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올해로 기부 10년차를 맞이한 김나영 기부자가 보낸 세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2019년 부산에서 행사 <나눔의 식탁, 부산>을 진행하며 참여한 기부자들에게 묘목을 나눠드렸는데, 김나영 기부자가 그 묘목을 분갈이해서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다며 싱그러운 안부를 전해준 것입니다. 우리는 재단과 함께한 기억과 일상을 소중히 돌봐온 김나영 기부자를 만나러 부산으로 갔습니다. 부산에서 들은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부산 사는 김나영입니다!

부산의 한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김나영 기부자를 만났다. 그는 2019년 부산에서 진행한 <나눔의 식탁, 부산>의 사진을 보며, 바로 엊그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기억 속의 순간들을 되살려낸다.

김나영 기부자가 아기를 안고 2019년 부산의 행사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나영 기부자가 아이를 안고 2019년 부산의 행사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가 그때 혼자 열심히 걸어서 갔어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어떤 분들이 일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뵙고 싶었거든요. 들어가니까 엄청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으셨더라고요. 사업 소개도 들었고, 공연도 봤던 게 기억나요. 제 기억으로 이 분들은 신혼부부였고, 이 분은 기부를 굉장히 오래 하신 분이었어요. 혹시 이 간사님은 아직 재단에 계시나요? 저를 잘 챙겨주셨어요, 얘기도 많이 걸어주시고. 그리고 엄청 떨면서 우토로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던 간사님이 기억에 남아요.”

참신한 캠페인, 아름다운 사업이 좋아요

김나영 기부자는 <나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끝없는 겨울에 반대합니다> 캠페인을 통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시작했다. 주전공으로 노인 복지를 공부해서 캠페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있지만, 가수 이효리씨의 팬이었기에 기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효리씨를 좋아하는 그의 마음은 나날이 커나가 이제는 아름다운재단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커다란 마음이 되었다.

“아름다운재단은 올해도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먼 발치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토록 애틋한 고백이라니! 아름다운재단의 2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이벤트에서 마음을 고백한 김나영 기부자에게 얄궂게도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제가 아름다운재단을 좋아하는 이유는요⋯⋯ <나는 아이들의 불평등한 식판에 반대합니다>, <어쩌다슈퍼맨>, <기억할게우토로>같은 참신한 캠페인들이 많아서인 거 같아요. 이번에 제가 기부를 더 하게 된 <열여덟어른>도 그렇고요. 캠페인의 제목이나 문구들이 저한테 질문을 던져주는 거 같았어요. 제가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도록. 재단이 하는 캠페인들과 사업들을 보면 제가 들어설 수 있도록 어떤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주는 거 같거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을 위해 공정한 사회를 꿈꿔요

김나영 기부자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졌을 때 세상엔 흙수저 얘기가 한창 떠돌고 있었다. 그는 씁쓸했다.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가정 환경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는데⋯⋯ 그렇다면 이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뭘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깊어졌다.

“공정과 공평은 다른 거잖아요. 사람을 보지 않고 여건만 똑같이 맞추게 되면 그게 또 차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잘하고 못하는 게 다 다르잖아요. 하나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고유한 개성과 재능을 펼치며,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큰 눈을 반짝이며 공정한 사회를 소망하는 김나영 기부자

아이들이 잘 커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우리 어른들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홀로 있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기부도 하는 거고요. 아이들을 위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불행이 아닌 행복을 선택할 거라고 믿어요.”

좋은 기운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기를!

“아버지가 서기운집(瑞氣雲集 좋은 기운이 구름처럼 몰려온다)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는 나눔에 대해 생각할 때 아버지가 해주신 이 말을 떠올려요. 나눔도 구름떼처럼 좋은 기운이 몰려오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모이면 더 커지잖아요.”

나에게 나눔이란 구름떼이다

“저는 같이 있으면 재밌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제가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 제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긍정적으로 순리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제가 나쁜 쪽으로 눈을 안 돌리는데 그런 게 따라붙을 리가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나쁜 걸 하면 엄마가 혼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잘 큰 거 같아요.”

김나영 기부자의 인터뷰를 곁에서 지켜보던 어머니께, 딸의 10년 기부를 알고 있었는지 여쭤봤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우리 딸이 10년이나 기부를 했다는 것에. 우리 딸이 참 잘했다 싶어요. 장해요. 우리 딸이 몇 년 전에 작은 나무를 하나 가지고 왔는데, 나무 이름도 몰랐어요. ‘아이리스’ 오늘에서야 알았네요. 그 작았던 나무에 물을 주고 다듬어주니 예쁘게 피어난 것처럼, 나눔도 그렇게 예뻐지길 바라요. 이런 뜻깊은 자리도 생기고, 제가 정성껏 키우길 잘했네요.”

김나영 기부자의 어머니, 아기 그리고 김나영 기부자

왼쪽부터 김나영 기부자의 어머니, 김연우 아기, 김나영 기부자

김나영 기부자의 마음 속에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들이 반짝인다. 김나영 기부자는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는 일이 생겨도, 좋은 마음들의 반짝이는 빛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귀한 마음으로 귀한 나눔을 실천하는 김나영 기부자님께 배웁니다.
참말로 고맙습니데이~

사진: 김주찬 작가

김나영 기부자가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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