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이희망산타 이른둥이 가정 방문이야기>

희망 릴레이의 바통을 선물하다

노다솜, 승천 이른둥이와 김승유 이른둥이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한 230여 명의 다솜이희망산타, 각 이른둥이 가정으로 출발~!

  

 

루돌프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님, 노다솜 노승천 다솜이희망산타와 심재현 기부자

 

 승유를 만나러 가는 다솜이와 승천이

  

선순환을 실천하는 이른둥이

이상숙 씨는 산타 복장을 한 승천•다솜이에게 지금 가는 곳이 어딘지, 그곳에서 어떤 인연을 맺게 될지 설명하며 수년 전의 한 때를 떠올린다. 예측 불허의 미래가 불안했던 시절, 불쑥 들이대는 불행의 민낯에 놀라 속수무책이었다. 그래서 ‘연결’되려 애썼다. 누구라도 괜찮았다. 이음새 없는 연결만이 턱까지 차오른 불안을 가라앉힐 거라 믿었다. 2006년, 1kg도 채 안 되는 쌍둥이를 끌어안은 이상숙 씨에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비상구였다.

  

“출산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가장 허기진 건 주위 사람들의 지지였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이른둥이를 어떻게 키울 거냐는 말이 참… 안 그래도 승천•다솜이를 보면 죄책감이 올라와 힘이 빠지는데…. 이런 제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경제적 지원만 해준 게 아니었어요.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마음을 알아봐주고 잘 될 거라고 응원해줬어요.”

  

그 힘으로 일상을 꾸린 지 7년여가 지났다. 승천•다솜이는 그새 훌쩍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순간순간 넘어야 할 고개와 마주했지만 잘 견뎌서 오늘에 이르렀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로 삼아 세상의 모든 이른둥이와 만난 덕택이었다. 불안을 가라앉히려 맞잡은 손은 그녀 자신뿐 아니라 그녀와 연결된 모두를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다. 혼자 선택하고 책임지는 외로움이 아닌 ‘우리’가 되는 과정! 대신 살아줄 수 없는데도 그 고단하고 고독한 삶을 걸어 나에게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는 것을 알게 되니 조금씩 희망이 생겼다. 이상숙 씨가 지난해부터 승천•다솜이와 함께 다솜이희망산타의 일일산타로 참여하게 된 이유다.

  

“가능할까 싶던 게 나아지고 달라지니 신기해요. 누군가 내게 손 내밀었듯 나 또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고 매일 바랐는데, 다솜이희망산타 일일산타로 참여하다니 놀랍지 않아요? 저처럼 지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힘이 되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승천•다솜이가 건강하게 성장해 다른 이른둥이를 응원할 수 있는 것 자체로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승유의 언니 승헌이

 

되돌아걷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기

현관문을 열자 다섯 살 승헌이가 뛰어나와 다솜이희망산타를 반긴다. 선물을 잔뜩 품은 승천•다솜이가 멋쩍게 승헌이를 따라 거실로 들어선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지원을 받은 승유와 쌍둥이인 21개월 난 승하는 엄마 강선영 씨에게 매달려 수줍게 인사한다. 그 뒤로 누워 잠든 승유가 보인다. 산타가 방문하는 날, 특별히 승유의 사촌들도 함께 했다.

  

“승유야, 너 보러 산타들이 왔네. 일어나서 인사해야지?”

  

아빠 김정범 씨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승유가 슬며시 눈을 뜬다. 승천•다솜 남매, 이상숙 씨, 그리고 10년 동안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기부자인 심재현 씨가 승유와 눈을 맞춘다.

  

“경추가 골절되면서 중추신경을 눌러버렸어요. 팔다리 신경을 관장하는 게 손상되니까 몸이 뻣뻣해요. 입으로 호흡하는 것도 힘들어서 기관지 절개를 해서 호흡해요. 입으로 먹을 수도 없어 콧줄을 통해 주사기로 주입하고요. 퇴원했어도 각종 장비, 특히 소모품이 만만치 않네요. 승헌, 승하 생각하면 경제적인 부분이 부담스럽지만 이렇게라도 버텨주는 승유가 고마워요.”

  

버텨줘서 고마워. 승유야.

