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1
노숙위기청년 187명 대상 조사 진행…주거·관계·경제활동 등 복합 문제 드러나
고시원·PC방·지인 주거지 전전…비정형 거처 중심 ‘보이지 않는 노숙’
아름다운재단이 국내 최초로 노숙위기청년을 대상으로 한 ‘노숙위기청년 실태조사 및 주거지원사업 사례분석을 통한 자립안전망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노숙위기청년이란 실직·가족 해체·질병 및 장애 등의 원인으로, 거리·고시원·PC방·지인 주거지 등에서 생활하며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청년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신한은행과 함께 추진 중인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신한은행은 2024년 아름다운재단에 총 10억원을 기부했으며, 이를 통해 청년주거지원센터 ‘청년, 공간’ 개소와 더불어 주거비 지원,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청년 주거위기는 주거를 넘어 관계 단절, 불안정한 노동, 사회적 인식 문제 등이 맞물린 복합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청년 주거정책은 소득·가구 기준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가족과 분리돼 생활하거나 비정형 거처에 머무는 청년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쉽다. 또한 노숙인 지원체계는 중장년층의 거리 노숙인과 시설 이용자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PC방·찜질방·지인 주거지 등을 전전하는 청년의 주거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숙위기청년은 청년 정책과 노숙 정책 사이에서 배제된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은 신한은행의 기부를 통해 사단법인 희망가치와 함께하는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송아영 연세대학교 연구진과 협력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 노숙위기청년 1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조사 대상에는 지원사업을 통해 운영 중인 청년주거지원센터 ‘청년, 공간’을 통해 유입된 노숙위기청년도 포함되어 기존 공공정책이 포괄하지 못한 대상에 실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실태조사와 함께 지원사업 참여자에 대한 사례 분석을 병행한 결과, 본 지원사업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을 넘어 주거우선지원을 기반으로 한 청년 맞춤형 통합 지원을 통해 자립 안전망을 구축하는 민간 영역의 실천적 지원 모델로 분석됐다.
PC방·찜질방·지인 주거지까지…청년 노숙,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노숙위기청년 실태조사 결과, 고시원·무보증 월세 등 불안정한 비적정 주거 형태가 59.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PC방·찜질방·지인 주거지 등을 포함한 거리 생활은 17.1%, 청소년 쉼터·노숙인지원센터 등 이용시설은 17.6%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 노숙이 거리 생활뿐 아니라 다양한 비정형 거처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준다.
가족 단절·사회적 고립 심각…신체적·정신적 건강 전반 취약
또한 노숙위기청년의 사회적 관계망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친척과 연락이 없는 비율은 63.1%로 친구(35.3%)보다 높아 가족 관계 단절이 더 두드러졌다. 특히 거리 생활 청년은 가족 단절 81.3%, 친구 단절 50%로 고립 수준이 가장 높았다. 건강 상태도 취약했다. 주관적 건강 수준에서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9.8%였고, ‘병원에 가지 않고 참은 경험’은 42.2%로 나타났다. 수면 장애(71.2%), 무력감(66.9%), 외로움·무기력(66.3%), 우울감(65.3%), 슬픔(64.7%) 등 정서적 어려움도 확인됐다.
임시·일용직 54.5%, 소득 월 100만 원 이하 66.9%…근로형태·수입 불안정
고용 형태도 전반적으로 불안정했다. 전체 응답자 중 54.5%가 임시·일용직에 종사하고 있었고, 미취업자 비율도 27.8%에 달했다. 최근 한 달 소득이 월 100만 원 이하인 비율은 66.9%로, 다수가 저소득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소득 수준은 생계에도 영향을 미쳐, 응답자의 58.3%는 끼니를 거른 경험이 있었고 42.2%는 병원 이용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노숙’이라 여기지 않아…지원 사각지대 머물러
노숙위기청년 다수는 자신의 상태를 주거위기 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노숙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노숙 상태로 규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인식은 지원체계 접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련 지원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지원 사각지대에 머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총괄한 송아영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기존 통계와 정책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노숙위기청년의 삶과 주거 현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들의 상황을 반영한 정책과 제도가 보완되어 보다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아름다운재단은 2023년부터 노숙위기청년을 대상으로 주거비 지원을 비롯해 부동산 계약 동행, 상담 및 교육, 관계 형성 등을 포함한 통합 지원을 이어왔고, 지난 3년간 총 254명의 청년을 지원다. 또한 주거위기지원 캠페인 ‘수상한 복덕방’을 통해 다양한 주거위기 청년의 사례를 발굴하고,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노숙위기청년은 생애 전환기의 불안정 속에서 주거, 관계, 일자리 등 다양한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이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름다운재단은 주거를 기반으로 관계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을 이어가며, 이들이 사회 안에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본 보고서 전문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기부자, 활동가, 아름다운 시민이 함께 하는 공익재단이다. ‘모두를 위한 변화, 변화를 만드는 연결’을 위해, 올바른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30여 개 사업을 통해 이웃을 돕고 공익활동을 지원한다.
[사진] 노숙위기청년 실태조사 및 주거지원사업 사례분석을 통한 자립안전망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 표지

[사진2] 청년주거지원센터 ‘청년, 공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