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처럼 필수, 불가결한 복지를 위하여

해운대백병원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

  

해운대백병원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

해운대백병원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

 

아기가 출생하면 부모가 탄생한다. 그리고 아기로서, 또한 부모로서 저마다의 성장통을 살아낸다. 이른둥이 가정은 꽤 치열하다. 예고 없이 이른둥이가 나면 느닷없이 이른둥이 부모가 된다. 이른둥이가 병이라도 감염될라치면 부모는 제 생명이 떨어질 것 같다. 이른둥이가 무호흡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동안 부모도 숨 막히는 병원비에 삶을 잠식당한다.

 이른둥이는 최소한의 생존 공간 인큐베이터에서 보살핌을 받지만, 이른둥이의 부모라고 해서 반드시 인큐베이터 같은 복지를 제공받진 않는다. 그래서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는 이른둥이 부모를 위해 한껏 토로하는 거다. 

이른둥이나 선천성 이상아를 지원하는 보건복지부의 예산이 너무 작더라고요. 올해 예산은 지금쯤이면 바닥났을 거예요. 아무리 절박해도 내년에나 지원받을 수 있겠죠. 그런데 그나마도 자기부담금을 준비해야 돼요. 500만 원이 넘어가요. 저소득층은 당장 100만 원을 마련하기가 벅찬데 말이죠. 그렇다고 병원에 따라 지급 보증이 수월한 편도 아니고, 그러면 보호자는 없는 살림이더라도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거죠.”

이른둥이 가정을 위한 진정성 어린 메시지

해운대백병원 설립 이래 환자 및 보호자의 복지를 위해 씨름해 온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

해운대백병원 설립 이래 환자 및 보호자의 복지를 위해 씨름해 온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

부산 해운대백병원의 설립 이래 환자 및 보호자의 복지를 위해 씨름해 온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 이제껏 그녀는 무수한 사연들과 소통했다. 올해는 원내 신생아집중치료 지역 센터가 개소한 만큼 이른둥이 가정이 한결 각별할 수밖에 없다. 빈말이 아니라 지금도 이른둥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손바닥만 한 생명력으로 삶을 발버둥 친다. 그리고 이른둥이를 살리려고 부모는 그녀의 눈앞에서 가슴을 치고 발을 굴린다. 

“이른둥이 부모가 찾아오면 일단 안심할 수 있도록 위로해요. 느닷없는 상황에 무척 놀랐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경제적인 측면을 말씀드리는데요. 보험의 유무를 확인하고 국가의 지원을 얘기해요. 아름다운재단<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같은 이른둥이 지원도 빠뜨릴 수 없죠. 가끔은 노출을 감수하더라도 뉴스나 신문 같은 채널도 운용해요. 이른둥이 가정의 삶이 막막하지만은 않다 하는 메시질 전해주는 거죠.”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의 그 진정성은 이른둥이 부모의 심금을 두드린다. 이를테면 이른둥이를 관련 시설에 위탁하려던 부모가 걸음 했던 적이 있다. 오죽하면 제 자식을 포기하랴. 그토록 현실은 치명적이었으리라. 하지만 마음 다해 이른둥이 지원을 설명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부모는 장애가 드러날지라도 제 자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눈물로 돌아섰다. 정말이지 그럴 때면 보람이 된다. 

희망이 거의 없던 이른둥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날 때는 더욱 뿌듯하죠. 오늘도 엘리베이터에서 예전에 내담했던 이른둥이 가정을 만났어요. 이른둥이가 잘 자라줬더라고요. 보통 애들처럼 소아과 진료차 내방했다던데요. 신생아중환자실이나 재활치료실보다는 그렇게 회복한 모습으로 재회할 때 진짜 기분이 좋아요.”

