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출간된 『안녕, 열여덟 어른』은 캠페인을 진행해온 김성식 매니저(전 1%나눔팀장)가 4년간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하며 만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을 담은 책입니다. 캠페인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자립준비청년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지만 이들에 관한 복잡다단한 문제의 본질이 다뤄지지 않아 안타까웠다는 저자는 열여덟 어른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조금씩 바뀌기를 바라며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동안 캠페인을 함께 만들어 온 신선, 손자영 캠페이너가 김성식 매니저와 만나 캠페인 기획 과정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든 열여덟 어른 캠페인, 서로의 무엇을 믿고 시작했을지 돌아봅니다.

신선: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앞서 저희가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통해 만났잖아요. 벌써 4년전인데 서로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는지 그 이야기부터 나눠볼까요? 저는 처음에 성식 매니저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40대라고 들었는데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거든요. 자영 캠페이너는 어땠어요?

손자영: 매니저님에 대한 이미지는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남아있어요. 저는 다른 사람이 제 얘기 잘 들어주면 약간 흥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어땠어? 어떻게 됐어?’라고 계속 물어봐 주니까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최근에 힘들었던 일까지 다 얘기했던 기억이 나요.

김성식 매니저와 신선, 손자영 캠페이너의 첫 만남

신선: 캠페인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도 많은 분들이 궁금하실 것 같아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도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기획한 매니저님은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으셨나요?

김성식: 캠페인 초기 기획 과정에 함께 준비했던 팀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당사자들이 드러나는 캠페인 기획이 가능한지, 목소리 내줄 당사자들이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거든요. 근데 저는 어떻게 보면 진짜 편견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어렵고 힘들 거라는 것을 오히려 몰랐기에 어떻게 보면 겁 없이 시작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신선: 자립준비청년들이나 보육원 이야기를 기존 캠페인에서는 불쌍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런 캠페인을 싫어했어요. 그래서 처음 캠페인 활동을 제안 받았을 때는 걱정이 들었지만, 매니저님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두려움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김성식: 저도 두 분께 궁금한 게 있어요. 잘 모르는 어떤 단체의 사람이 와서 캠페인을 같이 하자고 한거잖아요. ‘이름도 가명 쓰지 않고, 얼굴도 보이면서 있는 그대로 건강하게 보이게 할거야’라는 제안을 못 믿을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믿고 활동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신선: 매니저님이 자꾸 만나자고 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게 큰 것 같아요. 몇 시간 동안 이야기했는데 또 다음에 만나 이야기를 하고, ‘뭘 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좋아하는게 뭐고,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물어보시니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손자영: 캠페인 시즌 1때 신선 캠페이너가 활동을 하는 걸 봤잖아요. 얼굴을 공개하면서 자기 이름을 걸고 활동을 하는 걸 보면서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걱정됐어요. 왜냐면 그동안 너무 거짓말(보육원 출신임을 숨기는)을 해와서 ‘내 인생 어떻게 다시 솔직하게 설정을 해야 되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신선 캠페이너가 아름다운재단과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믿음과 용기를 가졌던 것 같아요.

김성식: 신선 캠페이너가 모델이 하나도 없던 상황에서 용기 있게 해줬고,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당사자들에게 좋은 영향들을 미친 것 같아서 참 감사한 것 같아요.

신선: 캠페인이 있어서 자립준비청년들과 인사를 나눈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캠페인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김성식: 작년 연말에 캠페이너들과 함께했던 자리가 기억에 남아요. 연말 행사를 마치고 식사하는 자리였는데, 캠페이너들이 저희 팀을 위해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케이크를 준비해주셨거든요. 케이크에 ‘1%나눔팀이 있어 가능했던 열여덟 어른의 자립’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는데, 캠페이너와 우리 팀이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 감동이었어요.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들이 준비해 준 서프라이즈 이벤트


함께 이어온 시간이 담긴 책 ‘안녕, 열여덟 어른’

언론 인터뷰 중인 『안녕, 열여덟 어른』의 저자 김성식 매니저

신선: 얼마 전 『안녕, 열여덟 어른』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책이 벌써 2쇄까지 찍고 반응이 뜨거운데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김성식: 매일 아침 눈 뜨면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순위를 보고 있습니다. 오늘 인터뷰 날짜 기준으로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36위까지 올라갔더라고요. (웃음)

신선: 책 제목이 『안녕, 열여덟 어른』 인데,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를 들려주세요.

