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상상프로젝트는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성을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창직)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총 3년에 걸쳐 진행됩니다. 1차 년도(2016년)에는 전주‧완주·순창에서 진행되었고, 2차 년도(2017년)에는 장수‧전주‧진안 지역이 함께 하였습니다. 올해 3차 년도(2018년)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마지막으로 그간 참여하였던 장수·전주·진안·순창 지역이 다 함께 청소년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꿈과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1단계 상상학교, 2단계 상상캠프를 거쳐 장수·전주·진안·순창지역 청소년들과 3단계 내일생각워크숍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내일생각워크숍은 2차년도부터 기획된 단계로 올해는 지역 안팎으로 일 노동 진로 등 여러 주제를 학습하며 나의 관심사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얻는 등 프로젝트 실행에 필요한 경험치를 쌓는 ‘사전탐색워크숍’ 과정과 이러한 경험치를 바탕으로 팀프로젝트를 능동적으로 기획하면서 자기의 욕구와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기획워크숍’ 과정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그중에서 기획워크숍은 올해 처음 시도된 과정으로 청소년들이 어떻게 자기 욕구와 지역자원을 연결할지 실행 계획 형태로 일을 짜보는 단계입니다. 이번 후기는 그중에서 희망제작소가 함께 참여한 4번의 기획워크숍 이야기를 전합니다.
숨어있는 나의 욕구 발견하기
‘내게 매달 100만원이 생긴다면?’, 첫번째 워크숍은 기본소득을 주제로 나의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는 전제 하에 생계수단으로서의 직장이나 직업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 등 진로를 보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려보는 활동입니다. 참여자들은 해외여행이나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학습과 체험 등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자취나 등록금 마련, 부모님 용돈 등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도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욕구를 보였습니다.
계획한 미래를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덧붙이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여행을 하고 싶다던 친구는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 삶의 질 향상, 즐거움’ 등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한 백희원 강사(기본소득 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어느 곳, 어느 내용으로 돈을 쓰는지를 보면 결국 내 삶에서 중요하게 보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한 청소년은 기본소득을 받으면 일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가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편으로 청소년들은 100만원이라는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을 쓸데가 없다는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우리가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는 기회들을 갖고있지 못하다는 점을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진로를 얘기할 때면 대체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거나 얼마큼 돈을 벌고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은 삶보다는 직업을, 어떻게보다는 무엇을 이야기하게 합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워크숍을 통해 청소년들은 그간 스스로도 찾지 못했던 그들이 살고 싶은 삶, 그리고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등의 숨은 욕구를 발견함으로써 어떻게 자신의 삶을 만들고 살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도 해보고,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도합니다. 제 주변에는 저처럼 이런 일도 해보고, 저런 일도 하면서 다양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진로가 하나의 직장을 가지는게 아니라 필요하다고 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순간, 내가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기획? 프로젝트!
앞선 워크숍이 자기 욕구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면, 두번째 워크숍은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기획의 개념과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기획이 잘된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을 바꾼 기획’은 무엇인지 참여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미투운동, 촛불집회처럼 거대하고 사회적인 사건을 말하기도 하고, 감사하게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세상을 바꾼 기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포스트잇, 아이폰 등 내삶을 바꾸는 물건부터 SNS,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까지 참여자들의 답변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각 사례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꿨고,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을 의논하고 함께 공유하면서 기획의 효과, 영향에 대해 짚을 수 있었는데요. 워크숍을 진행한 조현진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어떤 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럿이 함께 모여서 하는 일’을 프로젝트라고 말하며, 잘 짜인 프로젝트는 기획이 들어가 있다고 말합니다.
“내일찾기프로젝트 단계에서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할텐데, 저는 예상하는 결과물을 먼저 그리고 앞단계를 밟아 나가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앞단계는 문제를 발견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기획하려면 자세히 관찰하고, 질문하고 경청하며 공감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아이디어를 토대로 실행해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니터링하고 서로 보완하는 과정이 모두 기획이 되는거죠.”
참여자들은 그간 흥미롭게 보았던 사례에 어떤 기획이 들어가 있는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획과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알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학습과 경험을 토대로 다음 워크숍에서는 내일찾기프로젝트에서 하고 싶은 일의 주제와 프로젝트를 기획해보았습니다.
