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故 김군자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신지 1년이 되었습니다. 매년 할머니를 찾아뵈었던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은 올해도 할머니를 뵈러 ‘나눔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나눔의 집

나눔의 집

환하고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 ‘나눔의 집’으로 향하는 길과 풍경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고 계신 ‘나눔의 집’의 풍경도 그대로였죠.

다만, 그동안 미소로 간사들을 반겨주셨던 김군자 할머니를 더 이상 뵐 수 없었습니다. 이제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은 할머니의 방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추모비가 있는 추모 공원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려야 합니다.

“김군자 할머니, 저희 왔어요.” 간사들은 묵념을 하고 김군자 할머니께 예쁜 꽃을 선물했습니다. 사무총장님도 “할머니, 재단 손자 손녀들이 왔어요.”라며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故 김군자 할머니와 아름다운재단의 인연은 매우 특별합니다. 김군자 할머니는 아름다운재단의 첫 기부자셨고 이후 또 다시 재단에 기부하며 할머니의 뜻을 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김군자할머니기금

김군자할머니기금 전달식

할머니는 아름다운재단을 가족처럼 여기셨고 재단 간사들에게 할머니는 큰 어른이셨습니다. 그래서 재단에는 17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할머니가 남겨주신 말씀과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 사진들을 모아 1주기 추모페이지의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환하게 웃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도 담겨있습니다!)

김군자 할머니와 장학생들의 만남

김군자 할머니와 장학생들의 만남

김군자 할머니를 추모하며, 생전에 할머니께서 재단 간사들에게 전해준 말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읽다보니, 재단 간사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남겨준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김군자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민 여러분께 할머니의 말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가만 보니까 1년 동안 아껴 모으면 1천만 원은 모을 수 있더군. 돈 많은 양반들에겐 별거 아니겠지만, 나한텐 쉽지 않았어. 옷이야 몸에 냄새나지 않을 정도만 갖추면 되는 거고, 먹고 자는 거야 몸 누일 곳이 있으니 됐고, 돈이 들어오면 그저 아이들에게 장학금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은 거야. 모쪼록 부모 없이 공부하려고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잘 전해줘.”

“내가 고아였거든, 배운거라곤 야학 8개월이 전부야, 어려서 부모를 잃고 못 배운 탓에 삶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만 같아서…. 조금 배웠더라면 그렇게 힘들게 살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 가난하고 부모 없는 아이들이 배울 기회만이라도 갖도록 돕고 싶어. 근데 너무 작은 돈이라 부끄럽고 미안해”

“너무 요란 떨 것 없어. 너무 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니까”

“많으면 그걸 더 채우려고 안 해. 근데 내 생각은 돈만 많아가지고 안돼요. 서로가 다 알고 거기에 대해서 돈을 쓰는 가치를 알아야 하는 거야.”

“지금은 자기가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아? 속상하고 아쉬운 일이 있어도 꾹 참고 열심히 살아줘. 그게 내 부탁이야.”

“왜 내 인생은 이렇게 기구할까 했는데 남들에게 다 나눠주고 나니 기쁘고 이제는 미련도 후회도 없어. 인생이 별게 없는 것 같아. 그러니 여러분은 재미있게 살아.”

김군자 할머니의 말씀에는 그동안 살아오신 삶과 철학이 담겨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 남겨주신 인사처럼 느껴집니다. 

김군자 할머니 추모비

김군자 할머니 추모비

김군자 할머니 추모비에는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돈이 아닌 명예 회복!’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김군자 할머니 곁에 함께 잠드신 할머니들의 추모비에도 각각의 목소리가 남아있습니다.

추모 공원의 추모비들

나눔의 집 추모 공원의 추모비들

할머니들의 추모비에 적힌 글을 읽으면 말로 표현 못 할 울림이 느껴집니다. 우리에게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이야기해주시는 것만 같습니다.

할머니께서 그토록 바라던 일본의 공식 사과와 명예 회복이 되는 날이 빨리 와서, 할머니와 함께 하늘나라에서 계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기뻐하며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인이 떠난 빈방에 걸려 있는 김군자 할머니 사진

아직도 ‘나눔의 집’에는 김군자 할머니의 방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할머니를 그곳에서 뵐 수 없지만, 장학생들의 삶에, 우리의 역사에, 아름다운재단이 나아갈 길에 함께 여전히 함께 계십니다.

김군자 할머니, 감사드립니다.

글 | 장혜윤 간사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