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지능 청소년들은 지능지수 71~84의 느린 학습자입니다. 배움이 느리고, 홀로 자립하기도 어렵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말 그대로 모호한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장애 기준에 미치지 못해 복지 혜택 등도 받을 수 없습니다. 경계선지능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쉼터를 나와 자립해야 하는 경계선지능 청소년들에게 주거지원과 자립교육, 취업연계, 심리정서치유 프로그램, 일상생활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곱 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스스로를 위한 밥상차리기를 연습해봤습니다. 

느려도 함께라면!

청소년복지시설 퇴소청소년 주거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곱 명의 청소년. 그들은 베이커리카페에서 빵을 만들거나,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디자인 작업과 행정 업무를 맡거나, 반려동물카페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거나, 디저트카페에서 맛있게 와플을 굽거나, 운전면허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후 무엇을 할지 탐색하고 있다. 자립을 목표로 움직이는 그들을 분주한 일상 한가운데서 만났다. 쿠킹클래스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2020년부터 진행된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경계선지능청소년 주거지원사업’ 참여자들의 지지체계 형성을 위해 매월 참여자들의 모임이 진행되는데, ‘커뮤니티하우스 모임’의 이번 주제가 요리인 것. 건강한 자립생활의 연장선, 0순위 수행과제 ‘스스로를 위한 밥상 차리기’를 연습해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매월 참여자들이 모여 함께하는 시간, 커뮤니티하우스 모임

경계선지능청소년이 머문 사각지대

아름다운재단과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이 함께하는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경계선지능청소년 주거지원사업’(이하 ‘주거지원사업’)은 지지체계 없이 자립해야 하는 사각지대 청소년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자립을 돕는 것이 목표다. 경계선지능청소년에 초점을 둔 것은 2019년 ‘청소년쉼터 퇴소청소년의 주거권 옹호사업’의 결과로 ‘쉼터퇴소청소년 임대주택 지원’이 결정된 2020년부터다. 국토부 훈령 개정(2019.7.29.)으로 쉼터퇴소 청소년이 공공임대주택 우선지원 대상자로 포함되었고, 2021년부터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월 30만 원씩 최장 36개월 동안 자립지원 수당이 지급되는 등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쉼터 누적 2년 기준과 함께 이마저도 최종 쉼터에서는 1년 이상 거주한 경우만 가능한 등 지원기준을 부합하기 어려운 부분은 여전히 개선이 되어야할 부분이지만,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민간지원단체의 고군분투가 맺은 결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으로도 닿을 수 없는 영역이 포착됐다. 개인의 기질적 특성으로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한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경계선지능청소년(이하 ‘경계선지능청소년’)이었다.

IQ 71~84 사이의 지적능력을 지닌,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머문 경계선지능청소년. 이들은 가까운 미래 예측을 포함한 적절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타인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갈등상황에서 자기보호가 쉽지 않으며, 사건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정신건강도 취약하다. 때문에 이들의 자립에는 더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다. 개개인 특성에 맞춘 다양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지원과 구직활동을 지원하면서, ‘경계선지능청소년’이 겪는 심리정서자립(일상생활)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사회화를 돕는 통합지원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 마련돼야 하는 게 안전한 자기만의 공간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살다

“본가에 있었을 때는 동생이랑 같이 썼어요. 내 공간이 없었죠.” (노지민/가명)

“쉼터는 여러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사건이 많잖아요. 내 것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아요. 헷갈려서 내 옷을 입기도 하고 뭔가 없어지기도 하고 그런데 해결할 수는 없고…. 근데 혼자 있으면 뭔가 없어져도 어디 흘렸나보다, 생각해요. 불안하지 않아도 돼요.” (주하늘/가명)

“쉼터에 있으면 쉬는 거 어려워요. 사람 많고 시간 맞춰 해야 할 거, 프로그램도 많고.” (김은호/가명)

“4명이서 방을 같이 썼는데 문을 여닫는 거, 밥 먹는 시간 등 진짜 서로 맞춰야 되는 게 참 많았어요. 당연히 마찰이 생기죠. 이쪽저쪽 편이 갈리기도 하고 견제도 있고요. 저는 갈등이 싫은데 표현하기도 어렵고 힘들었어요.” (고혜민/가명)

2020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집’은 불안하고 무서운 단어였다.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 부모의 폭력을 피해 탈출했던 장소였으므로. 한데 가정 밖 생활, 자립을 고민하자 ‘집’은 달라졌다. 집을 어떻게 구할지, 살림살이는 어떻게 준비할지, 비용은 충분한지, 지원 절차는 어떤지… 생각하면 아득했다. 여느 자립준비 청소년보다 몇 배의 불안에 휩싸였다. 예측하기 어려운 모호하고 낯선 상황에 압도당했다.

