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지키는 방법
후후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후후레터는 준비한 이야기를 잠시 미루고, 긴급한 현안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지난 주말 내린 집중호우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일궈온 터전도 삽시간에 사라졌고요. 평소 후후레터라면 재난 속에서 찾은 희망적인 이야기들로 용기를 드렸을 텐데요. 피해양상이 달라지는 재난을 또 마주하며, 근본적인 원인인 기후위기 이야기를 한 번 더 전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한국은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장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어요. 국지성 호우, 단발적인 소나기가 반복되다 보니 오랜기간 비가 내린다는 뜻의 ‘장마’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진 거예요.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강수량도, 기온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거예요. 실제로 미국은 폭염과 꺼지지 않는 산불로 고통받고 있고, 이탈리아는 20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한 상황입니다. 로마의 최고기온은 무려 41.8도에 달했다고 해요. 
 
각자 다른 양상의 재난과 싸우고 있지만 힘을 모아야 할 과제는 같습니다. 기후 위기의 속도를 늦추는 거죠. 우리가 사랑하는 지구 위의 많은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요.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한탄할 때도 있겠지만 후후는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후후레터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아왔어요. 
 
💌 카카오같이가치에서 호우 피해 복구를 위한 모금이 진행 중이에요. 댓글 작성만으로도 1,000원을 기부할 수 있습니다.
‘둠스데이 클락(Doomsday Clock)’ 들어보셨나요? ‘운명의 날 시계’ 등으로 번역하는데요. 핵, 기후위기 등을 반영해 지구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시계예요. 자정인 12시를  지구 종말의 시점으로 보는데, 2023년 11시 58분 30초에 다다랐어요. 멸망까지 90초 남은 상황인 거죠.
 
오늘 후후레터는 마지막 순간으로 달려가는 시곗바늘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박수홍 활동가,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 이민호 활동가, 소비자기후행동 이차경 사무총장(이하 단체명으로 기재 통일)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녹색연합: 사무실이 서울 성북동 주택가에 위치해있어요. 경사가 굉장히 높아서 축대를 쌓아 올려 평탄화 작업을 하고 그 위에 건축된 집들이 대부분인데요. 2020년 50일간 지속되었던 장마로 사무실 뒤편에 있는 집이 무너졌습니다. 활동가들은 긴급 대피했고, 안전진단이 진행되는 한 달 동안 사무실에 출입할 수 없었습니다. 원인을 알아보니 폭우로 축대가 물을 머금다 못해 무너진 것이었어요. 이후 다시 축대를 쌓았지만, 예전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강수 피해를 염두하고 방수 처리를 철저히 한 뒤 쌓아올렸죠. 피해가 벌어진 후 수습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적인 차원의 대비가 더 중요합니다. 피해의 경험과 교훈들이 고스란히 기후정책에 담겨야 하고요.
 
서울환경연합: ‘전부다 기후위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는 요즘의 날씨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형산불 기준은 피해면적 100ha 이상인데요. 2022년 3월 울진과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은 피해면적 기준의 200배가 넘는 20,000ha 이상의 산림을 태웠습니다. 100년 빈도의 강우량의 집중호우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존의 기준을 뛰어넘는 기후재난은 고스란히 인명과 재산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기후행동: 사망 46명, 실종 4명, 이재민 1만여 명, 건물과 도로 파손 1486여 건… 이번 호우로 인한 피해를 보며 기후위기를 체감합니다. 재난의 빈도와 강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후위기 해결 및 국민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보호하는 일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녹색연합: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저지하기 위해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시스템 전환을 실현하는 걸 목표로 활동합니다. 기후정의운동, 탈핵,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최근 집중호우와 같은 기후재난들을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인 기후적응 정책들이 작동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합니다. 
 
서울환경연합: 서울을 거점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삶의 방식과 도시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11% 내외의 에너지 자립률, 그마저도 대다수의 전력을 당인리 복합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는 만큼 태양광발전 확대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인상, 혼잡 통행료 징수 중단,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 등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소비자기후행동: 기후행동보상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유발한 원인 제공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개인과 단체의 모든 공익적 활동은 보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 세종시, 상지대와 기후행동보상제 실행을 위해 논의 중입니다.
녹색연합: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인 석탄발전을 정부가 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정치사회적인 행동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2022년 9월, 시민 5만 명이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 청원에 동의했는데요. 1년이 지나도록 국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국회에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신문광고를 게시할 예정입니다. 후후레터 구독자분들도 공동 신문 광고주가 되어주셔서 국회를 향해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울환경연합: 종종 강의나 캠페인을 통해 만난 분들이 ‘본인의 실천이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혼자만 실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이야기하시곤 해요. 하지만 환경을 위해 무언가 시작하고, 지속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결국 그 힘이 모여 서울환경연합과 같은 환경단체가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임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소비자기후행동: 빌 맥과이어의 책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의 서문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날마다 무지, 비난, 정보의 교란, 막무가내식 부정에 맞서 꿋꿋하게 싸우고 있는 전 세계 기후활동가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싸움에서 여러분은 이길 것입니다. 여러분은 패배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환경운동가 데릭 젠슨의 말로 후후레터를 매듭지으려 해요. ‘모든 게 엉망진창일 때 좋은 점은 어딜 둘러보더라도 할 일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비통함을 감출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의무는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일임을 기억해 주세요. 그럼, 다음 후후레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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