욕망이 일이 되는 시나리오
“교사, 공무원, 환경미화원 등 직업으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 여럿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 지역이 더 잘 살기 위해 고민하고 지역에 필요한 일을 발굴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도 직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거라고 볼수있습니다. 나만 잘살고 나만 행복한 진로고민을 넘어서 내가 이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지 고민하고,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과 삶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죠. 물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 일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일 일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만 사회에서 없는 일 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과 우리가 원하는 일이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게 기획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욕망이 담긴 주제를 기획과정에서 사회적으로도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로 만들수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 진행되는 내일찾기프로젝트도 우리가 원하는 일의 주제를 기획해서 가치있는 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일하게 될 터전도 함께 좋은 일을 기획하고 과연 가능할지 실행해 보는 것이죠.”
참여자들은 두번의 워크숍으로 서로의 관심사와 욕망을 확인했고, 기획의 개념과 여러 사례를 찾아보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팀별로 내일찾기프로젝트 단계에서 실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시나리오 형식으로 그려보았는데요. 시작부터 엔딩까지 12월까지 진행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꼽아 콜라주로 표현했습니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며 우리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과 얻을 수 없는 자원은 무엇인지 함께 정리해보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일이 되게 하는 물리적인 토대로 실행에 필요한 자원과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기준으로 자원을 탐색해보았습니다.
함께 실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참여자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요. 가장 어려운 과정은 팀원들과 하고 싶은 일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진로탐색이지만, 진로탐색을 위한 세부 주제와 관심사가 다양할수록 모으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청소년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가며 지난한 시간이지만 무엇을, 어떻게할지 기획하고 앞으로 실행할 내일찾기프로젝트에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몇몇 참여자들은 힘들게 기획한만큼 즐겁게 실행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소감도 남겨주었는데요. 그중 전주지역에서 한 청소년이 후기를 보내왔습니다. 참여자의 후기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참여자 후기>
이번 기회로 새로운 활동을 많이 접했고,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참여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기대되었다. 처음 장소에 도착해서 명찰과 굿즈로 티셔츠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첫 시간에는 ‘한 달에 나에게 100만 원이 주어진다면?’라는 질문을 주고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했다. 나는 일을 하지 않아도 100만 원이 주어진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막상 적으려고 하니 돈이 있다고 막 쓸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고, 어디에 어떻게 쓸지 고민하며 구체적으로 작성해봤다. 나는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걸 모두 적었고 남은 돈은 모아서 나중에 여행갈 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계획한 내용을 같은 조 친구들과 서로 공유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실제로 있다는 게 신기했고,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이런 제도가 있다면 일의 능률도 오르고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 좋겠고, 내가 계획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적으니까 그 순간만큼은 너무 행복했다.
다음에는 팀원들과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의논하고, 그 프로젝트를 영화 시나리오처럼 예상되는 결과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보았다. 실제로 하게 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거라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어서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팀원들과 계속 얘기하다보니 하나씩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리는 개별 포장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나는 개별포장이 너무 익숙해 어떤 게 개별포장인지 잘 몰랐고, 별로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같이 참여한 팀원들은 달랐다. 개별 포장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팀원들의 말로 알 수 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개별포장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과자 회사에 직접 방문해서 건의하는 등 여러 일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4개월 간 우리가 어떻게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시나리오처럼 줄거리를 작성해보았다. 그 전에 생각해보지 못 했던 거라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시나리오를 얘기하다보니 재미있고 개별 포장의 문제점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후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고, 앞으로도 우리가 직접 기획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학생 때 쉽게 접할 수 없는 활동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 생각을 더 키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앞으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재미있는 활동이 얼마나 많을지 기대된다.
내일생각워크숍이 끝나고, 참여자들은 내일찾기프로젝트 단계에서 팀원들과 기획한 일을 12월까지, 4개월 간 진행할 텐데요. 앞으로 어떻게, 어떤 이야기로 프로젝트를 실행할 지 기대하며, 내일찾기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글ㅣ사진 희망제작소 김수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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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버버리기금으로 지원되는 사업이며 희망제작소•전주 YMCA•장수 YMCA•진안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순창 청소년수련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성을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창직)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상상학교, 상상캠프, 내일생각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트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청소년들이 내 일(my job)을 통해 내일(tomorrow)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