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경남여성단체연합의 경남여성운동사에 대한 기록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경남의 성평등 변화, 새로운 물결로 만나다.

다른 모든 지역이 그렇듯 경남의 여성운동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휘발되기 마련이다. 후대의 여성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의 여성운동은 맥락이 없다.’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의 여성운동은 언제나 맥이 이어져왔다. 그래서 경남여성단체연합은 후대의 여성운동가들에게 역사를 전달하고자했다. 그렇게 탄생한 사업이 ‘경남의 성평등 변화, 새로운 물결로 만나다!’이다. 우리의 역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선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할까? 요즘은 글보다 영상이 친숙한 시대이다. 우리는 경남의 여성운동사를 영상으로 제작하여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공유하기로 했다.

영상을 촬영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먼저 여성운동의 역사를 걸어온 활동가 14명에게 질문지를 보냈다. 이중 9명에게 답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응답을 보내주신 활동가 9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경남지역의 여성운동 활동가들이 얼마나 바쁜지, 일정을 잡기가 정말 힘들었다. 간신히 주말에 촬영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촬영 전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셨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호주제 폐지운동 부터 시작하여 미인대회 저지운동까지 어찌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지 촬영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어찌나 생생하게 말씀하시던지 그 당시 여성운동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촬영 당시 나눴던 이야기를 짧게나마 풀어보겠다.

Q. 경남에서 일본군‘위안부’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지금의 경남도민일보 당시에는 경남 내일 신문이었던가. 훈 할머니 특종을 내면서예요. 훈 할머니가 외국에 계시면서 한국에 못 돌아오셨는데 너무 오래 외국에 있어서 한국말도 잊어버리신 거예요. 한국에, 고향에 가고 싶다 해서 사업하는 분이 우연히 만나서 오시도록 했는데 할머니 고향을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당시 경남 내일 신문 김주환 기자가 한 달 동안 사방을 헤매고 다녔죠. 할머니께서 기억나는 거는 마당에 큰 엿 끓이는 솥이 있었다. 그래서 엿 공장을 전부 뒤지고 동사무소마다 엿 공장 주소 받아내고 결국 찾은 거예요. 전국 특종이 된 거죠. 이후에 훈 할머니가 여동생들도 만나고 가족과 재회도 하고, 굉장히 중요한 역사입니다.

언론으로서 역할을 찾아낸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고 이 위안부 역사에 대해 우리가 무언가 해야 하지 않느냐고 김 기자가 지역사회에 먼저 제안한 거예요. 그게 계기가 돼서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경남여연이 없었고, 경남여성회, 창원여성의전화,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가 있을 때예요. 굉장히 긴 이름이긴 한데 짧게 줄여서 경남 정대협을 만들어줘서 정말 중요한 일 많이 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아직도 한국에서 조사도 안 됐고 누가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중국에서 아직도 못 돌아오지 못한 분이 누가 있는지 이런 걸 몰랐는데 경남 정대협에서 중국 현지 조사 다니면서 할머니들 찾아내고 또 고국에 돌아오기 원하는 분들은 돌아오시도록 주선도 했어요. 비용을 만들기 위해 위안부 연극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 문화행사 많이 했었죠. 그러다가 2000년에 정부가 피해자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한다는 얘기를 듣고 경남 정대협은 2002년에 해산했어요.

우리는 영상을 제작함과 동시에 상세한 기록을 담은 역사서도 만들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기획회의 2회 자문회의 2회였으나 20년간의 방대한 역사를 정리하다보니 회의가 끝없이 늘어났다. 게다가 20년간의 역사를 한 해 만에 정리하자니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6명의 기획위원님들과 5명의 자문위원님들의 도움으로 백서 제작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 자료는 여성운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는 간단한 책자였다. 회의 끝에 위의 백서를 간단히 요약한 여성달력을 제작하기로 했다. 달력을 만드는 데 후배 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내용과 삽화(“내가 그렸다!”)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글은 보시는 분들은 경남여성단체연합의 여성달력을 꼭 한번 봐주시길 바란다.

작년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기록했다.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이겨냈다. 앞으로도 우리 여성운동은 평탄히 흘러가지 않을 것 이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나침반삼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그날까지 우리는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 사진 : 경남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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