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3월, 미디어가 만든 편견이 아닌 자립준비청년의 진짜 이야기를 전하고자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서는 신선 캠페이너와 함께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 채널을 개설하였습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신선 캠페이너가 15년간의 보육원 생활과 자립 생활 에피소드를 전해드렸고, 2023년부터는 더 다양한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자립준비청년들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벌써 4년간 총 100화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특별히 신선, 손자영, 허진이 캠페이너가 ‘변화’라는 키워드로 나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자영: 변화에 대한 키워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사실 최근에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미디어의 변화이지 않나 싶어요. 언젠가부터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용어가 미디어에서 많이 들리더니 자립준비청년이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 등의 미디어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기억에 남는 미디어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가 소개하는 영화는요!

신선: 제가 추천하는 영화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되게 현실적이면서도 교훈을 주는 영화여서 자립준비청년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주인공은 킥보드 배달을 하는 자립준비청년인데요. 청년이 한 30대 중반의 다른 어른을 만나면서 겪는 성장 드라마에요. 그리고 주인공 외에 다른 어른들도 부족한 모습이 많거든요. 30대 중반의 여성 주인공도 남에게 마음을 잘 안 주는 사람이었는데 나중에는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해요. 이 영화가 단순히 자립준비청년에게만 일방적으로 ‘성장해야 돼’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성장을 한다는 이야기가 기존 미디어와 달라서 좋았어요. 거제도가 배경이라서 시각적으로도 영화가 아름답거든요. 제가 별점을 매긴다고 하면 5점 만점에 한 4점 정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이: 제가 준비한 영화는 [아이]라는 영화예요. 제 기억으로는 영화 소개란에 ‘고아’, ‘보육원 출신’이 아니라 공식 명칭이었던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이라고 소개된 첫 번째 영화인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의미 있게 감상했던 기억이 있어요. 내용도 보호종료아동의 관점에서 전개가 되는데요.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자립준비청년 ‘아영’이라는 인물이 생후 6개월 아이를 둔 싱글맘 ‘영채’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삶이 버거운 두 주인공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고 회복되어 가는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리가 자립 과정에서 연대하고 함께할 때 좀 더 시너지가 생기잖아요.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는 영화여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동사무소에서의 에피소드, 주변인의 편견 등 당사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주저앉고 절망하는지 많은 분들이 보시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서 저는 5점 중에 5점을! 진짜 아쉬운 부분이 없어서 5점 중에 5점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영: 제가 추천하는 영화는 [우린 동산에서 왔어]라는 단편 영화인데요. 이 영화는 돌봄과 시스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예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립준비청년 둘이 주인공이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에 대한 이야기에요. 남자 주인공 ‘건우’가 가구 회사에 다니면서 집이 없으니까 쇼룸에서 같이 자고, 여자 주인공은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서 계속 애쓰고 근데 아기가 있으니까 쉽지 않아요. 그러다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아기가 사라져버려요. 근데 돈도 없고 가구 회사에서도 쫓겨난 상황에서 둘이 계속 아이를 찾다가 ‘우리 그냥 아이 찾지 말까’ 이런 이야기를 해요. 이 영화를 통해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주변에 이런 아이들이 ‘사라지지 않고 같이 살아지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해요. 저는 조금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기도 해서 별점 5점 중에 3점을 줬어요. ‘아이 키울 때 동사무소 연결하면 분유 나올 텐데, 아이 없어졌을 때도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5점 중에 3점 드리겠습니다.

책도 소개해 드릴게요!

신선: 요즘 영화만큼이나 책으로도 자립준비청년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고 있잖아요. 대표적인 게 김성식 작가님의 [안녕, 열여덟 어른]이지 않나 싶은데요. 너무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 오늘은 다른 책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혹시 읽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신선: 너무 좋은 동화책인데 안연주 캠페이너의 [나의 어린, 고래에게]입니다. 남들에게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던 저의 모습이랑 많이 닮아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제가 어릴 때 보육원에 산다는 것을 감추고 싶어서 비밀처럼 감춰 묻어둔 채 좋은 모습만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 주었거든요. 이 동화책의 주인공 ‘누리’도 사람들에게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고래에게 계속 숨으라고만 하는데 결국에는 터져버리게 돼요. 비밀이 들킬까 늘 불안하고 마음 졸였는데 막상 이야기하니까 괜찮다는 내용을 잘 담아준 것 같아요. 어쩌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어린 친구들에게 이 동화책이 응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어린 고래에게 동화책 중 고래가 바다 속에 꼭꼭 숨느라 아픈 장면

동화책 <나의 어린, 고래에게> 중 한 장면

혹시 네 마음 바다에도 고래가 살고 있니? 그렇다면 고래를 자주 만나줘.
이야기를 들어주고 꼭 안아줘. 내게 더 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테니까”
나의 어린, 고래에게

