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부 인터뷰에서 ‘흥’은 노동자와 예술가가 노동 문제를 함께 바라보고, 협업관계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이를 연결하는 ‘흥’은 현재 노동자와 예술가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물어보았습니다. 부산에서 노동자와 예술가를 연결하고 있는 ‘흥’, 과연 어떤 흥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함께 인터뷰를 들어볼까요? (▶ 1부 인터뷰 먼저 보기 )

(왼쪽부터) 최동환 프로젝트 매니저, 이광혁 기획팀장 , 윤석현 사무국장

(왼쪽부터) 최동환 프로젝트 매니저, 이광혁 기획팀장 , 윤석현 사무국장

아름다운재단(이하 Q) : 직접 노동자를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만남은 있나요?

윤석현 (이하 윤) : ‘흥캐러갑니다’라고, 노동자를 만나러가는 간담회를 통해서요.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 주변에서 소개도 받고, 아예 모르는 분들은 저희가 직접 찾아내 무작정 연락한 경우도 있고요.

이광혁 (이하 이) : ‘흥캐러갑니다’를 해보니 공공부문 노동자, 특히 환경미화원분들은 자주 모이기 어려워요. 책임자가 어렵게 저희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지만, 다들 피곤하시니까요. 시간도 짧고. 5분. 그래도 저희가 정해진 시간보다 많이 써서 ‘흥’을 소개하고, 노동요 프로젝트 등을 설명하면 대부분 좋아해주셨어요. 저희에게 질문도 하시고요. 저희에게 하시는 말씀이 ‘노래도 가르쳐 주이소~’, ‘다들 좋은 일 하시네예~’라고요. 그렇게 설명하고, 질의응답하고, 설문지까지 다 받았죠.

윤 : 실제로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노동조합 간부나 실무자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한번은 ‘흥캐러갑니다’를 진행하기 위해 노조 실무자와 약속을 잡았는데, 그분이 당일에 아파서 못 나왔어요. 약속 장소에 같지만 이전 일정이 끝났는지 사람들이 교육장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들어가도 되느냐 물으니 저희와 실무자가 약속한 일정이 전달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나오려는 사람들을 다시 붙잡아서 비타민 음료를 돌리며 설문지를 돌리고 그랬어요. 배고프다고 불평하는 15명의 사람을 붙잡아서 10분 넘게 얘기했어요. 그때 만난 분들은 집회를 해본 경험 없고, 완전 신생노조이자 동아리모임처럼 모이시는 분들이었어요. 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했어요. 그래서 ‘흥캐러갑니다’ 피켓까지 들고 함께 사진도 찍고 나왔죠.

Q: ‘흥캐러갑니다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계획에 변화가 생긴 부분도 있나요?

윤 : ‘흥캐러갑니다’는 작년부터 대략 18회 정도 했어요. 대부분 바쁘셔서 생각보다 만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계속 찾아가려고 해요. ‘흥캐러갑니다’를 하면서 저희에게 달라진 부분이 있어요. 처음으로 명함을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단체의 이름도 달라졌어요. ‘허브’에서 ‘흥’으로요. 노동자분들이 허브라는 단어를 잘 모르시더군요. 반면에 흥은 쉽게 와닿고 예술 같은 것이 떠오른다고 했어요. 직관적인 이름으로 ‘지원센터’라는 말을 쓰게 되었고요.

이 : ‘흥캐러갑니다’를 진행하면서 보니 흥이나 예술가한테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았어요. 노동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함께 하면서 우리에 대해서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노동예술문화기획 지원사업’도 새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특히 노조가 없는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모이기란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어요. 실제 현장의 근무 조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현실이 바쁘고 정신없구나. 나 같아도 예술을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선은 이미 조직된 노조 소속 노동자 그룹과 조직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모집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해요.

윤 : 그리고 ‘흥캐러갑니다’ 간담회에서도 일부분 밖에 얘기를 못하기 때문에 저희가 심층면담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선입견이 깨지기도 했고, 책이나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것과 실제 만나서 대화를 통해 아는 것은 진짜 다르니까요.

Q : 예술가들과의 만남은 어땠나요?

최동환 (이하 최) : 저는 예술가들을 만났을 때 인상 깊었어요. 예술단체 간담회 갔었을 때 예술가를 수단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어요. 자칫하면 노동요 프로젝트는 노동자의 예술활동을 이루기 위해 예술가를 수단화하고, 다홍치마 프로젝트는 반대로 예술가의 작품활동을 위해 노동자를 수단화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었어요.

