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8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길위의 희망찾기’ 를 통해 베트남 여행을 기획한 안남배바우도서관 아이들을 <월간옥이네> 기자가 동행하여 작성한 기획기사입니다.  

안남에 사는 아이들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 배은태 씨는 안남면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여행활동 지원사업 ‘길 위의 희망찾기’(이하 길희망)에 선정된 <우물 밖 개구리 되기 프로젝트> 팀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다. 조금만 가면 도착하는 줄 알았는데 버스는 10분, 20분이 지날수록 더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마침 부슬비가 내린 안남면 산허리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안남 배바우도서관 앞에 내린 배은태 씨는 산과 밭, 안개와 구름을 보며 말한다.

여태 제가 맡았던 길희망 팀 중 면 단위 농촌은 처음이에요.”

면 단위 농촌인 안남은 아무리 둘러봐도 청소년 문화시설이랄 게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주민의 힘으로 설립·운영되는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은 면 지역 아이들의 돌봄공간이자 문화 공간 역할을 한다. 어느 날 안남 마을교사 이봄길민들레(25, 안남면 화학리) 씨는 중학생 아이들을 모아 사업설명회(?)를 여는데, 직접 준비하고 기획하면 여행을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꾸려진 <우물 밖 개구리 되기 프로젝트> 팀은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답해야 하는 질문, ‘우리가 여행 가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 써 내려간다.

아이들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면 단위 농촌에 산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새로 나온 노래와 유행을 접할 수 있다지만, 가까운 곳에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있는 도시에 사는 것과 농촌에 사는 건 절대적으로 다른 경험 차이를 가져온다. 청소년기 안남을 비롯한 농촌 지역에 살았던 이봄길민들레 씨가 쓴 길희망 사업 계획서에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흔히 도시와 농촌 아이들을 비교할 때 농촌이 마냥 부족한 것으로 그려지지만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신만의 결로 도시와는 다르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너 이 공연 가봤니?’라는 질문 앞에서 아이들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략) 빈부의 격차가 경험의 격차로 나타나는 시대입니다.”

베트남 여행 준비를 위한 사전모임

베트남 여행 준비를 위한 사전모임

먼 세상을 보기 위한 준비

여행을 가고 싶다고 모인 8명 아이들은 막연하지만 구체적인 기대를 품었다. 왜 여행을 가고 싶은지에 답한 말에서 아이들이 자주 다른 세계를 궁금해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임선우(안내중2):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고 바깥에 가보고 싶어서요. 어린 나이에 여행 계획하고 떠나는 일은 흔하지 않잖아요.

김시은(안내중3):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서요. 또 아빠랑 같이 가면 다 정해주니까 아빠 없이 여행 가보고 싶었어요. 애들이랑 활동하면서 대인관계도 만들고, 팀 리더 역할도 해보면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도 좋을 것 같아요.

이한솔(옥천여중1):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원래 학교에서도 어디 나가는 건 다 갔거든요.

황경희(안내중3): 집은 싫고, 학교도 싫고, 도서관은 심심해요. 먼 세상에 가보고 싶어요.

칠판

사전모임에서 논의한 여행 규칙, 여행 일정 등이 적힌 칠판

일상을 벗어날 수 있고, 먼 세상이며, 우리 힘으로 계획을 짜 떠날 수 있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익숙한 국내와 낯선 해외를 두고 고민하던 아이들은 우연히 필리핀 세부 사진을 보고 해외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경쟁률 높은 공모사업에 선정되려면 더 이야기 있는 여행지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먼 세계이면서 우리 일상과도 맞닿는 곳을 생각해보니 학교, 마을, 식당 등 일상에서 만나는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떠올랐다. 다문화가정 중에도 옥천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국가는 베트남1)이고, (각주: 1) 2016년 기준 옥천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적을 가진 사람은 230명으로, 필리핀 73명, 중국 49명과 큰 폭으로 차이가 난다.) 함께 여행을 가는 무리 중에도 부모님이 베트남 출신인 친구가 있었다. 아이들은 사업 신청 사유에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여행 장소에는 베트남을 써넣었다.

결손가정과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높고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이곳 부모는 정해진 휴일도, 휴가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멀리 가는 여행은 더욱 기대할 수 없습니다. (중략) 한 학년 절반 이상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일만큼 농촌은 도시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은 아직 미비한 수준입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 또한 부모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문화에 대해 어설픈 오해와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차 서류 심사에 붙은 <우물 밖 개구리 되기 프로젝트> 팀은 직접 ppt를 만들어 발표한 면접 심사를 통과해 최종 합격한다. 여행은 이제 시작이지만, 아이들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베트남 풍경을 상상한다.

김시은: 베트남 문화를 알고 싶어요. 제 미션이 베트남 가서 버스킹 하기인데, 우리가 베트남 문화를 배워가니까 답례로 한국 k-pop을 들려주려고요.

이한솔: 베트남어를 배우려고요. 베트남 가서 배우면 더 잘 익힐 수 있을 것 같아요.

황경희: 베트남 과자 사 먹고 싶어요.

임선우: 모래사막에 가서 점프 샷 찍을 거예요! 사실 가는 것 자체가 기대돼요.

아이들이 면접심사를 위해 만든 PPT 갈무리

아이들이 면접 심사를 위해 만든 PPT 갈무리

우물 밖으로 나선 개구리

<우물 밖 개구리 되기 프로젝트> 팀은 여행준비를 위해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배바우도서관에 모였다. 여행 계획, 숙소, 이동방법, 베트남 문화 등 준비해야 할 건 많아도 하는 사람만 알아 오니 진행이 더뎠다. 아름다운재단에서 나오는 여행 멘토 트래블러스맵 배은태 씨와 함께 아이들을 이끈 이봄길민들레 씨는 아이들이 ‘여행’을 경험하길 바란다.

제가 청소년 때 경험했던 여행이 좋았어요. 라오스, 태국, 인도 등 난생처음 해외에 나갔는데, 친구들과의 관계도 신경 쓰지 않고 여행지를 즐겼거든요. 나도 여행을 좋아하고, 애들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싶어서 길희망을 신청하게 됐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나중에 여행을 갈 때 이 여행이 도움이 됐으면 했다. 항공권을 예매해 떠나는 것부터 안전하게 잘 돌아오기까지 한 번 해본다면 더 쉽게 떠날 수 있을 것이었다.

베트남에는 다른 문화와 삶이 있다는 걸 보면 좋겠어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생업에 뛰어드는 청소년 삶도 봤으면 좋겠고요. 한 가지 삶만 정답이 아니고, 세계에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모습으로 산다는 걸 알 수 있게요.”

마을교사의 도움도 받고,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을 겪기도 하며 아이들은 점점 다가오는 여행을 준비했다. 함께 결정한 여행지, 함께 결정한 규칙에서 생기는 즐거움과 변수를 아이들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우물 밖 개구리가 되는 길은 아직 험난해 보였다.

우물 밖 개구리 되기 프로젝트 멤버들

우물 밖 개구리 되기 프로젝트 멤버들

 

글, 사진 ㅣ 월간옥이네 김예림 

 

○ 베트남 여행 밀착취재 시리즈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이게 여행의 매력인가?_베트남 여행 밀착취재02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또 이런걸 언제 보겠어 _베트남 여행 밀착취재03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여행과 여운 사이 _베트남 여행 밀착취재04

○ 이 글은 월간옥이네 2018년 10월호(통권 16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월간옥이네는 충북 옥천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월간지입니다. 월간옥이네가 만난 농촌, 사람, 이야기를 온기 그대로 실어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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