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성북청년시민회의 동네탐방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탐험하는 일의 중요성

안녕하세요, 서울시 성북구에서 청년 활동을 하고 있는 성북청년시민회입니다. 2020년 사단법인을 설립했고, 2013년 이후부터 성북구에서 일을 하거나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관심이 생긴 청년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어떻게 일-동료-생활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청년정책 거버넌스 활동, 성평등과 다양성을 위한 활동, 초보 기획자나 소모임을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청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청년을 단일한 그룹으로서 파악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청년’이란 생애주기 중 하나이고,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이행이 진행되고 있는 이행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점점 더 다양한 청년들, 미디어에도 알려져 있지 않은 문제를 겪는 청년들, 법령 한두 개로 정의하기엔 너무 복잡한 상황에 있는 수많은 청년들에게로 참여의 물꼬를 트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 고립을 겪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고 외롭지 않고 스스로 삶을 중단하지 않게 지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 이후에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청년의 사회적 고립에 주목하는 연구나 정책이 대두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의 연구 용역을 통해서『청년의 사회적 고립 측정 척도개발』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청년 체인지업 프로젝트〉, 〈미취업 청년 일 경험 형성 지원사업〉 등의 정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의미 있는 이유는, 청년의 사회적 고립이 청년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 달려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조건에 따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며, 따라서 사회가 함께 대응하고 해결해야 하는 공적 문제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북청년시민회는 “최근의 연구들은 사회적 고립이 사회적 배제, 사회적 자본, 삶의 질, 정신건강 등과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며, 이러한 관점에서 청년 문제로서의 사회적 고립에 주목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청년도 사회적 고립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청년의 사회적 고립은 물리적 고립과의 연관성도 높은 노인‧장애인‧질환자 등에 집중된 기존의 사회적 고립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 등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출처 : 조미형‧최지현‧이승영‧최보라, 2021, 『청년의 사회적 고립 측정 척도개발』, 서울: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협동조합 함께하는연구

그래서 청년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첫 발자국, 서로의 일상을 돌보는 관계의 경험, 시간과 돈이 부족해 배움과 성장을 멈춘 이들이 지역 자원을 연계하여 다음 학업과 취업으로 이행하는 것 등, 청년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성북청년시민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자본을 활용해 시도할 수 있는 작은 변화로서 〈성북 동네생활 탐험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운영했습니다.

성북 동네생활 탐험가    

<성북 동네생활 탐험가 – 씨 뿌리는 마음으로>는 서울시 성북구라는 현장에서 동네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조성한 프로젝트입니다. 20대~30대 청년들을 탐험가로 모집하여, 동네에서 일하기, 동네에서 관계 맺기, 동네에서 배우기를 실천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특히 8월에서 11월까지는 탐험가들 모두가 실제 현장에서 지역 활동을 경험해보기 위해 ‘사람-탐험’을 떠났습니다.

주 10시간씩 탐험을 하는 동안 탐험가들은 소정의 활동수당을 지원받으며 각자의 시선으로 지역을 탐구하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 경험은 고스란히 본인이 작성하는 변화의 연대기에 담겼고, 격주 1회씩은 탐험가 동료들이 다 같이 모여 서로를 돌보고 인사이트를 나누는 회고모임이 있어 더욱 잘 정리될 수 있었습니다.



사람-탐험 현장은 지역에서 시민성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 및 기관들을 연결하였고, 담당자들끼리 꾸준히 소통하며 탐험가들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90년대 후반 탈학교를 선택한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몸담으며 배움터가 된 “교육공간 민들레”로 간 탐험가들은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수업 중 ‘요리와 지역축제’ 주제와 ‘사회참여와 진로’ 주제의 프로젝트에 보조 길잡이로 참여하며 스스로 배운다는 것에 대한 신선한 경험을 이어나갔습니다.

성북구의 독서문화를 바꾸고 도서관을 주민들의 문화적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성북문화재단 도서관기획팀으로 간 탐험가들은 성북구에서 다 같이 읽을 ‘한 책’을 선정하는 사업에 참여해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함께 만들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디아스포라 주제에 대한 관심을 담아 북토크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해보기도 했습니다.

지역이 가진 문화적 가능성을 발굴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아트버스킹으로 간 탐험가들은 정릉동의 복합문화공간 ‘차라리낭만’을 거점으로 행사와 모임을 만들었고, 매일매일 정릉 주변을 발바닥 탐방하며 쌓인 사진과 메모를 ‘차라리낭만’ 벽면에 맵핑하였습니다.



활동 말미에 작성한 개인 에세이를 통해 보면, 청년 탐험가들은 완전한 직장도 아니고 봉사활동도 아닌 형태의 사람-탐험에 참여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우려나 직장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전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로써 청년들이 ‘삶의 전환기’에 시도해볼 수 있는 느슨하면서도 가치 있는 활동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종합적으로 ‘동네’ ‘이웃’ ‘동료’ 등의 단어에 대해서도 각자의 사고방식 변화가 있었으며, 이런 변화 덕분에 자신이 살고 있는 기존의 동네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성장, 인구절벽, 양극화의 조짐 속에서 어떻게 하면 청년들의 삶을 지탱할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어쩌면 지역 사회가 청년들의 안전망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직은 거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청년들이 지역사회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지역사회 안에 청년들이 관여할 수 있는 장소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성북청년시민회는 그동안 지역에서 다양한 세대의 동료들을 만났고, 이득과 손해로 엮여 있지 않은 환대와 상호신뢰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왔습니다. 이 커뮤니티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실제 생계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서로의 삶에 느슨하게 간섭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나의 동네에서 만들어질 때, 그 안정감은 지역에 정주할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쫓기듯이 주거지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청년들과 동네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탐험’이라는 말의 낭만적인 울림은, 어딘가 잘 모르는 먼 곳으로 떠나 험난한 모험의 세계로 뛰어드는 이미지를 그리게 하지만, 익숙하게 스쳐 지나갔던 곳이라 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내가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고 있는 나의 동네, 나의 이웃, 나의 동료를 새로운 눈으로 보려 노력하는 것 역시 탐험이며, 충분히 모험적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험난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탐험가 청년들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까지도, 성북청년시민회가 적어 내려가는 변화의 시나리오가 다다른 여러 결말 중 하나입니다. 청년들이 더 이상 생을 비관하지 않는 사회, 청년들이 미래 앞에서 불안하지 않은 사회의 한 구석이, 이 이야기를 통해 온전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 사진 : 성북청년시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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