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의 초대’라 쓰고, ‘엄마의 사랑’이라 읽다

구예은, 구예슬 이른둥이 이야기

  

구예은, 구예슬 이른둥이

구예은, 구예슬 이른둥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사건은 생명을 잉태하는 것. 어쩌면 그 진실을 오롯하게 깨달았나 보다. 김민영 씨의 꿈은 엄마였다. 그것도 쌍둥이의 엄마라면 행복에 눈물겨울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하고 오래도록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육아를 예비하려고 일터도 그만뒀건만. 고된 기다림 속에 그녀는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시험관 아기 시술)마저 시도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역경이었다. 희망은 두 번이나 꺾였다. 그럴 적이면 그녀는 하루 종일 눈물만 흘렸다.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모조리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녀의 간절한 소원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선물처럼 의사가 임신이라고 축하했다. 더구나 그간 꿈꿔왔던 쌍둥이란다. 아무래도 일생에 제일 아름다운 소식이었다. 김민영 씨는, 아니 엄마는 그렇게나 예은이와 예슬이를 세상으로 초대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일주일, ‘미안해’

33주 5일만에 태어난 쌍둥이 이른둥이

33주 5일만에 태어난 쌍둥이 이른둥이

 

쌍둥이가 배 속에 머문 지도 32주. 김민영 씨는 해산하기 전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었다. 결혼하고 부산에 터 잡았기에 경기도에 거주하는 부모님은 한결 애틋했다. 한데 그즈음 남편이 서울로 출장을 예정 중이었다. 이참에 남편과 같이 친정에도 들르면 흐뭇하리라. 일정이 벅찰까도 염려했지만 집에 홀로 있기보단 함께하는 것이 안심이 돼 부부는 동행했다.

하지만 그 길에서 김민영 씨는 돌연 속이 거북함을 느껴 곧장 병원을 찾았다. 별일은 아닐 거라 마음을 다독이는데 의사가 날벼락 같은 진단을 내렸다. 태아의 양막 파열로 인해 조산 수술이 시급하다는 것. 그러나 섣불리 출산할 수는 없었다. 삶의 기반이 부산이었기에 머나먼 타지에서 쌍둥이를 낳아 보살피긴 무리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돌아가야겠다고 결정했어요. 앰뷸런스 타고 분당 병원에서 부산 병원까지 2시간 30분 만에 달려왔죠. 그 사이에 출산할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부산에서는 컨디션이 좀 호전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도 양막이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자연분만이나 퇴원까지 가늠했다. 하지만 점점 예은이의 태동이 심상치가 않았고, 결국 의사는 응급수술을 결정했다. 그녀는 금식도 못한 채 급히 수술실에 들어가야 했다. 남편도 조산 알림에 바로 뛰어왔지만 간발의 차로 아내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시간의 흐름 속…… 천신만고 끝에 그녀는 그 시간을 이겨 내고 예은이와 예슬이를 기적적으로 출산할 수 있었다. 짧은 일주일의 시간 동안 부부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희망에서 절망으로 수천 번을 오갔다.

 “33주 5일만이었어요. 언니가 예은이고, 동생이 예슬인데 모두 2kg 이상으로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가 호흡이 가능했죠. 그때, 수술 후 곧바로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긴다고 저는 애들을 못 봤어요. 남편이 몸이 조그만데 호흡기를 달고 있고, 망막증 때문에 눈도 가려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서울로 올라간 탓에 그런 것 같아서 많이 미안했죠.”

 

 

다시 엄마 품속으로, ‘고마워’

작은 몸으로 힘든 수술을 잘 이겨내 준 아기들

작은 몸으로 힘든 수술을 잘 이겨내 준 아기들

 

한겨울이었지만 산후 조리할 틈은 없었다. 김민영 씨는 신생아중환자실의 피붙이들이 오매불망 눈에 밟혀 혹한을 뚫고 나날이 병원으로 나섰다. 하지만 면회 시간은 고작 30분. 돌아서면 딸들의 얼굴을 눈물로 그리고 또 그리며 23시간 30분을 버텼다. 그러기를 한 달여였다. 엄마의 절절한 모성에 쌍둥이는 차츰 회복세를 띠더니 마침내 퇴원할 수 있었다. 예슬이가 먼저였고, 보다 연약했던 예은이가 열흘 후였다. 그렇게 그녀는 생이별한 행복을 도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재입원의 우려는 여전했다.

 “예은이는 퇴원 일주일 만에 탈장이 발견돼 재입원을 해서 수술을 받았어요. 당시 탈장 수술 중에 숨이 멎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천만다행으로 예은이는 수술을 잘 견뎌줬다. 그녀는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편도 동일한 심정이었다. 다만, 이제는 병원비가 부담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 때문에 부부는 태아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었다. 쌍둥이의 병원비…막막한 현실을 마주했을 때, 병원 의료사회복지사를 통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알게 되었다. 살짝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수술 후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에 의한 다태아. 그 이유로 태아보험을 거절당했죠. 태아보험이 가능한 곳도 뇌나 심장 등 주요 부분 지원은 제외돼서 가입을 못 했어요 여러모로 막막했었는데, 예은이가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해’

 

 

지금 예은이는 7.3kg이다. 돌이켜보면 고비 넘어 이제껏 잘 자라줘서 무척이나 고맙다. 물론 재입원의 위험이 가신 것은 아니다. 예은이는 심장과 호흡기 발달을 계속 살펴봐야 한다. 문제가 됐던 탈장이 재발할 수도 있다. 동생 예슬이도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언니보다 200g 더 나가긴 해도 예슬이도 이른둥이였다. 실제로 예슬이의 심실에는 구멍이 나 있다. 저절로 메워진다 하지만 아직 지켜봐야 한다.

“아무래도 조금 더 약한 예은이를 먼저 살피다 보니 예슬이를 못 챙겨줄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예슬이가 혼자 생활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정말 활발하게 잘 노는데요. 그게 너무 미안하죠. 그래서 외출하면 저는 예슬이를 자주 안아줘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으랴. 김민영 씨는 예은이가 더 아픈 손가락이라고 해서 예슬이를 덜 사랑한 적은 없었다. 단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쌍둥이를 사랑했을 뿐. 그러다가 예은이한테 미안해서 심장이 베인 적도, 예슬이한테 고마워서 마음이 체한 적도 많다. 하지만 그녀는 곧 괜찮았다. 예은이와 예슬이가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풍경이라면, 그녀는 엄마라서 그저 행복했다.

“애들이 안 아프고 잘 자라면 지금은 더 바랄 것이 없어요. 그냥 저희가 부모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갈 테니 예은이랑 예슬이도 저희를 보고 배운다면 좋겠어요.”

부모로서의 인상적인 다짐. 아빠도 아빠지만, 그녀는 천생 엄마인 것 같았다. 그 같은 그녀의 모성에서 문득 동화 같은 깨달음이 스쳤다. ‘어쩌면 그녀는 엄마가 되기 전부터 예은이랑 예슬이를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랑으로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을 통해 예은이랑 예슬이를 지구별로 함께 초대했는지도. 그리고 그 모성의 인력이란 참 강렬해서 쌍둥이는 이 세상에 한두 달 일찍 도착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성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예은이랑 예슬이는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7.3kg, 잘 자라줘 너무 너무 고마은 예은, 예슬이

이제는 7.3kg, 잘 자라줘 너무 너무 고마은 예은, 예슬이

 글 노현덕 | 사진 김흥구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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