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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 정말…자신 있나요?

안녕하세요. 기금개발팀 손영주 간사입니다. 어느덧 아름다운재단에서 5년 차가 되었고 이 연재 글도 벌써 아홉 번 째가 되었습니다. 연재의 시작은 참 단순했습니다. 제가 기업에 있을 때, 비영리의 삶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막연하게 궁금했었고, 그 막연함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비영리의 삶에 대해 사회복지학, 정치학, 사회학을 공부해 온 사람들의 관점은 저와는 또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직장 생활을 하다가 비영리의 삶을 꿈꾸던 사람들, 혹은 비영리조직은 일반 회사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고, 개개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만 파던 과거 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넓은 이해심과 유연성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신문을 예로 들자면 저의 평소 관심사 한 면만 바라보던 모습에서 전체 면을 보고 흐름과 배경, 원인을 궁금해하는 사람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연재 글을 쓸 때마다 제 마음 속, 두 가지 부끄러운 생각이 꿈틀댑니다.

– 상대방에 대해 이만큼 봤다고 해서 내가 마치 전부를 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

– 나보다 더 다양한 경험과 오랜 세월을 산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는 내 이야기가 어떻게 비춰질까?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이어가는 것은 제 주변 사람들의 궁금함과 괴로움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주위 지인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재단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나도 언젠가 너처럼 비영리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다양한 고액 기부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나도 언젠가 그 사람처럼 고액 기부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여러 맥락이 있지만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배경에는 ‘나는 상대방만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9편과 이어지는 10편의 연재글은 제 지인을 포함하여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의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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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 영리(기업)에서 비영리로 올 자신… 있나요?

영리 기업은 더 높은 매출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합니다. 회사의 더 높은 매출을 가져올 수 있도록 상품과 서비스도 계속해서 개발해야하고, 직원들의 실력 (언어,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또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매 년 최고치의 연간 매출 목표를 경신할 수 있습니다. 높이 올라가야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이유에서겠죠.

하지만 비영리의 목적은 영리(기업)와는 다릅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돈을 모으지 않습니다.  최대한 많이 나누기 위해 기부금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기부금을 최대한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신념과 희생 정신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기부금을 많이 모아왔다고 해서 개인에게 높은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온전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기부금이 모였다고 볼 수 없는 ‘비영리의 구조’는 매우 유기적 인 환경입니다. 그래서 비영리에서는 개인의 능력이 두드러지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업, 다양한 사람들과의 의사 소통 능력 등이 가장 중요한 ‘업무 능력’입니다.

마케팅 부서 직원이 영업 부서 사람들과 의사 소통이 안 되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습니다. 비영리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표현과 소통 방식이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비영리의 표현에 대해 대중들에게는 순화하여 표현해야 하고, 기업에는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하여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합니다. 정치만 했던 사람에게는 정치의 용어로 표현하고, 주부에게는 또 다른 언어로 표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개인의 강한 신념과 희생 정신 +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의 원활한 협업 능력. 왠지 극과 극이라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 두 가지 능력이 비영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모금팀의 경험만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비영리 조직의 다양한 파트 중에서도 ‘모금팀’의 업무 능력으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위 글에서도 느끼셨겠지만, 비영리의 업무 능력에 대한 설명이 자꾸만 길어집니다. 가령 기업의 마케팅 부서 <홍보 담당자 채용 조건>이라 하면, ‘마케팅 전공자, 토플 OO점 이상, 마케팅 경력 10년 이상’과 같이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영리 조직의 모금팀 부서 채용 조건에 대해 한 두 줄로 요약된 공고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금 경력 O년 이상이라 적혀있을 지라도 저와 같이 이전 모금 경력이 없던 사람이 채용될 수도 있고, 가치 지향적 그 요구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요약하기는 어렵습니다. 설사 면접이 있다해도 개인의 신념과 희생 정신,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의 원활한 협업 능력을 면접만으로 모두 파악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제가 본 비영리 인사 담당자들은 사람에 대한 감(感)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마치 역술인들처럼. )

저는 ‘매우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 개인의 능력이 두드러지는 것보다 함께 일하기 위해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영리에서 비영리로 전환해도 이 삶에 잘 적응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 역시 처음 비영리조직에 왔을 때, 다양한 카테고리의 사람들에 대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특이하지’ 라고 말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기부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기에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영리 기업보다 덜 스트레스를 받고 싶고, 조금 일하고 싶고, 선한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서 비영리를 택한다면……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친한 친구에게 전한 이야기와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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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린 아이에게 ‘착한 아이가 되라’ 가르치지 않고, ‘너 자신을 아는 아이가 되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착한 아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배려심 많은 아이로 자라나겠지만, 최악의 상황이나 위급한 상황에서 조차도 배려심이 많아서 오히려 곁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정의를 실현한 사람, 이 시대의 의인이라는 이름으로 존경하기도 하죠.  착하게 살고 주위에 피해 주지 말고 살라던 부모님의 가르침이 지금 제 삶의 태도를 만들었지만, 착하지 말아야 할 순간에 했던 선택이 인생의 큰 후회로 남아 있는 ‘아이러니’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더 잘하고 싶은지 좀 더 명확히 알았더라면 지금의 내 삶의 모습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는 합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점점 더 제가 잘하는 것과 원하는 것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더 빨리 포기하는 방법도 알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에 오랜 기간 고민하며 방황한 탓에 30대는 조금은 더 편안해진 것 같아요. 그렇게 아름다운재단 간사로서의 삶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익숙했던 일을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할 때, ‘우연히 들여놓은 발’이 제일 무서운 것 같습니다. 큰 기대와 포부,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내 안의 큰 기대와 높은 욕망에 부딪혀 빨리 튕겨져 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영리(기업)에서 비영리의 영역으로 올 자신이 있는지 강한 어조로 물으며 구체적인 내용들을 서술했지만, 사실 저 역시 강한 자신감을 갖고 비영리에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전달한 제 이야기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면, 당신도 저와 마찬가지로 비영리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봤습니다.

→ 다음이야기 )  10편에서 계속  :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 10편 

글 | 손영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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