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19년 유스펀치는 11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중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우물밖개구리>를 만났습니다. 9월의 마지막주, 대구 꼼지락발전소에서 만난 <우물밖개구리>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리 사회에서 정해진 기준을 벗어나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가해진다. 제도권 교육에서 ‘이탈’하면 비행청소년이나 학교부적응자라고 보는 시선, 장애, 이주배경,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 등.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서로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없으니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다. 일단 만나보자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우물밖개구리>는 대구에 거주하는 장애, 이주배경, 성소수자, 대안학교, 학교밖청소년 등 10명으로 구성된 모둠이다. 이들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해소하고, 청소년 인권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한다. 사람책, 대화모임, 파티 등을 열어 청소년들의 대화와 교류를 돕는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는 텍스트와 영상으로 기록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다음은 멤버 진영, 다윤, 기홍과의 일문일답.
대화가 필요해
<우물밖개구리>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이 모였어요.
진영 :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보는 시선도 문제지만, 청소년끼리도 그런 시선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거죠. 작년 후배 중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내색은 못 했지만. 어떻게 하면 내 안의 편견을 없앨 수 있을까,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다 모아보자고 한 거죠.
오늘 대화모임은 어떤 자리에요?
다윤 : 일반학교, 대안학교, 학교밖청소년, 성소수자, 청소년복지를 공부하는 친구 등 20명 정도가 오기로 했어요. 인권이나 차별과 관련된 상황카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준비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대화내용은 소책자로 제작해서 배포할 거예요. 청소년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누구에게 청소년의 목소리를 알리고 싶어요?
기홍 : 어른들이요. 저희 아빠가 좀 보수적이거든요. 옛날에는 아빠한테 꼼짝도 못했어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부모님이 저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시고 생각을 함께 나누면 좋겠어요.
진영 : 저는 어른들도 그렇지만 우리 안에서도 분명히 편견이나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끼리도 “얘 검정고시야.” 이러니까. 책자가 나오면 이야기를 시작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다윤 : 저는 꿈이 큰데요. 정부도 이런 걸 좀 알아야 해요. 학교밖청소년, 장애청소년 등 지원센터를 따로 나누지 말고 통합하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곁’이 되는 것
활동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았어요?
기홍 : 저는 작은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눌 때가 좋았어요.
다윤 : 저도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좋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자해를 해요. 자해한다고 하면 다들 “미친년이야?”라고 해요. 그런데 언니(진영)는 그냥 안아주는 거예요. 물론 뭐라고 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제가 우울증도 있어서 너무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요. 갑자기 개구리 친구들한테 연락이 와요. 오늘 모임 있다고 나오라고. 제가 사람을 무서워했는데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게 줄어들었어요. 개구리에 의지하고 있고, 같이 있는 게 좋아요.
진영 : 청소년기에는 소속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개구리는 작은 동아리이지만, 친구들에게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나 개구리에 소속되어 있어, 그래서 이런 활동을 하고 있어”. 친구들이 자존감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면 행복해요. 그리고 다윤이가 조금 느린 친구를 챙겨주고 있었다는 걸 알고 감동했어요. 활동 결과가 빵 터지는 것도 좋지만, 조금 부족하거나 겉도는 친구가 있으면 챙겨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함께 하는 모습이 굉장히 따뜻하고 좋아요.
반대로 힘들거나 아쉬운 점도 있어요?
진영 : 리더로서 힘든 점이 있어요. 한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누나는 왜 나한테 시키고, 뭐라하고 불만이 있으면 슬퍼요. 한 사람이 힘들어하면 바이러스처럼 전염되지 않게 이 친구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고. 그리고 사람은 각자의 기준이 다 다르잖아요. 누구는 이렇게 해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누구는 이렇게 해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둘 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데, 너는 왜 이거밖에 안 했어, 너는 왜 이렇게 많이 했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하고. 그러면 리더가 두 사람을 중재해야 해요.
요즘 고민은 못 하는 친구가 있으면 어떡할까. 저는 활동을 잘하기 위해 못 하는 친구를 배제시키고 잘하는 친구들하고만 하면 이런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가 여기에서도 못 서면 어디에서 설 수 있을까.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처음에는 반응이 극과 극이었어요. 배제해야 한다, 같이해야 한다. 그러면 좀 내버려둬요. 시간이 지나면 유연해지더라구요.
저는 개구리에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친구들도 각자의 삶에서 본인이 리더잖아요. 모두 각자의 숙제를 하고, 한계를 마주하기도, 넘기도 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다윤 : 언니(진영)는 직장인이고 저는 대학생이고. 다른 애들은 대안학교나 센터를 다니니까 다 같이 모이는 시간을 정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한 친구가 터졌어요. 왜 자꾸 오는 사람만 오냐고. 사실 저는 자주 못 오니까 그만큼 뒤에서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대화모임 준비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친구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좀 아쉬워요.
진영 : 한 친구가 문제제기 해주었어요. “각자의 삶이 있는 건 너무 당연하고 너무 이해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 배를 탄 이상 잘 조율하고, 모임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각자 할 일은 잘 처리하면 좋겠다. 이게 안 되면 그 일을 다른 친구가 해야 한다.” 일단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대화모임 끝나면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했어요.
관계 속에서 나를 만나다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생긴 작은변화가 있다면?
기홍 : 사람책을 했는데, 제가 평소에 공부했던 3D프린터나 드론에 대해 친구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걸 하면서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할 때 어떻게 해야 재밌는지, 분위기가 흐려지면 어떻게 해야 되살아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진영 : 아까도 말했지만 리더의 역할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좋은 언니가 되고 싶은 걸까,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 걸까. 그래서 저(자신을)를 계속 보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이 말을 할 때 떳떳한지, 바른 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꾸미고 있는지. 그런 면에서 성장 중입니다.
다윤 : 저는 스스로에게 당당해진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왕따를 당했어요. 항상 주눅 들어 있었어요. 어깨가 굽어질 정도로. 십 년을 그렇게 살았으니까. 그런데 여기 오고 친구들 만나면서 제 자신을 찾은 느낌이에요. 제가 당당해진 이유가 이렇게 말해도 이 친구들은 알아주니까. 사회가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하기보다 그냥 부딪혀 보자는 마인드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오늘 대화모임에 참석한 한 청소년은 “내 문제이니까 인권과 차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학교에서는 이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다”고 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은 <우물밖개구리>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나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가 만든 작은 동심원이 점차 큰 동심원이 되어 우리 사회에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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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밖개구리>의 활동이 궁금하다면?
https://www.instagram.com/frogi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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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