김성식: 4년 전에 신선 캠페이너를 처음 만나면서 자립준비청년을 알게 된 거잖아요. 그걸 열여덟 어른의 세계로 표현했고, 저도 그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죠. 아직 이 세계로 들어오지 못한 분들이 이 세계로 들어오면서 만나는 인사로서 ‘안녕 열여덟 어른’이라는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의미는 당사자들에게 하는 얘기인데요. 스스로가 또 다른 자신의 삶의 의미(정체성)를 찾게 되었을 때 그 세계로 넘어가면서 열여덟 어른이라는 타이틀과 작별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책 제목에 담았습니다.

신선: 직접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도 궁금합니다.

김성식: 작년에 광주에서 두 건의 슬픈 소식이 있고 난 후, 언론에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많았어요. 근데 그때마다 제가 했던 이야기들이 지금 이 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에요. 즉각적이고 시급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요. 사실 언론이 좋아하는 내용은 아니기에 열의를 갖고 한 인터뷰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답답했어요. 앞으로도 이 문제가 반복될 것 같다는 고민 끝에 책을 쓰는게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쓰게 되었어요.

신선: 평소에 매니저님과 캠페인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대화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분명 좋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 날아가고 없는 거예요. 책을 보면서 ‘우리가 했던 말들이 다 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매니저님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손자영: 저도 거의 한 번에 다 읽었는데 매니저님 목소리가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았어요. 매니저님의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진짜 매니저님이 생각하는 자립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어요.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열여덟 어른의 정체성에 대해 매니저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거든요. 책 마지막 부분에 그 이야기가 특히 좋았고, 약간 뭉클해서 울었어요.

나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하면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립준비청년을 다르게 보지 말자고, 보통의 청춘으로 봐 달라고 말하면서 ‘열여덟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묶어냈기 때문이다. (중략) 열여덟 어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시간이 되거든 당사자들이 열여덟 어른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내기를 바란다. 언제까지고 열여덟 어른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안녕, 열여덟 어른』 p.232

 

자립준비청년의 삶을 따라가며 든 생각을 자연스럽게 담았어요.

신선: 작업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목차는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김성식: 크게 두 가지 구성으로 나눠져 있어요. 1장은 자립준비청년의 삶에 대해 보여주려고 했어요. 캠페인을 하면서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상을 만들었는데, 첫 질문은 이름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았어요. 그리고 생애 첫 기억, 보육원의 환경, 자립하고 겪은 일 등 연대기적으로 인터뷰를 했어요. 그 순서 그대로 책에 담았어요. 왜냐면 이전부터 어떤 경험들을 하고 살았는지를 알아야 자립준비청년을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 했거든요. 2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미디어, 관계,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에 대해 에세이적으로 제 생각과 삶을 묻어내면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신선: 외국의 자립 정책과 우리가 짚어야 될 고민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안내해 주는 게 참고서 같아서 좋았어요. 특히 책 중간에 회색 부분으로 처리된 자립준비청년 인터뷰 모음집이 제일 좋았고요. 저희의 이야기를 그 말투 또한 살려서 그대로 생생하게 들려주셔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정말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구나’라고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던 것 같아요.

김성식: 감사합니다. 1장에서 정책 이야기, 학교에서의 일과 어떤 편견들을 겪는지 꿈과 진로의 선택에서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리고 각 챕터마다 제가 제 생각과 고민해야 되는 점들을 계속 던져 놓았어요. 예를 들면, 꿈이라는 것과 생계를 위한 취업이라는 갈림길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이 하는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던지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당장 먹고 사는 게 중요하긴 하잖아라는 이야기를 분명히 할 수도 있고요. 생계만을 위한, 준비 없는 취업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들이 반복된다면 이들의 자립하는 데 있어 생계만 해결할 수 있는 단계까지만 제시하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당장의 취업보다 꿈이 왜 중요한지도요. 책 중간에 담긴 자립준비청년 인터뷰 중에서 ‘진로/사회생활’에 대한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보면 더 이해가 되실 것 같아요.

