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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3단체가 모였습니다. 작년에 지원을 마친 지리산이음, 올해로 3년차를 맞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1년차를 맞이하는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이하 ‘흥’)입니다. 서로 활동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는 자리에서 흥은 앞으로 해야 할 계획에 대해서 공유해주었습니다. (▶연결을 꿈꾸는 사람들 – 네트워크 워크숍 이야기)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3단체가 함께 이야기 나누다보니 1년차 흥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지 못해 무척 아쉬웠어요. 그래서 ‘흥’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담아보는 인터뷰 시간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흥을 만나러 가는 길, 어딘가 흥이 나는 것은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다의 향 때문만은 아니고(하하) 경험과 에너지 뿜뿜 쌓아가는 흥 활동가들과의 만남 때문이었지요!

오늘 인터뷰에는 이광혁 기획팀장, 윤석현 사무국장, 최동환 프로젝트 매니저가 참여해주셨습니다. 인터뷰 1부에서 ‘흥’의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지원하게 된 계기, 기획 취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2부에서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현장 이야기와 앞으로 ‘흥’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부산에서 노동자와 예술가를 연결하고 있는 ‘흥’, 과연 어떤 흥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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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동환 프로젝트 매니저, 이광혁 기획팀장 , 윤석현 사무국장

 

아름다운재단(이하 Q) : 안녕하세요! 이번 인터뷰에서 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먼저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더불어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도 알려주세요.

윤석현(이하 윤) : 안녕하세요! 저는 사무국장 윤석현입니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에서 재정, 행정, 홍보를 맡고 있어요. 저는 대학 동아리 활동 중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노동자들이 던지는 의제는 100% 공감했지만, 그 집회 방식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공감하기가 어려웠어요.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우리가 좀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최동환(이하 최) : 저는 4월부터 참여한 프로젝트매니저 최동환입니다. 노동요 프로젝트의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도 대학에서 노래패 활동을 하며 다양한 집회에 다녔는데 집회의 형식에 대해서 의문이 있었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집회의 아젠다를 알리고 함께 동의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광장이 대중과 분리되었다고 느껴졌거든요. ‘흥’이 노동자의 문화에 대해서 고민하며, 예술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일을 하려한다는 얘기를 듣고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합류했어요.

이광혁(이하 이) : 저는 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이광혁입니다. 사업기획과 대외활동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참여예술을 하고 싶어서 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대학 등록금 문제 외에도 다양한 집회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는 집회는 마치 축제 같았는데, 유독 노동 집회에 가면 좀 달랐어요. 기획단의 요청으로 공연을 했지만 저희의 공연에 대해 반응이 없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상처도 받아서 어느 순간 노동 집회는 잘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참여하면서 변화가 좀 있었어요. 집회에 참여한 분들의 인식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쟤네 오니까 신나고 좋더라. 알고 보니 활동도 오래 했다더라.’라고 보시더라고요. 이후로 저희가 공연을 하면서 여유가 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거꾸로 노동자들에게도 여유를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덧붙임 : ‘흥’의 중심에는 총 5명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운영 전반을 맡고 주로 조정기능을 맡은 박지선 센터장, 사람들을 만나며 대외활동 역할을 맡은 이광혁 기획팀장, 사무국 운영과 홍보를 맡은 윤석현 사무국장 그리고 프로젝트 진행을 맡은 최동환, 박주영 프로젝트 매니저가 그들입니다.

‘흥’ 구성원의 과거 경험을 들어보니 음악, 밴드 활동, 집회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습니다.  서로 각자 동아리, 밴드로 활동할 수도 있는데, 굳이 단체를 만들려 했을까, 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Q : 단체설립을 돕는 아름다운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 박지선 대표는 ‘미디토리’에서 영상 작업을 하고 있었고, 저는 ‘루츠레코드’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예전부터 둘이 예술가의 사회참여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 사회참여활동을 하는 예술가단체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죠.

저희의 이런 고민을 알고 있던 지인이 아름다운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대해서 알려줬어요. 처음에는 둘 다 피했죠. 그런데 고민이 깊어지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니 함께 할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괜찮겠다! 해보자! 하며 모이게 됐죠. 저희 셋은 음악을 하면서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사회참여를 고민하는 예술가 세미나에서 서로의 관심사를 확인했어요. 거기에서 지금의 ‘흥’ 구성원을 만난 셈이죠.

