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기업 ‘한국에자이’와 아름다운재단은 2020년 ‘나를 있게 하는 우리 기금(이하 나우기금)’을 조성하여 암경험자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암생존자 리빙랩 온랩(이하 온랩)”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어서온나 포용사회> 사업을 진행, 암경험자가 원활한 사회복귀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고용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사회에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암경험자의 투병환경에 대한 이해, “합리적 배려”의 필요성을 일반시민, 구직자, 기업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 강연,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수명이 늘어나면서 모두 암이 발병할 위험에 처했다. 암은 다세포 생명체의 숙명이다. 살아가는 그 자체가 암을 낳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와인버그-

암 생물학자인 로버트 와인버그 MIT 교수가 언급했듯이 현시대에 암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2020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대수명까지 생존 시 암이 발생할 확률이 남성 39.0%, 여성 33.9%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조기검진의 제도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암을 치료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암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은 남성 65.5%, 여성 77.8%로 평균 71%를 넘어섰다. 그러나 ‘암 경험자’들은 그릇된 관념과 치우친 시선 탓에 사회에서 원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온랩과 파트너십을 맺어 암 경험자와함께 일할 수 있는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구현하고자 ‘어서온나 포용사회’를 진행했다. 어서온나 포용사회는 암 경험자의 투병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직장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배려 지침서’를 개발하는 워크숍이다. 여기에는 암 경험자를 향한 소통과 공감은 물론 우리 사회의 지향점도 제시되어 있어 의미하는 바가 상당하다. 이는 어서온나 포용사회의 주관자인 온랩 정승훈 이사장과 참여자인 한국에자이 서정주 이사가 들려주는 메시지에 오롯이 녹아있다.

한국에자이 서정주 이사(좌), 온랩 정승훈 이사장(우)

소통과 공감으로 새기는 우리의 약속

암 경험자들은 직장에 복귀하고 싶어도 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정승훈 이사장은 누구보다 그 현실을 실감했다. 그 역시 암을 경험했던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온랩을 설립해 암 경험자 관련 인식 개선과 고용 유지를 위한 포용사회를 추구해나가고 있다.

“암 경험자는 퇴사를 권유받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치료 후에 직장에 복귀하더라도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워 조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요. 스스로 직장에 폐를 끼치진 않을까 미안해하기도 하고, 동료들의 지나친 걱정에 의지가 꺾여 우울해하기도 해요. 그렇게 그만두면 심리적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죠. 그 때문에 암 경험자가 직장으로 복귀하는 과정은 삶 속에서 아주 중요해요.” (정승훈 이사장)

정승훈 이사장은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사례를 마주하며 암 경험자의 심정을 헤아렸다. 그와 마찬가지로 서정주 이사 역시 암 경험자의 사정을 여러모로 파악하고 있다. 온랩의 코디네이터로도 활동 중인 서정주 이사는 암 환자의 가족이었다. 현 회사에서 약 20년 간 인사 업무를 일임하고 지금은 기업사회혁신 부서장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다양성과 포용성을 고려하며 암 경험자와 더불어 근무할 수 있는 선도적 조직문화를 그려가고 있다.

“암 경험자가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해 생겨나는 사회적 손실이 많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오는데요. 아무래도 암 경험자와 함께할 수 있는 업무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죠. 그 관점에서 일터는 암을 포함해 질병이 발생해도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변화가 요구되고 있어요. 그야말로 포용사회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서정주 이사)

진심을 다해 포용사회의 실현을 바라는 서정주 이사. 어서온나 포용사회는 이렇듯 암 경험자의 실태를 꿰뚫고 있는 정승훈 이사장의 노고와 서정주 이사의 소망을 기반으로 수순대로 사업이 실행될 수 있었다. 여느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난감한 상황도 없잖았으나 고심과 협력 속에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우선 정승훈 이사장은 소셜미디어와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참여 그룹을 모집해나갔다. 그 결과, ‘수요가 늘어나는 개발자 10명’,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16명’, ‘보호자 입장의 일반시민 24명’으로 범주가 구분됐다. 그는 세 그룹을 대상으로 세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어서온나 포용사회는 워크숍 형태로 이어졌고요. 각 그룹은 암 경험자의 미니강연을 통해 투병환경을 인지한 후 암에 대처하는 40가지 질문을 풀어보고, 그렇게 답변한 이유를 서로 공개하고 토론하며, 소통과 공감 속에 암 경험자를 향한 그들만의 합리적인 배려를 도출할 수 있었어요. 각 그룹이 합의한 합리적인 배려는 저마다 실현할 수 있도록 추후 지침서로 문서화한 다음 각각 전달했습니다.” (정승훈 이사장)