손자영: 저도 매니저님이 던지는 메시지에 ‘그렇네,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라고 계속 고민이 들었어요. 그리고 외국의 자립지원정책에서 자립에 대한 철학 이야기가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어요. 예를 들어 자립을 경제적/주거적/심리적 자립으로 나누는데, 그거 너머에 대한 이야기들이 꼭 필요하거든요. 근데 인터뷰를 할 때 꼭 필요한 이야기지만, 너무 추상적이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잘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자립준비청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김성식: 맞아요. 자립준비청년 정책을 바라보는 철학이 있어요. . 당장 주거가 있어야 자립이라고 생각하는 게 한국의 상황이고 관점인데 독일은 예를 들면 자립 기준으로 주거, 청소, 요리 등의 능력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명시가 돼 있어요. 주거 환경에서 이웃과 함께 지내고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을 주거 능력으로서의 자립 기준이라는 거죠. 미국과 영국에는 ‘당사자를 꼭 의결하는 과정에 포함시킨다’ 같은 매뉴얼들이 있고요. ‘자립이라는 게 돈과 주거만이 아니다’라고 했던 것처럼 외국 사례들 보면서 이런 방향을 우리가 고민해야 될 때가 됐구나하는 그런 공감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담았습니다.

‘열여덟 어른을 환영하는 어른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열여덟 어른> 시즌 2, 3 캠페이너들과 함께

신선: 캠페인을 하면서 저한테 자립준비청년을 돕고 싶은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모르겠다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매니저님은 자립준비청년들을 많이 만나셨는데, 그들에게 다가갈 때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성식: 책 2장에 그런 이야기가 담았어요. 우리가 한 사람에게 다가갈 때 이 사람의 거리라는 게 있는데 우리가 그 거리를 너무 쉽게 무시하고 확 다가가는 경우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립준비청년을 돕고 싶은 마음은 감사하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만났을 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거든요. 자립준비청년들이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직 그런 관계 맺기나 감정 표현이 서투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어떤 사람인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관계가 틀어질 확률이 너무 높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책에 담은 것처럼 ‘내가 누군가를 도울 거야’라는 마음은 사실은 관계를 오래 맺기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돕는 관계로 만들면 ‘나는 돕는 사람이야, 내가 뭔가 계속 해주고 있어’라는 마음들은 상대에게 빚진 마음을 갖게 할 거기에 관계 맺기가 쉽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고민들을 같이 담았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는 분명히 ‘좋은 어른’들의 역할이 있었다. 개인 후원자로서, 좋은 선생님으로서 힘들 때마다 얘기를 들어주고 물질과 마음을 나누고 곁을 내어준 어른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관계들을 보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진 관계가 많았다.
– 『안녕, 열여덟 어른』 p.210

신선: 혹시 책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김성식: ‘열여덟 어른을 환영하는 이 세상에 어른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나 또한 한 명의 어른으로서 이 세상에 나온 열여덟 어른의 존재를 기뻐하고 환영했던 시간들이었다’라는 말을 책 마지막 부분에 적었어요. 이 부분은 사실 우리 캠페이너들에게 하는 얘기에요. 저 또한 좋은 어른으로서 환영하는 어른이 있다라는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진실된 관계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캠페인을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신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손자영: 일단 책을 읽어봐라! 여기 다 적혀 있다. 작가님, 그렇지 않나요?

김성식: 아니요. 제 책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떻게 보면 읽으시는 분들이 좀 아쉽다고 할 수도 있겠죠. 정확한 어떤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는데 고민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많으니깐요. 그동안 만나본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풀기 위한 숙제는 거기에 있더라고요. 당장 시급한 것은 시급한 대로 해결해야 되지만 이 고민을 하지 않고서는 문제는 반복될 것이고, 한 사람의 인생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성숙한 논의로 끌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왜 이렇게 뜬구름 같지 혹은 왜 이렇게 추상적이지 혹은 철학적이지라고 하신다면 그 고민을 같이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세상에 나올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해 관심 가져주신다면 더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녕, 열여덟 어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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