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캠페인은 정보를 공유하고 응원을 보내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우리는 열여덟어른이다’와 인스타그램 계정 @eighteen_adults 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운영자인 허진이 캠페이너는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 100회 기념으로 추천된 책을 매개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기획했는데요. 그 모임의 시간에 대한 허진이 캠페이너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 – 열여덟 어른, 지금까지의 변화를 이야기 해볼까요?
👉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 –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가 추천하는 영화&책

 

서로 마음을 나누는 커뮤니티 너머로 생겨난 호기심

열여덟 어른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네이버 카페 우리는 열여덟어른이다와 인스타그램 @eighteen_adults이 있다. 이 두 커뮤니티는 캠페이너가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자립에 필요한 정보와 캠페인 활동 소식, 그리고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비대면 의사소통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한다는 게 영 어색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솔직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온라인 커뮤니티가 필요한 까닭을 이용자들이 언제든지 솔직해질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영자와 이용자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적당할지 고민한 적도 있다.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솔직할 수 있는 사이라면, 이대로 이름과 얼굴을 밝히지 않는 사이가 좋겠지 싶었다. 그래서 문자 너머에 있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삼킨 적이 많았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오래전부터 열여덟 어른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꼭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별것 아닌 소식에도 손끝으로 마음을 전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적당함과 호기심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대충 지은 듯 우스꽝스럽거나 개성 넘치는 닉네임 너머에 어떤 사람이 있을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이 계속 소통하는 건 알게 모르게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움직이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만남을 기회로 삼아 궁금한 것도 묻고, 그간의 감사함도 전하고 싶었다. 온라인에서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만날 순간을 준비하는 내내 설레면서도 긴장됐다.

열여덟 어른’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2023년 12월, 아름다운재단 매니저님께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열여덟 어른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수다를 떨고 싶어서 ‘만남’을 주제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덧붙여 얼마 전 우리가 열여덟 어른 팟캐스트에서 추천한 책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12월 29일. 회사는 종무식으로 정신이 없고 거리는 한 해를 보내는 사람들로 시끄러울 때, 나는 조용한 내 방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날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것은 자영 캠페이너가 추천했던 루리 작가의 『긴긴밤』 이라는 책이었다. 루리 작가의 『긴긴밤』은 코끼리 보육원에서 코끼리들과 자란 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함께 긴긴밤을 뚫고 파란 지평선(바다)으로 나아가는 책이다

<긴긴밤> 루리 글·그림, 문학동네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엉망인 발로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길고 컴컴한 밤을 기어이 밝힌 것은, “더러운 웅덩이에도 뜨는 별” 같은 의지이고, 사랑이고, 연대이다.

나는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려고 ‘오늘 모임을 위해 내가 한 결정은 무엇인가요?’하고 물었다. 평소에는 잘 안 읽는 책을 읽기로 한 것, 모임을 위해 아기를 일찍 재운 것, 긴장을 달래기 위해 따듯한 차를 골라 마시는 등 다양한 답변들이 돌아왔다. 모두 오늘을 위해 중요한 결정은 한 만큼, 이날의 온라인 모임이 좋은 결과로 보답하길 바랐다.

우리는 두 시간가량 책을 읽고 난 뒤에 든 생각을 나눴다. 그리고 내가 준비한 다섯 가지 발제문을 바탕으로 삶을 어떤 태도로 살지 얘기했다. 지난날을 고백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표현했다. 우리는 서로 지혜로움에 감탄하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고, 솔직한 고백에 이내 뭉근해지기도 했다.

나의 긴긴밤

책을 추천했던 자영은 책『긴긴밤』이 자기의 성장 배경과 닮았다고 했다. 코끼리 보육원을 나와 자기 세계를 찾아가는 여정이 자립 준비 청년이 홀로서기를 하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나는 누구에요?’하는 물음에 ‘너는 너지!’라고 말하는 노든과 치쿠의 대화였다.

언젠가 자립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얘기한 자영은 한결같이 ‘나다움’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세민은 안전한 보육원을 떠나 모험에 나선 동물들에게 깨달음을 얻었다. 견고한 울타리 안에 자기를 가두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언제쯤 용기를 낼 수 있을지 답답해했다.

람이는 주인공 노든에 깊이 빠졌다. 자기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소외감, 소중한 것을 빼앗긴 느낌, 그런데도 살기 위해 의미를 찾는 모습들 말이다. 기나긴 밤에 이따금 반짝이는 별이라도 볼 수 있는 힘은 ‘연대에서 얻을 수 있다’며 경험에서 비롯한 소중한 지혜도 나눠주었다.

진명도 책을 읽고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그가 말할 때마다 들뜬 기분과 다짐이 느껴졌다. 주인공이 자기 세계를 찾아 떠나는 길에서 ‘나다움’과 ‘나의 쓰임’을 알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나의 쓰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선은 주변인을 위한 자기의 역할을 고민했다. 얼마 전 그에게 의지하려던 사람을 떠올리며, 책 속의 동물들이 서로를 위하는 말과 행동들을 되짚어봤다. 그러고는 말의 힘이 필요했던 모임 사람에게 ‘그런대로 괜찮다.’고 위로하면서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새로 깨달은 바를 나눴다. 사랑은 앎에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함께한 시간만큼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 정보들로 우리는 엮이고, 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날 우리의 만남도 한 발짝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번을 계기로 우리가 서로를 더 큰 마음으로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로 모임을 끝냈다

나는 앞으로 계속될 우리의 긴긴밤이 이날의 만남 정도만 이어져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홀로 감내하기 어려웠던 시간을 누군가 커뮤니티에 남긴 댓글 하나에 힘을 냈듯이 말이다. 우연한 만남이라도 누구나 응원 받을 수 있는 연결 고리를 꾸준히 만들어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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