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7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가고 있을까요? ‘별별랩’은 17~24세의 청소년,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자기의 욕구를 실제 삶의 모습으로 연결하도록 돕는 교육 과정입니다. 지난 3년간의 성과발표회를 앞두고 별별랩에 대한 내부 간담회가 진행되어 아름다운재단이 함께 하였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함께시작’에서는 대안적 진로인 ‘제3의 길’을 선택하고 만들어갈 청소년과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성장 시나리오 ‘청소년 성장 플랜 C 구축사업’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과정 ‘별별랩’ 간담회Ⅱ
별별랩의 숨, 정규교육의 구멍을 드나들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 학습, 자기주도적 배움, 공존에 대한 가치교육 등을 통해 중기 청소년(13-18세)에게 대안적 사고와 삶의 다양성을 가르치고, 라이프디자인 플랫폼으로 후기 청소년(19-24세)의 삶의 지향과 방법을 인지, 체험케 하는 아름다운학교. 그곳에서 ‘경쟁과 성공’이 아닌 ‘공존과 행복’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제3의 청소년 성장 경로 ‘플랜C’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5년부터 시작한 ‘청소년 성장플랜C 구축사업’ 프로젝트는 지난해 현실적 안착 가능성을 시험하며 기존 아름다운학교와 분리돼 있던 라이프디자인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했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고 지역 청년과 교류할 접점이 확대됐다. 지역과 결합한 실제를 구현하고 그 과정을 구조화하고 구축해 다른 삶이 가능한지를 실험 중이다. 아름다운재단은 2015년 변화의시나리오로 플랜C의 파트너가 되었다.

참여 청소년이 실험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고민하고 모색하며 시도하는 지속가능한 삶.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플랜C의 지난 3년을 보다 객관적인 거리에서 바라보는 연구보고서 작업 과정으로 2017년 9월 14일 아름다운학교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아름다운재단의 이선아 간사가 사회를 보고 플랜C 프로젝트의 주체인 청소년 김수정, 박주원, 그들과 호흡을 맞춰 함께 고민하는 염병훈 교사,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연구하는 협성대학교 김성기 교수,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 방송통신대 주경필 교수가 토론에 참석했다. 별별랩 청소년과 교사들도 참관자로 함께했다.

왜 이 실험이 필요한가

이선아 간사 : 유연한 프로젝트, 새로운 시도와 대안을 찾아가는 방식을 지원하려고 만들어진 게 변화의 시나리오다. 여러 사람을 지원하는 대신 그 수가 적더라도 의미 있는 실험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의 실험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험의 결과물을 시민과 기부자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청소년 성장플랜C 구축사업’는 우리 교육을 조망하고 잘못된 방향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모델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청소년이 자기 삶을 주도하고 결정하는 게 이후의 삶에 도대체 어떤 변화를 주기에 여기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하는 게 아름다운재단의 숙제다. 별별랩이 무엇을 바꾸기 위해서 혹은 무엇 때문에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까?

김성기 교수 : 어느 학교에나 필수 과정이 있고 선택 과정이 있다. 별별랩은 이머징 교육 과정(Emerging curriculum), 그때그때 생성되고 나타나는 교육 과정이다. 그것을 모듈로 수행한다. 물론 근래의 정규 학교에서도 재구성 권한을 부여해서 학생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한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휴대폰을 예로 든다면, 정규학교에서는 크기와 용도가 정해진 부품, SD카드, 배터리, 본체를 주고 재구성하라는 거다. 뭘 해도 같은 휴대폰밖엔 안 나온다. 최대한 자율성을 주면 그 순서를 바꾸는 정도다. 별별랩은 다르다. 부품을 만든다. 고정되고 정형화된 지식으로 조립만 하는 게 아니라 지식이 아닌 활동을 재구성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이 아닌 경험 블록 쌓기다.

별별랩은 지식이 아닌 활동을 재구성하는 경험 블록 쌓기다 (김성기 교수)

별별랩은 지식이 아닌 활동을 재구성하는 경험 블록 쌓기다 (김성기 교수)

정제영 교수 : 흔히 쓰는 말로 별별랩의 성과는 도대체 뭐냐, 라고 묻는 것 같다. 일부 대안학교는 대학 진학을 성과라고 보기도 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삶의 주체인가, 학습의 주체인가가 중요하다. 객체, 대상으로만 존재하거나 몇몇 소수의 주인공의 엑스트라로 존재하지 않는 교육을 고민한다. 내가 보기에 별별랩은 삶의 주체가 되고 학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한 별별랩 참여 청소년의 마음이 학습 그 자체가 목적이 된 거라고 본다. 강제로 앉혀 놓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내용을 들으라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자 불행인데 그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별별랩을 보며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제 제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목을 찾고 싶다.

염병훈 교사 : 정 교수님 말씀처럼 교육의 본질, 철학적인 이유도 있지만 내겐 좀 더 절박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청소년의 생존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 때문에 별별랩에 더 집중하게 된다. 자기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는 것이 성취나 성장에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만약에 그게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앞으로 10년~20년 후 사회에서 과연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배우고 바로 적용시키는 훈련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청소년의 생존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 때문에 별별랩에 더 집중하게 된다

우리 청소년의 생존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 때문에 별별랩에 더 집중하게 된다 (염병훈 교사)