제가 참여하는 밴드는 나름 연대 활동을 많이 했는데, 저희에 대한 이미지만 남고, 활동으로 기억되지 않았어요. 아카이빙도 안되고, 특정 이슈를 다루지도 못하고. 지속성이 없다고 보았죠.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목표와 지향을 가지고 경험을 축적하며 활동해보고 싶었어요.

Q : ‘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할 때 주변의 노동자, 예술가의 반응은 어땠나요?

윤 : 반응은 다양했어요. 그중 저희가 하려는 일이 힘들고 어려울 거라는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그럼에도 울산의 경우 문화예술강좌를 개설해 노동자들을 모았는데 활성화가 안되서 현장 담당자들을 그곳에서 발굴하거나 문화예술인을 배치하고 그 노동현장과 연계해 문화예술 동아리를 만들어 성과가 났다고 들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저희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궁금해 하고, 좋아해주셨어요. 우리를 협업 파트너로 보기 보단, 노동자를 지원하는 단체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논의가 더 필요하겠죠.

윤 : 예술가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좋았어요. 다만,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흥’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술가도 있었지만, 예술가들이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었어요.

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가 생길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흥’을 중심으로 관계도를 상상해봅니다. 노동자와 ‘흥’, 예술가와 ‘흥’, 그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흥’.
각 입장에 따라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요구하는 관계가 아니라 지지와 협력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흥’은 노동자와 예술가에게 어떤 변화를 바라며, 또한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의 스티커 (노동자와 예술가가 함께,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차별없는 평등한 문화사회)

Q: ‘이 바라는 노동자와 예술가의 변화 지점은 무엇인가요?

이: 저는 두 단위가 다르지 않다고 봐요. 노동자도 예술하고, 예술가도 노동을 하죠. 그런데 때로 이 두 집단이 너무 분리되어 있다고 느껴져요. 노동문화 자체가 너무 투박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요. 예술가들도 노동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편이고요. 저희에게는 그 거리감을 좁히는 일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의 프로젝트가 중간에서 이 간극을 좁힐 수만 있다면 충분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봐요.

노동자에게 문화콘텐츠가 필요할 때, 저희는 예술가를 연결해주고 시민들이 다가설 수 있는 집회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조합원의 문화 활동도 도울 수 있죠. 그 과정에서 예술가와 노동자 각각 노동과 예술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능하다고 봐요. 예술가는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활동에서 노동성을 인지하고, 노동자는 예술 활동을 통해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거라고 봐요. ‘흥’이 그 중간에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노동 문제는 모두의 삶과 닿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함께 바라봤으면 해요.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협력하는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 제일 좋다고 봐요. 그렇게 되면 노동 문화도 꽃피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더 많아 질 거라고 보고요. 지금은 초기 단계로 서로의 벽을 허물고 연결 시켜주는 역할이 훨씬 많겠지요.

Q: 흥이 어떤 의미를 지닌, 어떤 역할을 하는 단체가 되길 바라나요?

최: 노동자 간담회를 통해서 노동현장에서도 집회의 변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집회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하지만 기존에 해온 것을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모른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어요.

우리는 ‘기존의 노동문화는 구려’ 라고 말하게 아니에요. 단지 좀 더 세련되게 재밌게 다채롭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과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부분에서 많이 고민을 하면서 예술가와 노동자와 사이, 여러 접점을 가진 활동가의 위치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율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집회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제 생각이 조직의 지침과 맞는지 모르겠지만 노동문화를 만들어가는 단체가 되고 싶어요.

윤: 단체로서 공신력이 생겨서 지자체에서 전화가 왔으면 해요. 우리의 역할이 필요로 해서요. 그런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당장은 예술가와 노동자의 관계의 문제를 다루겠지만, 기본적으로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노동의 가치와 예술의 필요를 높이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예술가와 노동자가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게 다루겠지만, 그 콘텐츠를 잘 전파해서 노동과 예술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노동자와 예술가가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잘 진행해서 요구가 많아지고 저희에게 많은 요청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공연을 해달라가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라고 문의를 받아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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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는 2부에서 계속 됩니다 🙂 –

글 l 장혜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관련 글]

▶ 노동자와 예술가가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 –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 노동자와 예술가의 연결고리, 흥을 만드는 날들 –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인터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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