진이: 이지애 작가의 [완벽이 온다]라는 소설인데요. 이 책은 그룹홈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이 서로 연대하면서 자립을 해나가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당사자 연대의 힘의 대해서 “역시 당사자 네트워크 짱이지! 시너지 짱이지!” 이렇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당사자가 아닌 작가님이 어떻게 이렇게 세심하게 알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하고 놀라기도 했던 책이기도 해요. 저는 세상에 나올 존재 ‘완벽’이라는 아이가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주인공들이 서로를 돌보고, 부모나 과거를 이해해보려고 하고, 그러면서 자신도 돌보고 살피게 된단 말이에요. 돌보면서 점점 편안해지고 성장해 가는 그런 모습, 그 끝에는 뱃속의 아이 ‘완벽’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또 잘 돌보겠다고 다짐을 하게 돼요. 마침내 완벽이를 귀하고 기쁘게 환영하게 되는 게 결국 자신의 내면, 자신이 돌보지 못했던 깊은 상처들을 돌보는 과정에 닿지 않았나라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어요. 사실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신의 상처로 인해서 더욱 타인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고 애쓰는 모습들을 좀 보게 돼요. 결국에는 책에서처럼 자신을 위한 일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좀 추천하는 바입니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살피고 돌본 적이 있었던가”
– 완벽이 온다

자영: 루리 작가의 [긴긴밤]이라는 동화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처음 읽었을 때는 좀 많이 울었어요.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모두 동물이에요. 근데 우리 인간의 삶, 자립준비청년의 삶과 비슷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이 노든이라는 코뿔소인데 코끼리 보육원에서 자라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코끼리 무리의 사랑으로 자라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보육원에 남을지, 나갈지를 결정하게 돼요. 노든은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나요. 아내도 만나고 이제 새끼도 낳고 가족을 만들거든요. 그런데 인간들이 나오고, 동물원에 끌려가서 어려움을 겪어요. 동물원에 불이 나면서 노든이 나올 때 어린 펭귄알을 들고 나와서 품어 키우고, 이 어린 펭귄을 바다로 떠나 보내는 그런 긴긴 밤에 대한 내용이에요.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다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는 책이에요.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툴었던 노든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내가 도와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자립준비청년과 그들 곁에 있고 싶은 분께 되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따뜻한 책이어서 술술 잘 읽히고, 실제로 문학 대상을 받은 어린이 책이어서 모두 모두 추천드립니다.

노든 곁에서 내가 코뿔소가 되어 줄게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이리 와. 안아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오늘 밤은 길거든”
– 긴긴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자영: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신선: 일단 요즘 팟캐스트를 통해서 많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데 너무 행복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을 초대해서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게 같이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같이 추억을 회상하면서 웃기도 하고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서는 같이 마음 써주고 하는 시간들이 너무 귀하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앞으로도 팟캐스트를 통해서 더 많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또 주변에 있는 ‘어른’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 더 나아가서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자영: 저도 팟캐스트를 통해서 자립준비청년들의 다양한 삶을 조명하는 만큼 지원 제도나 정책에서 그리고 민간 사업에서 보다 당사자 관점이 조금 더 잘 반영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램이 있어요. 아,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 저희 캠페이너들이 직접 공부하고 고민한 내용으로 웹페이지가 오픈이 됐거든요. 저희가 고민한 내용들, 당사자 관점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진이: 제가 만들어갈 변화는 더 많은 당사자가 연대하는 커뮤니티 확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당사자들을 초대하고 환영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부모가 되었잖아요. 자립에 대해서 또 할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조금 더 확장된 이야기도 전하면서 변화를 함께 또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손자영 허진이 신선 캠페이너가 100화 기념으로 풍선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손자영, 허진이, 신선 캠페이너

100화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팟캐스트 100화를 맞아 제가 지치지 않도록 늘 응원을 보내줬던 손자영, 허진이 캠페이너와 함께했습니다. ‘꾸준함도 실력이다’라는 문장은 제가 좋아하는 멘토님이 강조하셨던 말인데요. 제가 사실 꾸준한 편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백화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건 많은 이들이 함께 와준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린 날의 신선의 옆에서 함께 자라준 시설 동기들과 사회복지사 이모 삼촌 또 원장님 그리고 학교 선생님까지 그 외에도 팟캐스트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첫 화부터 같이 힘써주신 재단의 매니저님들 그리고 출연해 주신 모든 분들이 있어 가능했던 100화였습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립니다.

오늘 변화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봤는데요. 변화는 결국 꾸준한 관심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변화가 생길 수 있도록 꾸준히 함께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신선한 하루 보내세요. 안녕.

신선, 손자영, 허진이 캠페이너의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듣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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