그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주거지원을 기본으로 한 일상생활, 직업교육과 구직활동, 심리정서을 아우르는 주거지원사업과 만났다. 그제야 ‘집’은 스스로 온전하게 쉬고, 미래를 꿈꿀 안정적 토대로 재정의됐다. 원치 않는 원가족의 공간이 아니라 온갖 가능성이 자라는 자기만의 방은 설렘의 인큐베이터였다.

“또래 친구들 보면 뭔가 차이가 나서 내가 그들처럼 할 수나 있을까 걱정밖에 없었어요, 지원 받기 전에는. 요즘은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어요. 책임감이 엄청 나지만 그 자체로 좋아요.” (주하늘/가명)

“이런 지원은 전혀 몰랐고 퇴소 전 불안이 높았어요. 비교는 안되지만 출발점이 다르잖아요. 모아둔 돈도 없고 열등감도 상당했는데 어느 날 쉼터 선생님이 알려주셨어요. 차근차근 준비하고 대상자가 됐을 때야 되게 많은 것을 지원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다양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써서 지원해서 참 좋았어요.” (고혜민/가명)

“혼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생기다 보니 훨씬 안정된 상태에서 다른 걸 준비할 수 있어요. 전보다 편안해요, 많이 나아졌어요. 환경이 주는 불안이 엄청 컸던가 봐요.” (주하늘/가명)

신기하게도 혼자만의 공간에서 “난생 처음 소속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에게 소속되는 기분은 굉장히 특별했다. 이물감 없는 자기이해를 받아 들고 미래를 그리자니 슬쩍 웃음이 번졌다. 물론 외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누군가에게 맞추지 않아도 되는 자립생활의 부수적 작용이려니 생각한다. 그렇게 경계선지능청소년이라서 겪어내던 억압과 불안, 눈치 따위에서 느슨해졌다. 주거지원사업의 직접주거비 지원과 맞춤형 지원을 통해서 어떻게 자립역량이 강화되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을 향한 꿈을 꾸다

주거지원사업 3년차인 2022년에는 직업욕구 파악과 경제자립 계획에 맞춘 직무능력 교육과 교육형인턴제로 경제(취업)자립 지원이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일자리 정착을 통한 지속가능한 자립에 초점을 뒀다. 더불어 인지‧의사소통능력 증진을 위한 커뮤니티 모임에도 신경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하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었고, 노지민은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고혜민은 코딩을 배워 업그레이드 된 업무를 맡겠다는 새로운 목표에 들떴고, 매순간 충실히 살다 기회를 잡아보겠다는 김은호는 사랑하는 사람과 안정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 기뻤다. 모두 ‘집’이 생긴 덕분이었다. 돌아갈 곳도 무엇도 없던 이들의 쉴 만 한 자리이자, 세상으로 향하는 출구. 주거지원사업 참여자들이 지원 기회를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이유다.

“서류 작업이 어려울 것 같아 자발적으로 놓는 경우가 안타까워요. 막막해서 못할 것 같아도 조금만 버티면 엄청 많은 기회를 잡게 돼요. 이 지원사업이 바로 그 기회예요. 놓치지 말아요.” (주하늘/가명)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경계선지능청소년 주거지원사업은 더 많은 경계선지능청소년이 만족할 만한 자립을 성취하기 바란다. 그래서 3년 지원사업을 담은 노하우를 공유, 사회적 지원기반을 확대하고 자립지원 모델을 확산시키려고 한다. 더 나아가 청소년복지시설 퇴소청소년 주거권 옹호활동 및 네트워크를 통한 정부지원 기반을 마련할 가슴 뛰는 계획도 품고 있다. 그렇게 경계선지능청소년이 어떤 세상에서도 꿈꿀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응원할 것이다. 더 많은 청소년이 꿈에 골몰하도록 곁을 지킬 것이다.

“아직 꿈이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음… 꿈을 갖는 게 꿈인 것 같아요. 옛날엔 그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꿈을 갖는 게 꿈이 됐어요. 좀더 생각해 볼래요, 꿈에 대해서.” (곽혜정/가명)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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