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를 통해 귓 속으로 분주히 주문들이 쏟아집니다.
“칙칙 OOO팀장님, PT순서 확인해주세요”, “칙칙 OOO님 도법스님 도착하셨습니까? “
“칙칙 안철수 이사님 도착하셨습니다. 로비 커피 셋팅되었는지 확인해주세요.” “음악이 잘 맞지 않습니다”….칙칙칙

(마지막 대담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

 

무전기 속으로 쏟아지는, 주문들은 무대와 청중들이 있는 공연장과는 또 다른 세상입니다.
공연장에 있으면서도 청중들이 보는 것은 볼 수 없고, 청중들 또한 볼 수 없지만
분주히 돌아가는 컨퍼런스 무대 뒤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던 나눔에 관한 질문들” 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11월 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약 7시간 동안 13명의 연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나눔에 관한 다양한 질문과 전망을 새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해 대중들에게 영감과 아이디어를 전하고자 했던 <아름다운재단 창립 10주년 컨퍼런스>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수십 번을 엎어지고, 전달방식과 프로그램은 수십 번이 바뀌었습니다.
우리사회 내로라하는 인사들은 모두 후보로 오르내렸고, 실제 수 많은 인사들이 강연을 고사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차선을 선택하지도 못했습니다. 최고를 찾았고 최고들이 어느 순간 답을 해주었습니다.

논객 김어준, 홍기빈을 비롯해 김진혁 EBS 프로듀서(전 지식-e 프로듀서),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한국과학기술원  안철수 석좌교수, 시골의사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박경철 원장 등에 더해 전문 강연자는 아니지만 최근 주목받는 사회적기업 중 하나인 노숙인 잡지 ‘빅이슈’와 새로운 주거공동체를 실험하면서 주목받는 해방촌 게스츠하우스 ‘빈집’의 장기투숙객 등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무대에 섰습니다.

(편안한 사회로 청중에게 많은 칭찬을 들었던 최은경 아나운서와 기부와 나눔에 있어서 받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강연으로 많은 청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이선재 유네스코 본부장)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어준 님은 “김어준” 답게 극구 PPT를 만들지 않고 ‘제 식’대로 무대에서 할 말을 하겠다고 했고 보조자료도 없이 무대에 섰지만 전혀 흔들림 없이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이선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은 강연이 끝난 후 아름다운재단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만큼 에둘지 않는 명확하고 정확한, 그리고 강한 어조로 국제원조와 협력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사전 강연요청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상대는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이신 홍기빈 님. 첫 만남부터 행사 주제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진땀을 빼게했고 무려 2시간 가량을 강연 아닌 강연을 들으며 “독거노인은 도대체 누가 도와야 하는가?”라는 가장 매력적인 제목을 뽑아냈습니다. 홍기빈 님은 이 주제에 대해 “다음엔 20분이 아니라 20시간을 끝장토론을 해도 재밌겠다”며 다시 한번 주최측을 긴장시켰지만 정말 꼭 해보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빅이슈였습니다. 강연을 의뢰한 이후부터 계속적인 조율과 사전 준비를 통해 가장 많은 연사와 퍼포먼스까지 준비했고, 전날 사전 리허설까지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 이날의 “가장 감동을 준 강연”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수 십년을 강단에 섰던 조한혜정 교수님이나 매일 매일 수 많은 부하직원 앞에 서는 해피브릿지 대표 또한 전혀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무대에 서니 떨리더라며 무대 뒤에 오셔서야 큰 숨을 내쉬었습니다.

도법스님께 강연 요청했을 때 “예전에는 나쁜일 하는 사람들만 쫒기고 긴장하고 바쁜데, 요즘은 착한일 하는 사람들도 그렇다”며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려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강연장에서도 스님은 여유롭게 도착하셨는데, 진행측은 진행시간에 긴장하여 뒤의 강연과 순서를 바꿔야했습니다. “촌놈 기죽이는 거여 뭐여” 하며 도법스님 식대로 그저 이야기하나 전해주고 가시겠다고, 무대 뒤가 아닌 무대에서 그냥 편하게 올라가겠다는 스님께 극구 무대 뒤를 통한 안전한 입장을 고집했던 아둔함이 아쉽습니다.

 800여명의 청중과, 13명의 강연자, 연극같은 무대, 무엇보다 20분이라는 짧은 강연시간에 지난 10년과 이후 10년의 나눔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기부금만 높아진게 아니라 사람들의 눈도 높아져있던 터였습니다. 더 이상은 지난 언어로는 대중들에게 나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요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새로운 컨퍼런스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었던 TED 운영진과 수 회 미팅을 하고, 이그나이트 기획자, 도움과나눔, 한겨레신문사, 한겨레경제연구소, 희망제작소 등 수많은 사람들의 자문과 경험을 나누어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얘기해보고 싶었던 것은 “새로움”도 “색다름”도 아닌 ‘재단이 늘 이야기했던’ 나눔, 1%와 투명성, 배분과 기부문화정착이라는 익숙함에 이면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 그 동안 우리사회에 뿌리내린 나눔의 문화가 혹시 또다른 도전을 요구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놓은 것은 아닌지, 정말 우리사회에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는 것인지 등의 속 깊은 재단 이야기가 바로 이번 컨퍼런스의 이야기입니다.
13명의 강연자들이 쏟아낸 주제들은 재단 밖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닌 재단 안의 자극과 성찰을 위한 따끔한 충고들이었습니다.



조명이 꺼졌습니다. 조명이 꺼진다는 것은 끝과 시작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합니다.
그간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것과 이제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10년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끝입니다.
그 시작을 위한 ‘뒤돌아봄’과 ‘앞서 찾아가’ 본 기부문화의 과거와 미래 <아름다운재단 창립10주년 기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던 나눔에 관한 질문들”의 본격적 이야기. 강연자 한 명 한명의 강연록, 강연영상. 강연을 한 장면의 드로잉 스케치로 작업한 강연드로잉과 일러스트, 그리고 한 컷의 사진이 담아내는 감동적 이야기들을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