주경필 교수 : 별별랩에서 하는 자기 기획력, 공감능력, 대인관계 능력, 창의력 이 모두가 미래 사회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다. 기존 교육에서 못했던 부분, 억눌렀던 부분을 풀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데 단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는 아직 그만큼 진보적이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하다. 청소년/청년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당장 1~3년 뒤에 별별랩 참여 청소년이 어떤 모습으로 적응하게 될지, 별별랩의 졸업이 행복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성기 교수 : 미적분이 중요했던 사람들은 미적분학을 배워 와서 밥벌이로 이용했던 학자들과 교수들이다. 지금 정규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양을, 100개를 가르친다고 한다면, 감히 말하건대 청소년의 삶에 직접 관련된 부분은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별별랩에서 경험하고 깨닫고 느끼는 것을 10개라고 가정하면 그 10개가 모두 내 삶과 직결돼 있고 그대로 내 몸 안에 다 들어있다. 100개를 가르쳐서 10개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10개만 가르쳐도 그 10개를 모두 기억하는 것 중 무엇이 더 효율적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고장난 신호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정제영 교수 : 고등학교 졸업장이 가진 힘이 아직도 여전하다. 별별랩을 학력인정 과정으로 두는 걸 고민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별도로 검정고시를 보지 않더라도 인정하는 요건을 제도적으로 좀 더 유연하게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각종학교 규제를 많이 낮췄지만 여전히 현실과 괴리감이 있어 아쉽다.  ※ 각종학교(各種學校) : 정규학교가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를 실시하는 학교와 유사한 시설을 갖춘 학교

 별별랩은 삶의 주체가 되고 학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정제형 교수)

별별랩은 삶의 주체가 되고 학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정제영 교수)

염병훈 교사 : 연구자들에 비해 훨씬 더 작은 공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미래 사회에서 학력 인정, 자격 인정이라는 개념이 과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내가 어디를 졸업했다, 무슨 자격증이 있다는 걸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증명할 수 있는 건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내 몸에 탑재하고 있는 능력이다. 어떤 학교를 졸업했고 무슨 자격증이 있고 토익 점수가 몇 점인지보다 이 사람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주경필 교수 : 생각보다 사회적 인식이 공고하다. 지금까지 교육은 수단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 교육의 경험을 인준하고 인증하고 어느 학교 나왔는지, 왜곡된 학력의 학벌에 의존했던 사회였다. 그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상당한 카르텔을 가지고 있고 그걸 깨는 데 시간이 걸린다. 공교육이 변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교육의 문제를 너무 교육의 문제로만 국한해서 접근하고 그 안에서 제도 개선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수단이 아닌 교육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교육을 처음 설계할 때 교육 자체 안에서 뭘 어떻게 바꾸면 얘들이 어떻게 나가고 이렇게 가는 게 아니라 이 사회의 모습을 바꿔 나갔더니 교육이 자연스럽게 지향하는 바나 방법론 자체가 달라지더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년이 활동할 공간, 사회라는 무대가 바뀌지 않는 한 이 안에서는 어떤 제도상의 변화도 헛발질인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늘 고민한다.

별별랩의 졸업이 행복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주경필 교수)

별별랩의 졸업이 행복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주경필 교수)

김성기 교수 : 학력(學力)은 배울 ‘학’자와 힘 ‘력’자를 쓴다. 영어로 얘기하면 ‘academic ability’다. 지금처럼 이력 ‘歷’ 글자를 쓰게 되면 ‘school career’가 된다.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에 집중하는 거다. 원래 학력을 인정한단 얘기는 그 사람이 어느 정도로 학업을 할 수 있는 능력(수학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 인정한다는 건데, 지금은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가, 로 착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다. 나는 학력인정제도를 일종의 효율적인 신호체계라고 본다. 고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사칙연산을 못한다면 따라갈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탈하고 낙오된다. 그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그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신호체계로서 학력인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그 신호체계는 고장 났다. 아무런 능력, 지식, 경험을 쌓지 않아도 학력을 인정해 주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고장’이지 ‘신호체계’가 아니다. 학력인정은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별별랩에서처럼 대화도 하고 토론도 하고 활동도 하면서 모종의 지식과 경험을 쌓고 공감 능력도 생기고 토론 능력도 생기고 비판 능력이 생기는 건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별별랩의 학력을 인정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제영 교수 : 현재 학력인정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학력이 아니라 그 학교에서 서열이 몇 등인지 신호를 주고 있다. 염 선생님 말씀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아직까지는 미래 사회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얼굴만 보면 알 수 있는 체계는 아니라서 조금 더 사회 친화적인 뭔가를 갖추면 좋겠다. 실제로 우리 수업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마음속에 체화된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학습 경험의 결과물을 어떤 방식이든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가 아닌 현재도 살아야하므로 별별랩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규학교처럼 졸업장을 얻는 건 큰 의미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역별로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경험했는가를 기록해 놓는 게 좋겠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기록일뿐더러 학력으로도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는 별별랩 간담회 모습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는 별별랩 간담회 모습

이선아 간사 : 별별랩의 실험이 누군가에겐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하고, 누군가에겐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 필요할 수 있겠다. 제도는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바꾸는 것이고 우리는 현재 지금 내 인생에서 내 실험이 어떤 의미일까에 방점을 찍었으면 좋겠다. 각자 위치에서 별별랩이 줄 수 있는 의미를 요구할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한 것 같다.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것을 시도하려는 지금 여기의 경험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토대로 우리 교육의 문제를 어떻게 다르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언어로 바꿔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실험은 계속 진행되어 왔고 아쉽게도 아름다운재단과의 호흡은 12월로 끝난다. 이 실험의 기반이 다음 단계에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지원은 끝나지만 그것이 실험의 끝은 아닐 것이다. 별별랩의 과정과 미래가 청소년 교육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영감과 기회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 아름다운 청년과정 ‘별별랩’ 간담회 I 바로가기

글 우승연 |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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