암환우 네트워크 지원사업에서 만들어진 자료. 합리적 배려 지침서 등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세우는 우리의 일터

어서온나 포용사회 사업으로 개발자, 대학생, 일반시민에 맞춘 합리적 배려 지침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세 그룹은 암 경험자의 투병환경을 이해하는 가운데 인식이 개선됐다. 물론 그룹마다 사회에 기대하는 배려의 수준이 달랐고 그룹 속에서 각자 입장 차이도 나타났지만, 암 경험자를 중심으로 그들은 서서히 합의점을 찾아갔다. 암 경험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지양, 직장 동료의 진정성 어린 관심, 치료 중 지속적인 대화, 추적관찰 기간 동안 근무 조율의 배려 등으로 소통과 공감이 키워드였다. 상징적으로 표현하면 ‘봄날의 햇살 같은 포근한 마음’이 그들이 풀어낸 합리적 배려의 해답이었다. 서정주 이사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하며 합리적 배려가 선사하는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저는 직장 동료들을 설득해 어서온나 포용사회의 워크숍에 동참했는데요. 토론을 비롯한 소통 속에서 실제로 아픔을 경험한 직장 동료에게 깊이 공감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자세히 몰랐던 부분을 온전히 깨달을 수 있었죠. 그 이후로 회사에선 팀워크가 강화되는 느낌도 받았는데요. 합리적 배려를 통한 포용적인 조직문화의 효과였던 것 같아요.” (서정주 이사)

서정주 이사를 포함해 어서온나 포용사회 참여자들의 변화는 특별했다. 정승훈 이사장에 따르면 암 경험자의 어려운 상황을 인지한 그들은 암 경험자 관련 고용 유지, 복지환경 개선, 공공의 개입을 통한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는 자신에게도 예고 없이 암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반응만 나타나진 않았다. 아직은 직장에 적용하기가 막연하다는 피드백들도 있었다. 실제로 정승훈 이사장은 규모가 상당한 여러 기업에 합리적 배려에 대해 제안했었지만 실효성 차원에서 실행되지 않았다.

“이번에 참여자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암 경험자들을 향한 합리적 배려가 논의를 넘어 현실에 적용되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보고자 하는데요. 무엇보다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자료들을 축적해나가서 사회가 요구하는 합리적 배려의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정승훈 이사장)

어서온나 포용사회를 뿌리내리기 위한 정승훈 이사장의 다짐. 앞으로 그는 진로, 취업 관련 기업과 협력해 합리적 배려에 대해 널리 교육하고, 질병, 복지 분야 조직과 협업해 암 경험자는 물론 중증질환자들의 사회안전망을 견고하게 구축할 예정이다. 서정주 이사 역시 온랩의 코디네이터로서 최선을 다해 합력할 작정이다. 그녀는 정승훈 이사장과 함께 누구나 합리적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속히 확산시키고, 정착시키고 싶다.

“포용사회는 우리가 취약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안심하고 최대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소통하고 공감하는 세상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암이나 중증질환을 넘어 질병 전체를 포용하길 바라고 있는데요. 아직은 목표가 멀지만 어서온나 포용사회에 참여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커다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서정주 이사)

포용사회를 내다보다가 움트는 희망을 찾아낸 서정주 이사. 어쩌면 정승훈 이사장과 서정주 이사가 그리는 포용사회는 예상보다 빠르게 실현될 수도 있다.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속에 유연근무는 확장됐다. 성별에 상관없이 육아휴직도 당연시되는 중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며 사방의 유리천장도 무너지고 있다. 그 가운데 형성된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의 성장과 혁신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그뿐이 아니다. 마법 같지만 정승훈 이사장의 계획은 곧잘 현실이 되곤 한다. 언제나 암 경험자의 삶을 배려하는 그는 과거 생소했던 ‘생명수당’, ‘병원동행서비스’, ‘중간집’ 등을 언급했었고, 이는 지금 유관 현장에서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그대로라면 합리적 배려가 풍성한 조직문화는 시간문제일 뿐 때가 이르면 봄꽃처럼 화사하게 번져갈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승훈 이사장이 밤낮없이 안간힘을 쓰고, 서정주 이사가 오롯이 정성을 기울이며 변화를 주도하는 덕분이다. 그런 만큼 이제 그들이 쏘아 올린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일터마다 가득히 울려 퍼지길, ‘어서온나 포용사회’가 메아리치길 소망한다.

글 |노현덕 작가
사진 |임다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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