 

동감(同感)을 위해 아줌마가 되는 것도 괜찮다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의 소통법은 공감을 뛰어넘는 동감!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의 소통법은 공감을 뛰어넘는 동감!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의 소통법은 공감을 뛰어넘는 동감이다. 동감이 이른둥이 부모의 가슴에 닿으면 글자가 뒤집혀 감동이 됐다. 내년이면 의료사회복지사 10년차인 베테랑이라서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그녀만의 경험이 한몫했다. 사실 그녀도 이른둥이 엄마였다. 그것도 만 36세 이상의 고위험 산모였던 그녀는 버티고 버티다 36주 만에 이른둥이를 출산했다. 그래서 이른둥이 엄마가 찾아오면 그 심정이 돼서 같이 우는 거다. 

의료사회복지사가 나이 들어가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인생의 경험이 쌓이면 내담자와 깊숙이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른둥이 엄마 같은 경우에는 산통의 두려움, 출산의 염려, 산후의 조리 하며 제가 그 마음을 더 알아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의료사회복지사로서 아줌마가 되는 것도 좋았어요.” 

그만큼 그녀는 의료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이 감사했다. 되돌아보면 그녀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은 넉넉했다. 나눔과 도움의 소망 속에서 자라났던 까닭이다. 그래서 늦게나마 대학교도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했다. 원래는 청소년사회복지사를 꿈꿨으나, 진로를 고민하던 무렵 예전에 도움을 드렸던 환자가 병상을 털고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 왔다. 그 감동이 아로새겨졌다. 어쩌면 그것이 의료사회복지사로 인도한 가장 강력한 계기였는지도 모른다. 

해운대백병원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마약 환자 재활하는 데 3년 정도 집중했는데요. 회복 됐나 하면 그대로고 해서 제가 번 아웃도 됐어요. 그런데 일반 환자는 조금만 도움을 드려도 상황이 금방 괜찮아지더라고요. 특히나 이른둥이는 그 정도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거든요. 그때는 의료사회복지사로서 정말 기쁘죠.”

 

이른둥이 복지의 다양성과 시의성에 대하여

정미란 의료사회복지사는 수많은 이른둥이와 그 부모들을 만나다보면 그 사연이 안타까워 마음이 아리다. 그중 이른둥이 부모가 이른둥이를 탓하는 경우도 속상하지만, 이른둥이의 포기를 가늠하면 무척이나 애끓는다. 

한 이른둥이는 안면이 발육하지 않는 여자애였어요. 이른둥이 아빠가 그 얼굴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냐고, 떠나보낼 수 있다면 그러고만 싶다고…… 끝내 합병증을 버텨내지 못했어요. 여러모로 안쓰러운 사례였죠. 그 이른둥이 아빠는 대기업이 직장이다 보니 별다른 지원을 못 받아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들었거든요.”

실제로 해운대백병원의 환자 및 보호자는 형편이 부족한 편은 아니다. 그런즉 치료비가 제법 발생하더라도 국가나 이른둥이 지원 기관의 지지 자격에 못 미친다. 이쯤해서 그녀는 선별복지의 중요성을 되짚었다. 물론 그것은 보편복지와 균형이 주요하다. 그래서 그녀는 국가 지원금의 시의성과 이른둥이 지원 기관의 자기부담금 지지도 호소했다. 그야말로 이른둥이 부모를 위한 토로였다

 무엇보다 이른둥이 부모가 힘냈으면 좋겠어요. 속 썩인 자식이 더 효도한다잖아요. 아직은 놀람과 두렴의 시간이지만 지금을 추억하는 순간이 꼭 찾아올 거예요.”

끝까지 이른둥이 부모를 위해 제 에너지를 아끼지 않겠다는 그녀가 인상 깊다. 그러기까지 그녀는 천 번이나 환자와 보호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다, 동감했으리라. 문득 그녀의 목소리 사이로 이른둥이 부모도 부모로는 이른둥이라는 진실이 뇌리를 스쳤다. 따라서 이른둥이 부모 역시 이른둥이의 인큐베이터처럼 필수, 불가결한 복지가 절실하다. 그것으로 이른둥이 가정은 행복의 밑바탕을 그릴 수 있을 것이기에.

글. 노현덕 | 사진. 김흥구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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