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3월, 미디어가 만든 편견이 아닌 자립준비청년의 진짜 이야기를 전하고자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서는 신선 캠페이너와 함께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 채널을 개설하였습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신선 캠페이너가 15년간의 보육원 생활과 자립 생활 에피소드를 전해드렸고, 2023년부터는 더 다양한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자립준비청년들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벌써 4년간 총 100화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특별히 신선, 손자영, 허진이 캠페이너가 ‘변화’라는 키워드로 나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신선: 안녕하세요. 열여덟이 되면 보육원을 떠나 어른이 되어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의 신선, 손자영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축하할 일이 있습니다. 2020년 3월 10일에 처음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 3년 만에 드디어 100화를 달성했습니다. 오늘은 100화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초대 손님을 함께 모셨습니다. 바로 허진이 캠페이너입니다.

신선, 손자영, 허진이 캠페이너의 근황!

진이: 저는 가정생활과 육아에 집중하고 있어서 다른 활동을 많이 못했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니까 아쉬움이 있있어요. 저는 먼 곳에서 지내다 보니까 두 분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신선: 저는 최근에 자립 관련된 강의나 정책 자문 역할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 대상으로만 강연을 하다가 이제는 기업, 대학원, 사회복지사 분들 대상으로 강연을 다니고 있습니다. 또 자립준비청년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영: 저도 신선님과 함께 요즘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꽤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에 출연한 손자영, 허진이, 신선 캠페이너가 100화 기념으로 풍선을 들고 있다

팟캐스트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 100화 기념으로 모인 손자영, 허진이, 신선 캠페이너(왼쪽부터)

신선, 손자영, 허진이는 자립의 어디에 와 있을까요?

자영: 저희가 자립한 지 9년 그리고 8년 진이는 이제 한 10년 정도 됐잖아요. 자립 초기 중기 후기로 생각했을 때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나눠주면 좋을 것 같아요.

진이: 저는 자립 후기에 있는 것 같아요. 초기 중기에는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뭐든지 흡수하고 적용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후기는 그런 흡수한 것들을 나만의 방법 그리고 나만의 것을 찾는 단단한 상태가 되었다라고 느껴요. 자립에 끝이 없다라고 하지만 더 이상 자립이라는 숙제에 얽매여서 제 시간과 감정을 소비하거나 낭비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선 씨는 어떤 것 같아요?

신선: 저는 자립 중기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저는 아직 주거지도 불안정하고 안정적인 게 사실 별로 없어요. 그래도 초기에 막연함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립 초기 때는 아무것도 모르겠고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고 불투명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저는 자립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을 해서, 계속 나는 중기이지 않을까 죽음으로써 후기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영: 저는 자립 초기이고 싶은 중기예요. 다시 돌아가면 정신 차리고 잘 살 것 같고, 아까 선이 말한 것처럼 아직 주거지가 불안정하기도 해요. 안정적인 것이라고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마음 그저 그 마음 하나뿐인 것 같아요. 이전보다 뭔가 저를 좀 더 사랑하게 됐고 단단해진 제가 꽤나 마음에 들거든요. 그리고 경제적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조금 의연해지고,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도 분명히 있어서 중기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들을 만들었을까요?

자영: 이제 실질적인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저희 자랑도 이제 살짝쿵 얘기를 해보려고요. 최근 몇 년간 자립 준비 청년의 정책과 지원 제도에 큰 변화가 생겼잖아요. 실제로 자립준비청년, 보호아동에 대한 언론 보도와 SNS 언급량이 진짜 굉장히 많아졌고 자립준비청년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도 진짜 많아졌어요. 이런 변화가 생긴 데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진짜 진짜 높아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또 이런 사회적 관심에 저희 열여덟 어른 캠페인이 큰 역할을 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선: 이번에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라는 이 타이틀로 영상을 찍었는데 이게 에피어워드코리아 광고상에서 무려 4관왕이나 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랜드에피라는 제일 좋은 상을 받은 거예요. 열여덟 어른 캠페인이 비영리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 크고 작게 많은 변화를 일으킨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이: 실제로 이제 500만 원도 채 안 됐던 경제 지원금이 현재는 자립정착금으로 평균 천만 원, 매달 40만 원의 수당으로 늘어났어요. 그리고 전국에는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전담 기관이 생겨났고 그리고 심리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생겨났습니다. 최근에는 정부뿐 아니라 이제 민간에서도 지원이 정말 많아졌잖아요.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는 독도나 제주도 해외로 보내주는 사업이나 이제 ETF 펀드를 지원해주는 사업이 생겼더라고요.

지금의 자립체계라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의향이 있을까요?

신선: 퇴소 직전이면 돌아가는데 제가 9살에 보육원에 들어갔을 때로 돌아간다면 전 안 돌아가요. 보육원이라는 게 되게 좋은 기억도 많았거든요. 근데 너무 답답하고 힘든 기억도 너무 많았어요. 특히나 보육원에 산다는 걸 되게 저는 창피했다 보니까. 지금 기억을 가져가면 덜 하겠지만 그 당시에 저라면 다시 그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자영: 저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저도 보육원 퇴소 직전이면 돌아갈 것 같아요. 근데 연장은 안 할 것 같고 빨리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친구들이 지금의 정책과 지원 제도 때문에 든든하고 좀 나아졌다면 저는 이대로 좋습니다.

진이: 퇴소 직전에 느꼈던 불안함과 공포감이 자립지원체계가 변화되어서 제가 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면 저는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방황과 시행착오의 시간이 굉장히 길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고 아까워요. 공부를 하지 못하고, 좀 더 건강한 생활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요. 돌아간다면 더 효율적으로 나의 시간과 재능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는 무조건 돌아갑니다.

캠페이너들이 생각하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의 엔드픽처

자영: 저희가 거의 4~5년 정도 캠페인을 했잖아요. 앤드 픽처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삶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함께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 혹은 캠페인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 보라는 그런 뜻인데 이쯤에서 우리의 활동의 끝을 어떻게 상상하는지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선 씨 어떻게 상상하시나요?

신선: 일단 제가 생각하는 엔드 픽처에는 자립준비청년이 그냥 평범한 청년으로 인식되는 순간, 그래서 더 이상 특별하게 동정을 받는다거나 칭찬을 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하면 ‘불쌍하고 힘들었겠다’라는 동정의 이미지 혹은 ‘힘내’라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되게 많이 보내 주시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자립준비청년들 만나면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주저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진이: [안녕, 열여덟 어른] 책 끝에 이 구절이 있어요. ‘언젠간 열여덟 어른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길 바란다’ 라는 그 구절이 저에게 크게 와 닿았어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정체성이 더 이상 유난스러운 것이나 별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안정적인 자립체계 안에서 자립을 위해 막 애를 쓰고 또 시간을 쏟아내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었으면 하고요. 그냥 개인의 목표를 위해서 그저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당사자의 삶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제가 바라는 끝인 것 같아요.

자영: 저도 자립준비청년의 등장이 더 많아져서 익숙해졌으면 좋겠어요. 이름을 말하듯 그냥 숨을 쉬듯 되게 익숙해졌으면 좋겠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말해도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를 꿈꿉니다. 너무 지난하겠죠. 아무튼 그런 엔드 픽처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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