라(라)는 뜻을 품은 라온이와 가온이. 엄마아빠의 마음이 담긴 이름처럼 세상 사람들을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게 만드는 반짝이는 사람으로 성장해주길 간절히 염원해본다. 

글. 권지희 사진. 김흥구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