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통해 사단법인희망씨는 ‘지역을 만난 노동: 희망씨 10년의 기록‘을 제작했습니다. 한국사회 최초로 노동조합의 사회연대(공헌)사업 사례를 모아내었다는데 큰 의미를 가진 사단법인희망씨의 활동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지역을 만난 노동: 희망씨 10년의 기록을 펴내며

노동조합과 지역이 만난다는 것, 다소 낯설고 추상적이다. 일터에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조직’과 삶의 터전인 ‘공간’이 병렬적으로 함께한다는 것의 낯섦이고, 어찌 보면 운동적 성격이 다른 부문끼리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수직적 구조의 조직과 수평적 연대체에 가까운 지역의 소통방식도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거기에 운동의 방향성까지 덧붙여져 ‘노동조합의 지역연대·나눔연대’에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후위기 등으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 불평등은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이라는 가치를 활동의 지향에서 빼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간절히 알려주고 있다.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에서 조직적 규모가 크고 대중적이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은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책무다. 2023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노회찬재단이 조사한 ‘국민불평등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이는 명확히 드러났다. 국민은 노동조합이 사회적 불평등 개선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노동조합의 활동 방향을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지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를 보더라도 노동조합이 사업장 안에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만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특히 정권과 자본 그리고 언론의 전방위적인 탄압을 받는 지금, 스스로 일터 내에서 위계를 가르고 그 위계로 인해 국민에게 외면 받는 노동조합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사회연대’라는 노동조합의 전략적 선택 역시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사단법인희망씨 결과공유회

희망씨 10년의 활동을 돌아보며 노동조합의 인식과 활동 범위도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노동조합을 구성하는 조합원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생각이 노동조합 활동에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이 이런 변화된 활동으로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주체로 만들고 동시에 조직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변화의 노력(들)에 맞물려 노동조합 내부에서 ‘우리 것’ ‘우리들끼리의 연대’가 아닌 다양한 연대와 더불어 살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고민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지역사회운동노조’를 표방하고 전 조직적으로 조합원 실천을 끌어오고 있는 희망연대본부, 플랫폼노동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유지하기도 어려운 조건이지만 지역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지역본부로서는 최초로 생활문화위원회를 두며 사회 대전환을 위해 지역에서 나눔과 연대와 투쟁을 조직하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개별 노동자들을 삶터에서 조직하는 방법으로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는 안산의 ‘좋은 이웃’ 사례가 그것이다. 그리고 노사 공동 재단을 설립해 사회연대를 실천하는 희망철도재단,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기금을 조성해 사회연대활동을 하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례도 있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10년 동안 꾸준히 전개하고 다양한 노동조합으로 전파·확산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사단법인 희망씨를 소개하며, 희망씨와 함께하고 있는 노동조합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희망씨 사례 파트에서는 희망씨와 함께 지역에서 다양한 실천을 했던 노동자들의 수기도 함께 엮었다.

사단법인희망씨 활동기록 결과보고서 표지

이 밖에도 이 책에서 언급하지 못한 많은 노동조합과 사례가 있다. 금융노조와 금융사용자가 만든 금융산업공익재단, 공공부문 노사가 조성한 공공상생연대기금, 화섬식품노조의 사회연대위원회 사례가 그것이다. 그리고 많은 노동조합이 노사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거나, 자체 기금을 조성해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는 나눔과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노동조합의 사례를 모두 싣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기금 분배와 후원만이 아닌 ‘노동자의 참여’와 ‘연대’를 기반으로 한 실천 사례를 담으려 노력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노동조합의 지역 활동 관련 Q&A를 실어 지역연대, 생활문화연대, 나눔 연대로 불리는 다양한 지역연대활동을 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들에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노동조합이 사회연대를 깊게 고민하고 다양한 실천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희망씨 회원들(노동조합 조합원들)도 만나고, 노동조합과 함께하는 지역 단체분들도 만났다. 다들 지역과 나눔하며 삶의 많은 변화가 있었고,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씀하고 계셨다.

부족하지만 이런 고민을 책으로 엮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특히 아낌없이 글을 보내주신 저자들과 희망씨와 함께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작물] 지역을_만난_노동_희망씨_10년의_기록

글, 사진 | 사단법인희망씨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