그런 의견을 들었을 때,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우리 준비 부족으로 이런 문제를 낳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내부적으로 ‘예술하는 노동자와 노동하는 예술가’ 라는 명제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노동과 예술에 대해서 다양한 태도와 생각이 존재하지만, 어쨌건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흥’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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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변화의 시작점은 ‘흥’이 노동자를 만나고, 예술가를 만나는 과정 속에, 현장 속에 있나 봅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인큐베이팅 지원 1년차인 ‘흥’은 어떻게 사업에 녹이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Q: 2017은 어떤 활동에 집중하고 있나요?

이 : 올해는 ‘노동요 프로젝트’, ‘다홍치마 프로젝트’, ‘노동예술문화기획 지원사업’ 크게 3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1년차인 올해에는 노동요 프로젝트에 집중하려고 해요. 노동요 프로젝트는 예술가와 노동자와 협업하지만, 노동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요. 올해 5개의 노동자 그룹을 선정했어요.

-부산 청년 유니온 + 영상 작업(뮤직비디오 제작/배포)

-정규직밴드 + 작곡(음원 제작/배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조합 + 댄스(댄스 영상 제작/배포)

-미조직 비정규직노동자 + 일상 드로잉(그림 전시회)

-홈플러스 노동자 + 사진 현재 제안 중(사진 전시회)

처음에는 문화예술교육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교육이라고 하면 자칫 기능교육처럼 될 수 있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려고요. 예술가들과 미팅을 하며 사전 준비는 끝났고, 6월부터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12월까지 진행하려해요. 콘텐츠는 12월 이후에 나오겠죠. 상황에 따라 미리 콘텐츠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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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홍치마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학비(학교비정규직) 고고장’  [영상 바로보기]

다홍치마 프로젝트는 파일럿으로 해보려고 해요. 이번 노동절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조합과 함께 ‘학비(학교비정규직) 고고장’ 퍼포먼스를 했어요. 노동예술기획지원은 올해 2회로 정했는데 주변의 요구가 많아서 하반기에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지금이 1년째라서 저희 활동이 처음이고 초반이라서 의욕이 넘쳐요. 저희를 홍보하고 싶은 욕심이 크고요. 그래야 저희가 많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요 프로젝트, 다홍치마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할 때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Q: 프로젝트를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이 : ‘흥’이 부산 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먼저 찾아갔을 때 “우리에게 이런 먼저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이런 경우가 처음이래요. 조사를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지원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희가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예산이 있다는 것도 아주 중요한 강점이라고 봐요.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것이 어렵지만 시도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윤 : 부산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변화를 제일 바라고 있는 그룹이자,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라고 봤어요. 이때 우리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결합한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변화의 에너지를 가지고 우리가 함께 하면 더 많이 바꿔 볼 수 있지 않을까.

Q: 마지막으로 흥과 함께 꿈꾸고, 지지할 미래의 후원 회원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 :  ‘노동’이라는 가치가 너무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노동이라는 가치를 올리고 싶은 사람들. 이 가치를 올리는데 투자하세요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예술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흥’과 같은 고민을 가진 분이라며 참여해주셨으면 해요. 부산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에서요. 저희에게 후원하는 이 1만원의 힘이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이 돈을 가지고 당장 최저임금을 올려드리거나 눈에 보이도록 더 나은 일터를 만들지 못하지만, 그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당장은 티가 나지 않아도 5년만 믿고 후원해주신다면 흥의 결과물로 보답하고 싶어요. 3년 안에 300명의 후원회원을 만나고 싶고요. 현재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어요. 하반기부터 후원계좌를 만들어서 정기후원을 받을 예정이고 스토리펀딩으로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윤 : ‘흥’이 성장해가는, 키우는 맛이 있을 것에요. 저희는 결과물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과정들을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1차적으로 저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노동자, 예술가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액수를 떠나서요. 또 예전에 이런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부채감을 가진 선배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해요. ‘선배님이 이루지 못한 꿈, 저희가 그 꿈을 이어가겠다’고요.

최 : 시작은 작지만 ‘흥’은 큰 꿈을 가진 단체고, 그 꿈을 위해서 모인 청년들이 열심히 달려가고 있어요.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예술가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세상을 꿈꾸는 분이시라면 ‘흥’에게 후원해주세요!

흥 인터뷰 하는 풍경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전화 : 070-4300-2737 / 메일 : lahheung16@gmail.com
페북 : https://www.facebook.com/SupportForLaborArt/

 

‘변화의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1%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자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17년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의 1년차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은 노동자와 예술가가 함께  노동과 예술 사이의 간극을 줄이며 서로 노동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존중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꿈을 위해서 모인 청년들이 열심히 달려갈 수 있는 기회를, 그래서 ‘흥’이 성장해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지지해주신 기부자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

글 l 장혜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관련 글] ▶ 노동자와 예술가가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 –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노동자와 예술가의 연결고리, 흥을 만드는 날들 –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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