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아시아]가 2022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실태 기록을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생명평화아시아 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은 우리 주변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유학생, 결혼이주자, 난민, 노동자 등으로 말이죠.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출간한 책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에서는 이 중에서 노동 영역에서의 이주민을 다루었습니다. 사실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나눈 것은 2년 전입니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원고 집필을 하였고 책을 선보이게 되어 무척 뜻깊습니다. 코로나가 일상을 덮친 시간 동안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의료 지원을 제대로 받기 힘든 미등록 노동자는 더욱 어려운 시기였을 겁니다.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를 읽은 독자 여러분께서 내어주시는 따뜻한 마음으로 얼어붙은 지난 시간이 녹아내리길 바라봅니다.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실상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하였습니다. 주요 내용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차별과 인권침해 관련 사례입니다. 모두 열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인터뷰 다섯 편, 사건사례 두 편, 법률사례 두 편, 활동정리 한 편입니다. 이 책은 이주노동자와 이주활동가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다섯 편의 인터뷰는 녹취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녹취 내용을 재정리한 것이지만 가급적 말투를 그대로 옮겨서 인터뷰 당사자의 의도나 감정이 잘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사건사례와 법률사례 역시 저자인 최선희, 박정민 두 사람이 직접 경험한 일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이주노동자와 이주활동가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잘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도서 출간 후 저자를 모시고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책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내용까지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자 최선희 활동가, 박정민 변호사가 자리했습니다. “외면할 수 없어요. 제가 아니면 누가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요. 한국에 있는 동안 평생 해야 하는 사명일 수도 있고요. 1~2년의 일이 아닙니다. 다만 대신할 사람이 없어 활동가가 지쳐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워요.” 이주민 법률지원을 하는 박정민 변호사가 말한 관련 사건을 계속 맡는 이유입니다. 박정민 변호사는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우리가 그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우리가 그들의 친구가 되었으면, 같이 사는 방법을 배워나갔으면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두 개를 바꿔서 해결되는 문제이면 좋겠어요.” 최선희 활동가는 우리 사회에 이주노동자는 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은가 하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일부 사업주는 이주민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고향에서 일할 때보다 더 돈을 많이 벌지 않냐, 그러니까 감사해야 한다는 식의 시혜적 태도와 출신국에 따라 달라시는 태도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고요. 미등록 노동자의 잘못은 단지 비자가 없는 것뿐인데, ‘불법체류자’라는 차별적 낙인은 그들이 매 순간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북토크 참석자들이 가장 궁금한 점은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개선 없이 반복되느냐였습니다. 일단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어렵고, 어떤 게 위험 요소인지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생산해야 이윤이 남는지를 따지는 데에 급급하다 보니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사업장 환경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많은 사업주가 최대한 사고를 숨기고 싶어 합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이주노동자의 유족이 먼 나라에 있다 보니, 챙길 사람이 마땅히 없으면 산재 신고를 못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시신을 이송하는 비용이 발생해 오히려 이주노동자 측이 빚지는 말 안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주노동 중에서 어업은 특히나 열악한 환경입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만 해야 하는 장시간 노동, 같은 일을 해도 한국인 어선원과는 다르게 주어지는 임금이 존재합니다. 어떤 이주민은 같은 나라에서 와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주민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합니다. 이주민 사건사례를 매일 같이 상담하는 이주활동가도 있습니다.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에 담긴 이들의 목소리가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주민이 어떤 특별한 존재가 아닌 함께 어우러진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글 : 생명평화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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