  

이른둥이 승유의 이야기를 듣는 다솜, 승천의 어머니 이상숙 씨와 심재현 기부자

  

승유와 연결된 산소발생기를 수시로 체크하며 이야기 나누는 김정범, 강선영 부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에 부부는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한다. 이른둥이라지만 8개월 반 동안 엄마 뱃속에서 자랐을 뿐더러 출생 당시 몸무게도 1.8kg을 훌쩍 넘긴 터였다. 그 어떤 이른둥이보다 건강한 승유•승하. 적어도 생후 60일까지는 별 문제 없었다.

  

“60일까진 숨 쉬고 음식물 삼키는 것 혼자 다 했어요. 한데 병원 생활하다 패혈증이 온 거예요. 고관절 염증이 생겨서 수술했는데 상태가 나빠졌고, 4~5개월 쯤 됐을 때 하도 안 나아서 답답한 마음에 병원을 옮겼어요, 서울대학교병원으로. 3일 후 MRI를 찍고서야 목뼈가 부러진 걸 알게 됐어요. 승유가 그 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요.”

  

말 할 수 없는 아이가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승유를 살피게 된다는 김정범 씨.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손놀림이 이상할 때 더 강하게 검사해달라고 요구했더라면, 처음부터 다른 병원을 찾았더라면, 열 달을 꼬박 채워 낳았더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돌아가 걸음을 멈추게 되는 그 순간은 슬프고 아프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도 쉽사리 다잡지 못한다.

  

“아무도 몰랐다는 게 미안하고 화가 나요. 그 이야기만 나오면 울컥하고 격해지죠, 남편도 저도.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하다가 우울해지고. 그럴 때 힘이 된 게 승헌, 승하였어요. 애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무너질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로 만난 사람들이요. 세상에 대한 상처 받은 신뢰를 회복시켜주는 중요한 끈이었어요.”

 승유의 호흡과 소화를 돕는 아빠 김정범 씨

  

이른둥이 부모를 위한 ‘희망 바통’

  

승천이와 다솜이, 승헌이와 승하가 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산지사방을 뛰어다니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나누곤 까르륵 웃는다. 다솜이희망산타와 함께 만든 생크림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고 강선영 씨가 내온 음료수를 벌컥 들여 마시곤 이글루를 조립한다. 어느 새 친해진 아이들은 좁디좁은 이글루에 들어가 소곤소곤 저들만의 언어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다.

  

“요즘은 우리 승유가 복이 있나 보다 생각해요.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많이 도와주시거든요. 앞이 막막해서 맥을 놓고 싶을 즈음 누군가 손을 잡아줘요. 몇 번 그런 순간을 경험하니 생각도 시선도 달라지더라고요. 오늘도 승유가 저 아이들처럼 뛰놀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슬프진 않아요. 건강을 회복한 이른둥이들을 보니 기쁘고 희망이 생겨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꾸미는 아이들과 다솜이희망산타

 

 

다솜, 승천과 승유의 사촌들

 

 

 종이 이글루를 쌓는 심재현 기부자

  

김정범, 강선영 부부는 승유를 돌보면서 부모, 부부, 가족, 이웃, 우리라는 단어를 깊이 사유했다. 그 과정을 겪으며 부부는 삶의 초점을 옮겼다. 서로를 의지하고 다독이며 일상을 회복했다. 승유를 통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비롯한 여러 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하루 빨리 승유가 건강해져서 승천•다솜이가 우리에게 찾아왔듯 다른 이른둥이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가능성이 다솜이희망산타의 선물이겠죠.”

  

이상숙 씨로부터 건네받은 희망 바통을 김정범, 강선영 부부가 바투 쥔다. 수년 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로부터 전해져 수년 뒤 또 누군가에게로 이어질 그 희망 릴레이의 끝이 궁금하다.

  

다솜이희망산타 승천이와 승유의 언니 승헌이

  

다솜이희망산타와 승유네 가족이 모두 모여 찰칵~!

 

 

승유의 사촌들과 함께 찰칵~!

 

 글. 우승연 | 사진.임다윤

  

2013년 다솜이희망산타의 ‘희망산타’ 자원봉사자로 나선 노다솜, 승천 이른둥이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해 입원치료비를 지원받고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산타들의 선물을 받은 김승유 이른둥이 역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해 입원, 재입원치료비를 지원받았으며 조금씩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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