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여주사람들의 커뮤니티 지원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쓰고 싶은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장사를 한다는 것은 아침에 눈 떠서 잠이 들 때까지 한순간도 혼자 있기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손님을 늘 기다리며 혼자 외로운 일상이 계속된다. 가게에서 그림책을 읽다보면 말이 하고 싶어진다. 홀로 내 뱉는 한숨처럼 고독하지만 자유롭게 나를 풀어 놓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육십이 다되어갈 때 알았다.“ 

그림책 함께 읽고 책모임 할 때 김OO 상인이 한 말이다.

“그림책을 혼자 읽다 함께 읽고 토론하며 내 이야기를 하다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본다. 가끔 현실을 돌아보고 미래를 꿈꾸는 시간이기도 하다.”

최OO상인이 한 말이다.

“처음 하는 드로잉, 난생 처음 글을 쓴다. 어색하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말과 행동을 성찰하고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미래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산다는 건 생각보다 보잘 것 없는 일들에 감사하는 과정이 아닐까?”

그림책교실에 참여한 홍OO 상인이 한 말이다.

“우리는 상인들과 그림책을 읽다 웃고 울고 분통이 터져서 막 화가 날 때 그 느낌 그대로 그림을 그렸고 글을 썼다. 어느 날 내가 그린 그림들을 담아 놓은 보자기를 풀었을 때 8절 드로잉지 3권이 있는 것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고 삶의 태도를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이OO 상인이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는 북토크에서 자기고백처럼 한 말이다.

상인들은 그림책 만들기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그림을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어서 주저주저 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 안의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질문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내 목소리를 냈으며 섬네일을 만들고 스케치를 하면서 나를 나답게 했다. 여주에서 나고 자란 상인은 여주를 기억하고 기록하려 했고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 한 장면을 사진으로 가져와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상인도 있었다.

‘글을 쓰고 싶은 상인’과 ‘글을 쓰고 있는 상인’으로 구분되었다. 그림과 다르게 그림책이 거의 다 완성되어질 때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과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림책을 출판하고 시민들이 빌려가서 읽는 순간 그 그림책은 사적이지 않다. 내가 왜 쓰려고 했고 무엇에 대해 쓰고 싶어 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읽어도 공감하는 개인적 경험을 통과한 생각과 감정을 독자가 읽는다. 이제 더 이상 사적이지 않다.

그림책 바람이 불다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 꿈꾸고 놀고 상상하던 이야기가 그림책 바람이 되어 멀리멀리 날아가 여기저기 그림책 꽃으로 피었다. 그림책 원화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액자에 담아 동료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전시장 한 쪽 벽면에 태어나지 못한 그림책 원화들을 모두 모아 놓으니 커다란 한 송이 꽃 같았다. 수십장을 그리고 여러 장을 써서 그림책 속에 넣으려 했지만 꼭 필요한 장면, 또 거기에 어울리는 문장만 골라서 그림책 한 권이 탄생했다. 선택되지 못한 그림과 글을 보면서 상인들은 그림책을 또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해보니 두 번째는 일도 아닌 것처럼 말했다.

태어난 그림책들은 장날 시장 한복판에 펼쳐 놓고 오가는 사람들이 펼쳐보고 만져보고 읽어보고 다들 ‘내 얘기 같다’며 한마디씩 했다. 토닥토닥그림책 도서관에서 매주 수요일 인스타 라이브로 그림책 리뷰를 진행했고 도서관 한 코너에 상인그림책 컬렉션 전시를 했다.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상인그림책을 대출하게 장비작업을 마쳤고 어린이들에게는 콘텐츠로 제공됐다. 상인그림책 중 최다 대출 그림책은 ‘상상나무’ 이었다. 이 그림책은 여러 시민들이 열람하였고, 열람 후 대출해 갔다. 여주에서 나고 자란 상인이 작업한 그림책 ‘우리 아버지’/ ‘별이 된 내 동생’ /‘바람이 솔솔’ 등 여주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도 자주 대출되었다. 내가 만든 그림책이 사적인 그림책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크게 호응 받고 공감 받는 그림책이 되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림책 원화와 잘 어울리는 전시 공간 ‘빈집갤러리’

상인들은 ‘그림’, ‘책’, ‘북콘서트’ 이런 단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림책을 만들기 전까지. 그런데 그림책을 제작한 후 원화전시에 관심이 생겼고 북콘서트에 참여해 작가와의 만남도 했다. 장터에서 난전처럼 펼쳐 놓고 게릴라 전시를 했고 시장 안에 있는 작은 갤러리 ‘빈집갤러리’에서 원화전시를 하면 참 잘 어울렸다. 동료시민들이 관람하며 탄성을 질렀다. 이거 진짜 OOO사장님 그림이냐고? 이 분이 그림책을 출판했냐고? 나도 다음에 참여하고 싶다고.

시장 안 그냥 가게인줄 알았던 전시장에 상인들이 참새방앗간 들락거리듯 짬 내서 잠깐 잠깐 다녀갔다. 옆집 가게가 경쟁자였다가 동료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상권이 죽어서 장사가 안 된다고 속상해 하던 상인들에게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상권이 죽으니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 세를 놓자던 상인들이 추억이 어려있는 이 공간을 재생해서 살려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운을 뗀다.

또 다른 현실은 손님도 떠나고 상인도 떠나는데 희망이 없다고 한탄한다. 우리는 상인들과 추억의 이 공간을 도시재생으로 남겨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책에 관심 없던 상인들이 책을 냈다. 전시를 보러 빈집 갤러리에 들락달락하는 상인들이 생겼다. 찾아오는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던 도서관 활동가들이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자였던 이웃이 동료가 되었다.

우리는 2년 동안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인들과 친해졌고 그 친함으로 도서관을 지켰으며 앞으로 상인들과 시장을 지키는 연대를 할 것 같다. 틈틈이 책방여행도 다니고 북콘서트도 관람하며 그림책 원화 전시를 보러 순천그림책도서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동료시민들과 함께.

글, 사진 : 여주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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