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서 N개의 일을 상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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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 상상프로젝트로 진행된 상상캠프

최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에서 2017 통계조사를 했습니다. 13~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생활 스트레스’에 관해 물었는데요. 청소년 절반에 달하는 46.2%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중 ‘직장생활’을 원인이라고 답한 비율은 67.7%가 나왔습니다. 실제 중고생 열 명중 한 명꼴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비율을 포함하면 일하는 청소년들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실제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진로를 준비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될까요. 앞서 언급한 청소년에게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습니다. 총 52.3%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지만, 그 중 유독 ‘소질과 적성개발’은 37.2%로 학교에서의 진로탐색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로탐색활동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심으로 지역 간 편차가 발생’하며, 중소도시 및 농산촌 지역에서는 ’진로체험지원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6년부터 지역과 함께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 청소년이 일을 경험하고 발견하는 기회!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지역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내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발굴하여 직접 프로젝트를 실행해보는 창직 활동으로 총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됩니다.

프로젝트 첫 해인 2016년 6월부터 11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전주‧완주‧순창 지역 청소년들과 상상학교, 재능탐색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트 총 3단계를 진행했습니다. 1단계 상상학교에서는 강연과 사람책을 통해 진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했고, 2단계 재능탐색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삶을 사는 지역 주민과 멘토-멘티 관계로 만나 지역에 필요한 작은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3단계 내일찾기프로젝트에서는 직접 청소년들이 우리 지역에 필요한 일을 발견하고, 창직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첫 해 <내-일상상프로젝트>가 끝나고 희망제작소는 전주YMCA, 완주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과 함께 결과공유를 위한 지역청소년포럼을 열어 참여 청소년과 청소년기관 지도자, 교사, 교육복지전문가들 100여 명을 초청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남상팔 전주공업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인상 깊은 소감을 전했습니다.

“삶의 주도성을 찾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삶을 능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진로를 찾을 수 있겠지요.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체험활동을 통해 현장감을 느끼는 뜨거운 학습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지역 주체들과 함께 하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고, 사회 경제학습을 통해 창의적인 일자리 찾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일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이자, 종합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활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일 상상프로젝트, 2017년 8개월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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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로를 고민해보고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발굴하여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는 시간이 된 1박 2일 간의 상상캠프

프로젝트 두 번째 해인 올해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약 8개월간 전주‧장수‧진안 세 지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상상학교, 내일생각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트까지 총 3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1단계 상상학교에서는 다양한 직업과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강연과 사람책을 경험하고, 2단계 내일생각워크숍에서는 창직 활동과 연계해 일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하고, 자신의 진로와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노동철학을 주제로 한 교육을 듣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3단계 내일찾기프로젝트에서는 진로에 필요한 노동의 가치를 모색하고 발견하는 창직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1박 2일 상상캠프, 내 몸으로 표현하는 ‘나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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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이자 진로를 탐색하는 활동이 시작되었다

올해에는 작년과 달리, 지역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창직 활동을 이해하는 1.5단계 상상캠프가 더해졌는데요. 지난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1박 2일 간 서울 하자센터에서 상상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앞으로 창직 활동에 필요한 ‘일’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고, 질문해보는 시간으로서 ‘내몸드로잉’과 ‘휴먼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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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나의 몸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준비된 질문에 답을 하며 차곡차곡 활동지를 채워갔습니다. 저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다양한 대답이 나왔는데요. 친구들은 건축가, 디자이너, 요리사 등 직업을 이야기하거나 세계 여행, 농생물 연구, 사회 경제를 발전시키기 등 직업으로 제한하지 않고 ‘일’을 특정 행위나 꿈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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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필요한 능력에 대해서도 고민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려면 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눈, 귀, 팔 등 단순한 답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한 것과 달리 톡톡 튀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공감능력’, ‘멘탈’, ‘손재주’, ‘아이디어’, ‘음악적 감각’, ‘판단력’, ‘인성’, ‘끈기,’강한 마인드‘… 청소년의 능력을 성적순으로만 따지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답변이었습니다.

‘내몸드로잉’ 활동 마지막에는 친구들이 각자 활동을 하면서 떠올렸던 고민과 질문들을 포스트잇에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미래 직업, 하고 싶은 꿈, 삶의 가치, 학업 등 다양한 주제들이 나왔습니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금 생각하는 것들이 무의미해질까 두려워요.”
“한 가지 일이 아닌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잘하는 걸 해야 할까요? 좋아하는 걸 해야 할까요?”
“누구랑 일할까?”
“일이 없으면 불행해지는 걸까요?”
“일 했을 때 얻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어른들은 항상 공부가 제일 쉽데요. 정말 공부가 제 길이고 제일 쉬운 일일까요?“
“꼭 보수가 있어야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어진 일이 없다면 불행한 것일까요?”

취업, 학업, 대학 진학 등 이야기뿐 아니라 청소년이 자신의 진로에 관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1박 2일 상상캠프, 누군가의 경험이 나의 경험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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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가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가 경험이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던 시간

이어 청소년들은 총 몇 명의 사람책을 만나는 ‘휴먼라이브러리’에 참여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청년을 사람책으로 만나보는 시간인데요. 사람책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연과 다르게 비슷한 또래와 함께 고민을 터놓을 수 있게 서로 오순도순 대화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소년이 단순히 직업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지 노동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강연처럼 특정 가치나 방향을 일방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한 청소년은 “진로에 대한 강박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친구는 “사람책을 통해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1박 2일간 열린 상상캠프에서 청소년의 얼굴을 직접 바라보고,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와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 청소년이 직접 ‘일’을 만든다면?

<내-일상상프로젝트> 청소년들은 이번 상상캠프를 마치고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간 본인의 지역에서 장수YMCA, 전주YMCA, 진안마을학교와 함께 2단계 ‘내일생각워크숍’과 3단계 ‘내일찾기프로젝트’를 꾸려갑니다.

청소년이 직접 팀을 꾸려 자신의 지역에 필요한 일, 자신이 직접 하고 싶은 창직활동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시간인데요. 청소년들이 다양한 고민과 질문 끝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꾸려나갈지 기대됩니다. 희망제작소는 활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직업이 아닌, N개의 다양한 일들을 상상해보는 경험이 될 수 있기를 지원하고,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글 희망제작소 김수영 연구원 l 사진 바라봄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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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버버리기금으로 지원되는 사업이며 희망제작소•전주 YMCA•장수 YMCA•진안 마을학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성을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창직)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상상학교, 상상캠프, 내일생각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트의 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청소년들이 내 일(my job)을 통해 내일(tomorrow)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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