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몸들]이 2022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아픈몸 노동권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다른몸들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른몸들’은 약한 사람이 강해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 질병권(잘 아플 권리)이 보장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돌봄이 공기처럼 흐르는 사회, 아픈 몸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아프고 약한 사람도 평등하게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약육강식, 승자독식, 강자생존 사회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다른몸들]은 아픈 몸들의 시민권과 평등한 사회 참여를 강조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질병의 개인화 현상이 심각하고, 아픈 몸에 대한 낙인도 상당합니다. 즉, 신자유주의 사회는 건강조차 스펙으로 만들었고, 질병은 자기 관리의 실패로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플 수 밖에 없는 사회(성차별, 불안정 노동, 열악한 주거, 장시간 노동, 기후위기 등)를 살고 있고, 많은 이들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몸으로 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회복 될 수 없는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절실한 두 가지, 바로 돌봄과 노동입니다!

돌봄강좌: 돌봄의 정밀 지도 그리기

‘돌봄은 변혁의 씨앗을 품고 있다’ 다른 몸들에서 돌봄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돌봄은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하지만 질병은 더 많은 돌봄을 필요로 하며,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은 아픈 몸들이 꿈꾸는 미래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돌봄이 중심 의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돌봄노동자의 처우, 성불평등한 돌봄, 돌봄의 공공성 강화 등의 논의가 분절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세가지 문제는 모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돌봄은 매우 다양한 문제가 집약적으로 작동하는 장이며, 우리 사회의 변화시킬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이에 적극적 돌봄이 필요한 아픈 몸의 관점에서 돌봄 담론을 확장하기 위해, 대중 강좌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구성한 돌봄강좌는 재작년에 다른몸들에서 기획한 돌봄강좌와 마찬가지로 다른 단체나 기관에서 대중강좌로 잘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발굴해서, 최전선에서 돌봄 담론을 이끌어 가기 위해 심사숙고해서 기획하였습니다. 저희가 선별해서 구성한 돌봄 강좌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총 130명 정도가 신청한 강좌(매 강좌 실제 접속자는 60-70명) 는 질의응답과 토론이 뜨겁게 진행되었습니다.

1강 남성성과 돌봄 정희진 (여성학연구자)

2강 영케어러라는 ‘문제’ 조기현 (작가)

3강 케어리즘의 이해 김희강 (고려대 행정학과)

4강 초고령화사회와 일본남성의 변화 지은숙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5강 페미니즘과 돌봄경제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6강 여성노동과 빈곤 돌봄노동 정경윤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7강 간호노동자의 현실과 간호법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8강 반려동물 시대와 돌봄의 기쁨 박이은실 (아주 작은 페미니즘학교 “탱자”)

참여자들은 각계 각층의 시민(활동가, 연구자, 돌봄노동자, 주부, 교사, 문화예술인, 공무원..)등 다양하였고, 강의 이후 다양한 질의응답과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시민사회단체에서 다양한 이슈로 시민공론장을 열어도, 결국은 주최측에 의해 선별된 발표자 중심의 논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강의를 듣고 이어진 전체 토론에서 다양한 정체성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이 진행됐다는 점이 강사와 참여자들 모두 매우 만족스러운 점으로 꼽았습니다.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돌봄 담론을 조금씩 만들어 가는 현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강의 내용은 곧 책이 출간 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아픈 몸 노동권 포럼: 누가 노동할 수 있는 몸일까?

정신적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낙인과 통제는 심각합니다. 다행히 정신적 질병을 가진이들에 대한 강제입원이 사회적으로 문제로 지적되면서 현재 강제입원이나 시설화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서 일상을 누릴 권리는 여전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일례로 몇해전 부산의 시립 도서관에서 ‘정신질환자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배너’가 이슈가 됐었습니다. 이는 부산광역시 시립도서관 운영규정에 따른 공지였고, 정신질환이 있는 이용자가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조항이 삭제되기도 했습니다(국민일보, “일상생활 잘하는데, 정신질환자는 도서관에 못들어 간다고요?, 202010704)” 즉 정신적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이들이 폐쇄병동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살아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는 인정받기 시작했는데, 실제 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는 현저히 되어 있지 않은 현실입니다. 또한편 인지증(치매)는 많은 이들이 두려움을 갖게 되는 질병인데 노화로 인한 것으로만 인식할 뿐, 초로기 인지증(치매)에 대해서 아직 사회는 무지합니다. 그래서 초로기 인지증(치매)인들은 더 쉽게 소외 됩니다. 따라서 [다른몸들]에서는 정신장애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조현병과 인지증(치매)을 함께 묶어서, 아픈 몸 노동권을 열었습니다.

아픈몸 노동권 포럼에서는 다양한 패널을 구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우선 조현병 당사자, 초로기 인지증(치매) 당사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해서 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장년의 노동자(청소노동자)가 현장에서 아픈몸 노동권에 대한 이해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이어서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아픈 몸 노동권, 정신장애인 노동권에 대한 사례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서 해외 사례를 수집해서 발표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패널 구성과 발표주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연대인사]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한원순(공공운수노조 덕성여대분회)

[발표1] 인지증(치매)과 함께 살기 그리고 노동 경험/ 황경민(인지증 보호자), 김상진(초로기 인지증 당사자)

[발표2] 타인을 새롭게 발견하는 우정의 노동: 이야기치료에 기반한 정신장애동료상담/ 박목우(조현인,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

[발표3] 해외 사례를 통해 본 인지증과 사는 사람들의 노동권/ 정종민(인류학자, 전남대 강사)

[발표4] 정신장애인의 일할 권리에 대하여/ 송승연(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원)

[발표5] 아픈몸 노동권의 의미/ 이혜정(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다른몸들’에서는 오랫동안 아픈몸 노동권을 제기해왔으나, 종종 건강한 사람도 실업률이 높은 현실에서 아픈 사람들의 노동권을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건강한 사람들의 실업률이 낮아 진 이후에 아픈 사람들의 노동권이 인정되는 순차적 변화에 대해 반대합니다. 우리는 고통 받는 이들의 바로 그 현장의 변화는 지금(now)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픈 몸 노동권’은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낯선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포럼에서 대중들이 여러모로 매우 적극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전체 토론에서 아픈 몸 노동권의 의미와 실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기존에 아픈 몸에 대한 사회적 정서는 치료를 위해 집이나 병원에만 있어야할 존재로 규정됐는데, 아픈 몸도 노동을 하고 그 몸에 맞는 노동환경을 제공 받는게 보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조금씩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 담론이 전진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 같아서 반갑고 기쁜 자리였습니다. 구체적인 변화와 대안을 제기하면서, 천천히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힘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글 : 다른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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